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박찬호 백업일 수는 없잖아? KIA 영건들의 꿈이 커진다, 땀의 가치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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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선수는 정작 이곳에 없는데, 이름은 계속 나온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KIA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선수 중 하나는, 정작 마무리캠프에는 없지만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팀의 주전 유격수 박찬호(30)다.
박찬호의 거취에 따라 팀의 오프시즌 구상이 상당 부분 달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KIA는 협상 최우선 선수로 박찬호를 점찍고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는 각오다. 그러나 박찬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팀이 KIA 하나는 아니다.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KIA 내부에서도 뚜렷하게 인지하고 있다. 긴장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박찬호는 오랜 기간 팀의 유격수 자리를 맡았던 선수다. 2019년부터 붙박이 주전이었다. 2019년 이후 매년 130경기 이상 나갔다. 수비 이닝도 절대적이다. 계속해서 활약이 좋아지면서 실력으로 자기 자리를 지킨 선수이기도 하다. 수비력과 주력, 에너지는 예전부터 인정을 받았는데 약점이었던 타격까지 발전했다. 2023년 타율 0.301, 2024년 타율 0.307, 올해도 134경기에서 타율 0.287을 기록했다. 이쯤 되면 타율은 실력으로 봐야 한다.
역설적으로 박찬호가 오랜 기간 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잡고 있었기에 정작 다른 선수들은 유격수를 본 경험이 많지 않다. 지금까지 유격수를 볼 수 있는 선수가 많이 입단했지만 3루나 2루에서 뛰는 경우가 많았다. 박찬호가 특별히 부상이 있었던 선수도 아니라 더 그랬다. 그래서 어쩌면 박찬호가 가장 필요한 팀은 KIA라는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니다.

후배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선배인 가운데, KIA 마무리캠프는 기존 내야 백업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만약 박찬호를 잡지 못한다면 KIA는 아시아쿼터 한 자리를 유격수에 할애하거나, 혹은 앞으로 유격수 잠재력이 있는 선수를 선발로 올려 써야 한다. 선수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박찬호가 남는다고 해도 이제는 후계자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할 시기다. 어느 쪽이든 내야수들을 키워야 하는 것은 맞는다.
선수들도 혹시 모를 주전의 기회를 위해, 아니면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위한 경쟁이 시작됐음을 직감하고 있다. 올해 본의 아니게 김도영 김선빈의 부상 결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김규성 박민 윤도현 정현창 등 젊은 중앙 내야수(유격수·2루수)들의 출전 시간이 늘어났다. 만년 백업이거나 2군 선수들이 올해 1군에서 값진 경험을 쌓았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실력을 업그레이드해 당당하게 한 자리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각오다.
백업을 하려고 야구를 하는 선수는 없는 만큼, 1군 엔트리 및 주전 경쟁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미는 선수들의 패기는 어떤 측면에서든 반갑다. 기존 주전 선수들의 거대한 산을 인정하지만, 이제는 산 아래에서 보호를 받으며 살기보다는 주전으로 도약하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게 마땅하다. 그런 건전한 경쟁이 팀 전력을 살찌운다. 한편으로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선수들을 마무리캠프에 모아둔 만큼 선수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경쟁 의식도 불이 붙고 있다. 이는 선수들도 부인하지 않는다.

만년 멀티 백업 요원에서 올해 133경기에 나가며 가능성을 내비친 김규성(28)은 “나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내가 찬호 형 다음으로 나이가 많지만 어떻게 보면 어린 선수들과 싸워 주전을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나도 이제 지지 않으려고 어린 애들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면서 “누구나 잘하는 선배가 있으면 그 사람보다 잘해야지 주전이 되는 것이다. 이 선수를 잡기 위해 누구나 열심히 한다. 나도 이기려고 항상 최선을 다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수비력에서는 큰 인정을 받으며 올해 입단 후 가장 많은 1군 경기(71경기)에 나가 박민(24) 또한 현재 구도에 대해 “자극도 되고, 동기부여도 된다. 그래도 자신이 있다. 오히려 수비 같은 경우는 내가 진짜 자신이 있어서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당하게 말한 뒤 “목표가 백업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타격을 잘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조금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주전 경쟁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그래서 혹독한 수비 훈련에서도 찡그리는 표정 하나 없이 매 플레이마다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땀을 흘리면, 그만큼 성장할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믿고 있다. 박찬호의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KIA에는 꽤 희망적인 징조 하나가 오키나와 공기를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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