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북한도 구분 못해? 중국 이어 프랑스도 대형 사고 쳤다… 조직위 사과 받아낼까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화합과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할 올림픽이 개막식부터 조직위의 ‘대형 사고’에 얼룩졌다. 두 귀를 의심할 상황에 대한민국 대표팀의 시작도 엉망진창이 됐다. 대회의 시행착오라고 보기에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중국의 만행에 이어 파리올림픽도 조직위의 허술한 준비 속에 찜찜하게 시작한다.

전 세계인의 축제인 2024년 파리 올림픽이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열린 개막식을 시작으로 공식적인 막을 올렸다. 이번 개막식은 주경기장에서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는 종전의 관행에서 벗어나 색다른 장소를 준비했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선상 개막식이 열린 것이다. ‘참신하다’는 기대가 있었던 가운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은 상황에서도 개막식은 비교적 차질 없이 진행됐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센강을 따라 참가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순차적으로 입장하는 프로그램을 짰다. 역대 올림픽 개막식 중 가장 신선한 시도임은 분명했다. 트랙을 따라 들어왔던 그간의 올림픽 개막식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랐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훌륭했겠지만 색다른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는 성공했다.

각국 선수들을 태운 배는 파리 식물원 인근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했다. 이어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시청,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에펠탑 등 파리를 대표하는 명소를 거쳐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들어오는 6㎞의 코스를 밟았다. 각국 선수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 선수단은 육상 높이뛰기의 우상혁, 수영의 김서영을 기수로 전체 48번째로 등장했다. 등장 순서는 프랑스어 알파벳 순서에 따랐다. 개막식 당시 빗줄기가 거세져 선수단이 전원 우비를 착용해야 했지만 선수단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런데 이 순간 귀를 의심할 만한 대형 사고가 나왔다.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한 것이다. 불어와 영어 모두 ‘북한’의 이름이 나왔다.

자막은 정상이었다. 국호가 정확하게 표기됐다. 미리 짜놓은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한국 선수단을 태운 배가 전광판에 비춰지자 장내 아나운서는 불어로 ‘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고 외쳤다. 이어 영어로는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소개했다. 선수단은 모르는 듯했지만, 중계 방송을 통해서도 또렷하게 들렸다. 모두 대한민국이 아닌 북한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한국의 정식 불어 명칭은 'Republique de coree'다. 영어로는 'Republic of Korea'다. 이것이 소개되어야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북한으로 소개가 나간 것이다. 전 세계로 송출되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과 북한의 관계를 아는 이들도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사실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 우리 선수들이 북한 선수들로 돌변했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이었다.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문제가 되는 교통 동선 등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선하면 된다. 그러나 올림픽 개막식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계획된 것이었고, 수차례 리허설도 한다. 리허설 단계부터 잘못됐는지, 혹은 장내 아나운서의 실수인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는 올림픽 대회 자체는 물론 외교적으로도 큰 결례다.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사태였다. 헷갈릴 일도 별로 없었다. 우리는 48번째로 입장했고, 북한의 순서는 153번째였다. 장내 아나운서는 북한이 등장할 때는 정확히 호칭을 했다. 북한이 두 번 등장한 셈이 됐다.

있어서는 안 되는 사고에 누리꾼들도 비난의 날을 세우고 있다. 이미 올림픽 관련 사이트와 국내 커뮤니티에 해당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고 조직위의 끔찍한 실수를 지탄하는 글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태를 인지한 대한체육회는 곧바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미 개막식은 지나간 일이라 어떻게 바로잡을 수가 없다. 이미 해당 상황은 전 세계에 영상으로 송출된 뒤다. 조직위에 해당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 마땅한 절차로 보인다. 파리 현지에 체류하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현지시간으로 익일 오후 2시 30분(한국시간 27일 오후 9시 30분) 다국적 기자들이 상주하고 있는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이번 상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 명백한 잘못인 만큼 밤사이 조직위와 소통하면서 사과를 받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2회 대회 연속 개막식이 문제다. 직전 올림픽인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도 문제가 있었다. 당시 개막식에는 중국 내 56개 민족 대표가 등장했다. 중국으로서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겠지만, 이때 조선족 여성이 한복을 입고 나온 장면이 국내 정서를 크게 건드렸다. 개막식 이후 국내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판 성명이 나올 정도로 문제가 됐다. 다만 당시 베이징 대회 조직위는 이런 논란에도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은 바 있다.

찜찜하게 대회를 시작한 한국 선수단은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메달과 올림픽 정신을 향해 뛴다. 27일 한국은 수영 경영 남자 자유형 400m의 김우민(강원도청), 펜싱 남자 사브르, 펜싱 여자 에페, 사격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 수영 르네상스의 간판 중 하나인 김우민은 400m에서 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중 개인 기록에서는 ‘TOP 4’ 안에 들고, 최근 상승세를 고려하면 메달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지 매체에서는 김우민이 동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달을 따면 2012년 런던 대회의 박태환 이후 수영에서 첫 메달이 나온다. 김우민이 루카스 마르텐스(독일), 새뮤얼 쇼트, 일라이자 위닝턴(이상 호주)과 우승을 놓고 경쟁하는데 네 선수의 기량이 고르다는 평가로 누가 금메달을 따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자유형 400ｍ 결승은 한국시간으로 28일 오전 3시42분에 시작할 예정이다.

최강자인 펜싱은 남자 사브르와 여자 에페 개인전으로 금메달에 도전한다. 근래 올림픽에서 ‘메달 박스’ 효자 종목으로 등극한 펜싱은 남자 사브르에 오상욱 구본길 박상원이 출전하고, 여자 에페는 송세라 이혜인 강영미가 나서 금메달을 조준한다. 우리시간으로 28일 오전 4시30분 여자 에페, 4시55분 남자 사브르 결승전이 열린다.

가장 첫 금메달이 사격이 될 가능성도 있다. 혼성 10m 공기 소총은 박하준-금지현, 최대한-반효진 조가 나란히 금빛 사격을 꿈꾼다. 예선 성적이 좋으면 27일 오후 5시 30분부터 열리는 결승전 혹은 동메달 결정전에 나간다. 여기서 첫 금메달 상보가 나올 수도 있다. 유도에서는 남자 60㎏ 이하급의 김원진이 메달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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