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위즈덤 ‘방망이 펑펑, 수비는 척척’

개막하자마자 비상사태를 맞은 ‘디펜딩 챔피언’ KIA에서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34)이 수비에서 먼저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범호 KIA 감독은 주전 3루수 김도영이 지난 22일 NC와의 개막전에서 왼쪽 햄스트링을 다쳐 이탈하자 다음날 1루수 위즈덤에게 3루 수비 훈련을 시켰다. 윤도현 등 백업 내야수들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3루수 위즈덤’ 카드는 예상보다 일찍 나왔다. NC와의 개막 2차전에서 3루수로 나간 윤도현이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경기도 4-5로 지자 이 감독은 25일 광주 키움전에 위즈덤을 2번 타자 3루수로 투입했다.

위즈덤은 한 시즌 30홈런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거포형 내야수다. 오랫동안 외인 타자를 외야에 뒀던 KIA는 3년간 함께한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작별하고 올시즌 내야수 위즈덤을 영입했다.

위즈덤은 시카고 컵스에서 뛴 2021~2023시즌 3년 연속 홈런 20개 이상을 치는 등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을 기록했다. 강타선을 보유한 KIA가 통합 2연패에 도전하고자 타선을 더 확실하게 보강하기 위해 데려온 타자가 바로 위즈덤이다.

위즈덤은 개막 2연전에 모두 4번 타자 1루수로 출전했지만 안타 없이 볼넷 3개와 삼진 2개로 마쳤다. 그러나 개막 후 3번째 경기였던 25일 키움전에서 구단이 기대한 바로 그 모습을 보여줬다.

5-3으로 앞선 4회 2사 2루 키움 선발 김윤하를 상대로 좌월 2점 홈런을 때렸다. 시즌 첫 안타를 홈런으로 신고한 위즈덤은 2안타 3타점 활약으로 팀의 11-6 승리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3루에서 수준급 수비력을 보여줬다. 7-4로 앞선 5회 1사후 야시엘 푸이그의 땅볼 타구가 3루 베이스 뒤 깊은 코스로 흐르자 백핸드로 잡아낸 뒤 정확한 송구로 아웃 카운트를 추가했다. 사실 3루는 위즈덤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뛴 포지션이다.

이범호 감독은 세계 최고 리그에서 3루수로 2119.2이닝을 소화한 위즈덤의 경험을 신뢰하고 있다.

올시즌 ‘1강’으로 꼽힌 KIA는 전력의 핵심 김도영이 개막전에서 이탈한 위기에서 위즈덤의 숨은 가치를 발견했다. 위즈덤이 3루도 커버할 수 있다는 사실은 KIA에 매우 큰 카드다. 유격수 박찬호까지 무릎 부상으로 26일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KIA는 내야수 변우혁을 1군에 등록했다. 당분간 내야에 변수가 많아지게 됐다. 위즈덤도 김도영이 돌아올 때까지는 1루와 3루를 오갈 것으로 보인다.

위즈덤은 개막 3경기 만에 중요한 홈런을 쳤고 멀티 포지션이 가능할 수비력도 보여줬다. 위즈덤의 장점은 ‘홈런’뿐이 아니었다. 김도영이 복귀할 때까지 KIA가 버티는 힘이 될 수 있다.

배재흥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