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요?" 롯데 방출 성공 신화 살린 운명의 전화, 트레이드도 대박 터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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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준대요?"
이강철 KT 위즈 감독은 지난 1일 수원 KIA 타이거즈전에서 3-5로 석패하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발신인은 나도현 KT 단장. 나 단장은 단도직입적으로 롯데 자이언츠에서 이정훈을 트레이드로 데려오면 어떻겠냐고 했다. 시리즈 스윕도 가능하다고 봤는데, 결정적일 때 한 방을 칠 대타 딱 한 명이 없어 4연승에 실패한 직후였다.
이 감독은 "한 방을 못 쳤다. 딱 한 명이, 칠 사람이 없어서. 대타도 없고. 갑자기 단장 전화가 와서 '이정훈 어떠냐'고 묻더라. '준대요?'하니까 준다더라. 그래서 바로 카드를 맞췄다. 이정훈한테는 곧장 대전으로 오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정훈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정훈의 프로 생활은 곧 생존이었다. 휘문고-경희대를 졸업하고 2017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94순위로 KIA에 지명돼 프로의 꿈을 이뤘지만, KIA에서는 입지가 좁았다. 타격 능력은 충분히 인정을 받았는데, 문제는 포지션이었다. 포수 이정훈이 설 자리는 없었고, 수비가 약하다 보니 타석에 설 기회도 잘 주어지지 않았다. 2022년 시즌을 마치고 결국 첫 방출 통보를 받았다.
롯데는 이정훈의 타격 능력을 높이 사 2023년 시즌에 앞서 연봉 4000만원에 영입했다. 이정훈은 강점인 타격은 충분히 보여줬다. 2023년과 지난해 124경기에서 타율 0.298(252타수 75안타), 1홈런, 35타점, OPS 0.733을 기록했다. 외야수로 전향했으나 1군에서 주전으로 뛰기는 수비가 아직 부족해 주전을 꿰차긴 어려웠는데, 대타로는 꽤 쏠쏠했다.
하지만 올해는 KT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냉정히 동료들과 경쟁에서 밀렸다. 퓨처스리그에서 거의 대타로 나오면서도 타율 0.357(28타수 10안타)를 기록할 정도로 감은 좋았는데, 포지션이 너무도 애매했다. 올해 나이 31살인 이정훈은 또 한번 방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KT는 이정훈의 방망이가 너무도 필요했다. 이 감독은 이정훈을 상대하기 매우 힘든 타자로 기억하고 있었다. 강백호와 황재균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이정훈이 본인의 타격 능력을 그저 보여주기만 한다면 큰 보탬이 되리라 확신했다.
이정훈은 KT 이적 후 12경기에서 타율 0.333(39타수 13안타), 2홈런, 5타점, OPS 0.894를 기록하며 KT의 강타자 갈증을 해소해줬다.
이 감독은 17일 광주 KIA전에 앞서 "KIA에 있을 때 대타로 나오면 우리가 힘들었다. 콘택트가 된다. 삼진을 당하면 누가 봐도 당할 수밖에 없는 공에만 당한다.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던가 기가 막히게 들어온 그런 공에만 삼진을 당한다. 그런 점을 좋게 봤다. 롯데에 가서도 대타로 나와서 뻥뻥 맞았던 기억이 있다. 수비는 롯데에서 외야수로 돌렸는데, 로하스보다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명타자로 써도 되고, 대타 카드로도 좋다. 잘 치는데 대타로 쓰기는 아까워서 선발로 놓고 있는데, 진짜 (막힌 혈을) 다 뚫어 주고 있다"고 칭찬 또 칭찬했다.
이정훈은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것과 관련해 "그냥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환경이 바뀌면서 마음 편하게 하고 있다. 진짜 힘들었는데, 주변에서 진짜 많이 도와 주셨다. 롯데에 있던 코치님들이나 프런트 분들, 선후배들도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동기부여가 돼서 더 열심히 하려 했다. KT에 오면서 진짜 노력했던 게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이제는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진짜 마지막이다. 왜냐하면 트레이드가 되지 않고 있었으면 솔직히 올해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니까. 그래서 진짜 잘되고 있는 만큼 더 잘해보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더 최선을 다하고 더 열심히 뛰고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꾸준한 출전 기회, 그리고 이 감독의 믿음과 격려가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정훈은 "처음에 팀에 왔을 때 감독님께서 '마음대로 해 봐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껏 해 봐라'고 말씀해 주셨다. 마음이 편해져서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회는 감독님께서 주시지만, 잡는 건 결국 선수다. 기회를 주신만큼 야구장에서 나는 보여 드려야 한다. 압박감보다는 그냥 지금까지 내가 연습하고 노력한 것만 하면 충분히 결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잘하고 싶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마음이 들면 오히려 몸이 경직되더라. 그래서 오히려 더 편하게 하려고 한다"고 했다.
타석에 서는 마음가짐과 관련해서는 "투수한테 안 진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리 좋은 투수가 나와도 나도 충분히 좋다는 생각으로 붙는다. 솔직히 투수가 10번 중에 7번은 이기는데, 3번 쳐야 잘 치는 것 아닌가. 어차피 타자보다 투수가 이길 확률이 높은 스포츠기에 그냥 지지 않는다는 마음 하나로 끈질기게 하려고 한다. 그래서 감독님도 나를 힘들었던 타자로 기억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정훈은 전반기까지는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지 않는 한 꾸준히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강백호와 황재균이 후반기에 돌아왔을 때도 버티는 선수가 된다면, 진짜 트레이드 성공 신화를 쓸 수 있다.
이정훈은 "지금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는 게 첫 번째다. 부상 선수들이 와도 주축 선수들이지 않나.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만 하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단 꾸준한 게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나 단장이 트레이드 영입을 언급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예스"를 외친 이 감독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이정훈은 "감독님께서 나를 좋게 봐 주셔서 감사드린다.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한 마음이 커서 어떻게든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또 감독님께서 나를 데리고 온 것을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광주=김민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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