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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암 중에도 야구장으로... '한국 야구선수' 응원하는 일본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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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한국 여자야구 에이스' 김라경 선수를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간 사이타마 현지에서 직접 취재했습니다. 옆에서 직접 지켜본 그의 활약상을 세 편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황혜정 기자]

"내가 밖에 나갈 일이 없는데 (김)라경이 덕분에 야구장에도 나오네."

'한국 여자야구 에이스' 김라경(25·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의 등판을 손꼽아 기다리는 '일본 할머니'가 있다. 바로 마치다 미치코(76)씨다.

고령의 마치다씨는 암 투병 중이다. 30년 전 암이 발견돼 오랜 기간 항암 치료 중이다. 그간 총 네 군데에 암이 발병했는데, 가장 최근엔 유방 쪽에 암이 생겨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김라경과 인연을 쌓은 건 바로 일본의 한 접골원에서다. 일본은 접골원이 흔하고 시스템이 잘 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마치다씨도 암 치료 일환으로 이곳을 종종 찾는다.

마치다씨가 김라경을 만날 수 있던 것은 김라경이 3주 전 마치다씨가 다니는 일본 사이타마의 한 접골원에서 어시스턴트(보조)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와 일본 도쿄에서 만난 김라경은 "소속팀에 후원을 해주시는 접골원 원장님이 보조 일을 제안해 주셔서 감사하게도 일을 시작하게 됐다"며 "접골원에서 운영하는 요양 체육시설에서 이곳을 찾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의 보행, 운동기구 사용 보조, 체조 보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여자야구 실업팀 '세이부 라이온즈 레이디스'에서 뛰고 있는 김라경은 주 4회 접골원에서 5시간 씩 일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일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접골원을 찾는 할머니·할아버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모양이다. 김라경은 "한국에서 야구하러 일본에 왔다 하니, 다들 나를 놀라운 눈으로 쳐다보며 대견하게 여겨주시기도, 불쌍해 해주시기도 하며 잘 대해 주신다"며 웃었다.



항암 중에도 야구장으로... '한국 야구선수' 응원하는 일본 할머니




김라경이 접골원에서 일한 지 일주일 정도 됐을 무렵, 김라경의 일본 선발 등판 일정(5월 24일)이 잡히자, 마치다씨는 "라경아, 네 경기를 보러 갈게"라고 하며 딸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힘겨운 항암 치료 와중에도 '손녀 같은' 김라경의 경기를 보러 오기 위해 한걸음에 달려온 마치다씨는 오랜만에 야구장을 찾아 이날 하루를 오롯이 즐겼다. 이날 김라경은 2이닝 1자책을 기록했는데 삼진은 무려 4개나 솎아냈다.

경기 후, 마치다씨는 "내가 밖에 나설 일이 없는데, 라경이 덕분에 앞으로 자주 야구장에 나갈 명분이 생겼다"며 기뻐했다고 한다. 김라경의 소속팀 경기를 또 보고 싶다며 경기 스케줄을 확인하고 집에 돌아갔다고. 김라경과 함께 찍은 사진 속 마치다씨의 얼굴은 환하기 그지 없었다. 김라경은 "마치다 할머니께서 응원 와주셔서 너무나 큰 힘이 됐다. 타지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내게 정말 큰 힘이 된다. 감사하다"라고 했다.

마치다씨는 "앞으로도 라경이 경기를 보러 계속 야구장에 나갈 거야"라며 소녀처럼 웃었고, 김라경은 "제가 더 열심히 던질게요. 할머니가 더 많이 웃으실 수 있도록요"라고 다짐했다.

'한국 야구 에이스' 김라경과 암 투병 중인 '일본 할머니' 마치다씨의 우정은 단순한 인연을 넘어, 국경을 초월한 진심 어린 교감으로 번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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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 스포츠서울 야구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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