"왜 박병호 아웃이야?" 장대비 속 대혼란에 빠진 사직, 양팀 사령탑은 왜 심판과 마주 섰나…장대빗속 교차된 시선 [부산현장]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아침부터 부슬거리던 비는 경기 시작 이후 점점 굵어졌다. 멀리서 봐도 내야 그라운드에는 제법 물이 철벅거렸다.

하지만 야구는 진행됐다. 보기드문 수중전 속 양팀 사령탑이 폭우를 무릅쓰고 심판진과 대면하는 일이 있었다. 갑작스런 변수가 터졌기 때문이다.

20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가 맞붙었다. 3회말 터진 정보근의 2타점 2루타를 앞세운 롯데가 2-0으로 리드 중이었다.

5회초 삼성 공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현장에 내리던 비가 폭우 직전의 장대비로 바뀌면서 잘 던지던 롯데 선발 감보아의 제구가 흔들렸다. 박병호 류지혁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 무사 1,2루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서 삼성은 대타 김지찬을 기용해 희생번트까지 댔다. 1사 2,3루 상황에서 대타 양도근이 나섰다.

문제의 상황은 이때 발생했다. 양도근의 애매한 3루 땅볼 때 3루로 귀루하던 주자 박병호와 롯데 3루수 김민성의 동선이 꼬이면서 충돌할 뻔 했다. 김민성은 살짝 부딪친 듯 했지만, 빠르게 다음 동작을 이어갔다. 공을 잡아 그대로 1루로 송구했다. 심판은 3루에서 박병호의 수비 방해, 그리고 타자까지 더블 아웃을 선언했다. 대부분의 양팀 선수단은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이때 박병호는 오히려 주루 방해가 아니냐는 듯 허리에 손을 올린채 3루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박진만 삼성 감독이 폭우가 쏟아지는 그라운드로 올라섰다. 현역 시절 '국민유격수'로 불렸던 박진만 감독은 내야 대혼란 상황의 전문가다.

느린 화면에서 양도근의 타구는 파울이 될 것처럼 하다 안으로 들어왔다. 이에 놀란 박병호가 귀루하는 과정에서 3루 라인 안쪽에서 김민성과 동선이 겹친 것.

따라서 박병호는 수비방해로 아웃됐다. 하지만 삼성 측의 항의를 받아들인 심판진의 합의 결과 박병호가 '고의가 아닌 방해'로 아웃되는 순간 이미 볼 데드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닝 종료가 아니라 타자 양도근이 살면서 2사 1,2루로 바뀌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 역시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심판진과 이야기를 나눴지만, 주심의 결정을 뒤집지 못했다. 심판진은 이 같은 내용을 빠르게 관중과 시청자들에게도 전달했다.

심판조장 최수원 심판은 "3루에서 주자와 수비수의 접촉이 있어 인터페어가 성립됐고, 고의성이 없는 접촉이었기 때문에 볼 데드로 이어졌다. ��문에 2사 1,2루에서 경기를 재개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양팀 선수단은 다시 비가 쏟아지는 그라운드로 나와야했다.

삼성의 다음타자 김성윤의 타구는 투수 땅볼. 그런데 빠르게 공을 잡은 감보아의 송구가 다소 강하게 빗나갔다. 1루심은 롯데 1루수 고승민의 발이 떨어졌다 보고 세이프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번엔 롯데 측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판독실은 고승민이 필사적으로 발을 긁으며 손을 뻗은 결과 최종 포구의 순간 발이 베이스에 닿아있었다고 판단, 아웃으로 번복했다. 왜 1루수가 키가 커야하는지를 보여준 필사적인 수비의 순간이었다.

이날 롯데는 3대1로 힘겨운 승리를 따내며 3연승을 내달렸다. 삼성은 7회 터진 박병호의 시즌 13호 솔로포로 추격에 나섰지만, 롯데는 8회 정훈의 쐐기포로 화답했다. 롯데 정철원과 김원중은 3연투로 팀의 3연승을 지켜냈다.

부산=김영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