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흑역사 지워질 줄 알았는데… 갑자기 구단 역사를 쓰다니, 역시 건강하면 믿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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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승(124승)에 빛나는 박찬호는 아쉽게도 텍사스에서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많은 돈을 받고 큰 기대를 모으며 텍사스에 입단했지만, 계약 기간도 다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텍사스와 텍사스 팬들에게는 별로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
LA 다저스 소속으로 2000년 18승, 2001년 15승을 거두는 등 5년 연속(1997년~2001년) 두 자릿수 승수를 따내며 전성기를 맞이한 박찬호는 2002년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5년 계약을 하며 화려하게 이적했다. 그러나 2005년 팀을 떠날 때까지 3년 반 동안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에 그치면서 전성기가 꺾였다. 일각에서는 구단 역사상 투수 최악의 계약으로 뽑는 이들도 있다. 잊을 만하면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 박찬호의 흑역사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모은 선수가 있다. 바로 한때 ‘지구상 최고 투수’로 불렸던 제이콥 디그롬(37·텍사스)이 그 위기의 주인공이었다. 디그롬은 건강하면 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라는 호평이 자자했던 선수다. 선발로 시속 100마일(161㎞)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였다. 그러나 인간 한계에 도전한 탓인지 부상도 그만큼 잦았다.
이미 뉴욕 메츠 시절부터 부상이 많았던 선수다. 소속팀 메츠도 디그롬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자 3년 이상의 계약을 주는 것을 꺼렸다. 부상 위험도가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텍사스는 5년 총액 1억8500만 달러(약 2511억 원)라는 거금을 투자하며 디그롬에 대한 위험 부담을 모두 떠안았다. 200이닝은 아니더라도, 한 시즌에 150이닝 이상만 던질 수 있다면 1억8500만 달러를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만큼 건강할 때의 디그롬은 매력적인 투수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탈이 났다. 2023년 6경기 출전에 그쳤다. 6경기를 뛰고 바로 팔꿈치 수술대에 올랐다. 경력 두 번째 팔꿈치 수술, 그것도 30대 후반에 받는 수술이었다. 전성기 기량을 찾을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측면에서 텍사스의 5년 계약이 그 자체로 실패라는 악평이 자자했다. 박찬호 이상의 먹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런데 그 디그롬이 건강을 되찾고 반등하고 있다. 팔꿈치 수술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막판 복귀한 디그롬은 올해 13경기에서 76⅓이닝을 던지며 6승2패 평균자책점 2.12로 선전하고 있다. 예전만한 구속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련한 경기 운영, 그리고 번뜩이는 힘을 앞세워 자신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텍사스 구단 역사도 세웠다. 시즌 초반 페이스가 다소 불안했던 디그롬은 예열을 마치자 다시 원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4월 19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경기에서 7이닝 7탈삼진 1실점으로 올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디그롬은 이후 모든 경기에서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2실점 이하로 막았다. 8일 워싱턴과 경기에서도 7이닝 2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면서 10경기 연속 5이닝 이상, 2실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는 텍사스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종전 기록은 올해 9경기 연속 5이닝 이상 2실점 이하를 기록한 타일러 말리를 비롯해 5명이 가지고 있었던 9경기였다. 디그롬은 이를 뛰어넘었고, 첫 3경기에서 4.30이었던 평균자책점을 2.12까지 깎는 데 성공했다.
한창 좋을 때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 99마일(159.3㎞)을 기록했던 디그롬이다. 이 구속은 올해 평균 97.1마일(156.3㎞)까지 떨어졌다. 2~3년 사이에 평균 구속이 3㎞ 떨어진 것이다. 9이닝당 탈삼진 개수도 2022년 14.3개에서 올해 8.7개로 하락했다. 분명 예전의 구위는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빠른 구속에 여전히 좋은 구위고, 피안타율도 여전히 낮다. 올해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92에 불과하다.
사이영상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로 가는 가운데 이런 페이스를 앞으로 계약 만료까지 보여줄 수 있다면 1억8500만 달러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관건은 역시 또 부상 방지다. 디그롬과 텍사스가 해피엔딩으로 계약을 마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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