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코치에 안겨서 울었다…서건우, 한국 태권도가 피하던 체급에서 '올림픽 4위' [올림픽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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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체격 조건의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 태권도가 유독 기피했던 이유가 있었으리라.
중량급 기대주 서건우(한국체대)가 세계의 벽을 느꼈다. 1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펼쳐진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80kg 이하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에디 헤르니치(덴마크)에게 0-2(2-15, 8-11)로 패했다.
두 게임 모두 너무 많은 실점을 내줬다. 그것도 헤드킥을 허용하는 아쉬움이 컸다. 서건우도 184cm로 건장한 신체 조건을 자랑한다. 그러나 유럽 선수들이 즐비한 이 체급에서 이 정도 신장은 작은 축에 속한다. 다리 길이도 우월한 상대들을 맞아 서건우는 머리 공격을 내주는 취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타이트하게 달라붙고 줄기차게 공격하는 스타일을 택했다. 수비가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16강 호아킨 추르칠(칠레)전부터 두 자릿수 득점을 곧잘 냈다. 오심 이슈가 있던 2라운드에서도 가치 높은 회전 기술을 시도해 득점을 냈기에 바로 잡을 수 있었다.
다만 메달권 경쟁이 시작된 준결승과 동메달 결정전부터는 피지컬 차이를 어찌할 수 없었다. 이란의 메흐란 바르호르다리를 상대한 준결승에서도 1게임을 잘 따고도 역전패를 당한 가장 큰 이유는 헤드킥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최대한 몸통 공격으로 따라가봤지만 배점이 달라 격차가 벌어졌다.
결국 3라운드로 흘러간 승부에서 서건우는 많은 점수를 허용했다. 또 다시 상대에게 머리 타격을 허용했고, 비디오 판독까지 받아들여지면서 패했다.
결승 역시 1게임 초반부터 계속해서 실점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시작과 함께 0-6까지 밀린 서건우는 상대에게 주어진 벌점으로 얻은 2점에 만족해야만 했다. 2게임에서도 초반부터 4점을 내준 서건우는 큰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고난도 기술을 접목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서건우는 눈물을 쏟았다. 패배가 결정되고 오혜리 코치에게 안길 때부터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매트를 빠져나와 취재진 앞에서도 끝내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며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나가던 서건우는 김시상 의무 트레이너를 발견하자 오열했다. 트레이너를 껴안은 뒤 한참을 어깨가 떨릴 정도로 울었다. 그런 모습을 본 덴마크 코치가 달래주기 위해 포옹했는데 서건우는 그때도 한참을 우는 듯했다.
올림픽 4위의 성적이 결코 나쁜 건 아니다. 더구나 서건우가 도전장을 낸 80kg 이하급은 한국 태권도가 철저하게 외면했던 체급이다. 피지컬 열세를 받아들여야 하는 체급이라 피하기 바빴는데 서건우는 지난해 12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을 통해 올림픽 티켓을 따냈다. 세계 강자들을 모두 제압하고 올라선 만큼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노렸는데 불발됐다.
20여분이 흘러 가까스로 눈물을 멈춘 서건우는 "내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만약에 다음 올림픽을 뛰게 된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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