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 없는 줄 알았는데, 있었습니다… 154㎞짜리 두통약을 던졌다, 1승 이상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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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근래 KIA 선발진의 특징 중 하나는 ‘좌향좌’였다. 토종 선발진이 좌완으로 채워지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팀 부동의 에이스인 좌완 양현종에, 시속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 좌완 이의리가 합류했고, 이어 이의리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좌완인 윤영철이 지난해 합류했다.
리그에서 여전히 희소가치가 있는 좌완 선발을 많이 모아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대목이 있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우완 선발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발 로테이션을 짤 때 꼭 던지는 팔을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조화를 이루는 게 낫다. 근래 들어 우완 선발로 가장 주목을 받은 선수는 황동하였지만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KIA 마운드 리빌딩의 마지막 과제는 우완 파이어볼러 선발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조대현을 선택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당장 기량은 떨어질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 선발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없는 줄 알았던 우완 파이어볼러 선발이, 찾아보니 있었다.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김도현(24)이 그 갈증을 풀어줄 적임자로 나타났다.
신일고를 졸업하고 2019년 한화의 2차 4라운드(전체 33순위) 지명을 받은 김도현은 사실 구속으로 주목을 끈 선수는 아니었다. 패스트볼을 여러 코스에 던질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돋보였다.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었다. 2022년 KIA로 트레이드된 이후에도 구속을 앞세운 선수는 아니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김도현의 2022년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3㎞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말 그대로 평범했다.
그런데 군 복무를 거치면서 이 구속이 확 올라왔다. 올 시즌 ‘트랙맨’ 레이더에 잡힌 김도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50㎞에 육박한다. 투심 또한 평균이 149㎞를 넘는다. 윤영철이 허리 부상으로 장기 이탈을 예고하자 KIA가 대체 선발로 김도현을 낙점한 것도 다 그런 기대감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윤영철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지, 장기적으로 이 선수가 선발 투수가 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김도현은 그 기회를 살릴 참이다. 김도현은 19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2피안타 무4사구 4탈삼진 1실점(비자책점) 호투로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력도 경기력이지만, 주목할 만한 대목은 구속이었다. 이날 김도현은 트랙맨 기준으로 최고 153.5㎞의 공을 던졌고, 포심 평균도 약 151㎞가 나왔다. 평소보다 길게 던지고, 68구를 던졌는데도 구속이 그렇게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물론 선발로 빌드업을 막 시작한 단계라 1회부터 5회까지 일정한 힘으로 던졌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김도현도 마지막에는 약간 힘이 떨어진 느낌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앞으로 경기당 10개 정도씩 투구 수를 올려가면서 느껴보고 보완하면 된다. 설사 구속이 조금 떨어져도 괜찮다. 평균 140㎞대 후반의 공만 던져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 과정을 잘 넘긴다면 내년에는 선발 한 자리에도 도전할 만하다.
단기적으로도 구단의 두통 하나를 지울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KIA는 윌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이라는 선발 로테이션 멤버들이 차례로 부상에 쓰러졌다. 크로우야 좌완 캠 알드레드로 대체했지만 이의리는 시즌 아웃됐다. 윤영철도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그래서 선발 로테이션에 빈틈이 크고, 김도현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선발 투수를 트레이드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이날 김도현의 투구 내용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도현이 못 던지면, 급한 건 KIA고, 만약 트레이드를 한다면 협상 테이블에서 타 팀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도현이 가능성을 보여줌에 따라 KIA는 한 두 턴을 더 바라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었다. 김도현이 5이닝을 그럭저럭 막아줄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을 확신하면 굳이 비산 대가를 치러야 하는 선발 트레이드를 할 필요는 없다. 정규시즌 막판까지만 잘 버티면 윤영철이라는 카드가 돌아오고, 포스트시즌은 굳이 5선발로 돌릴 필요가 없어 여유가 생긴다.
이범호 감독도 반색했다. 이 감독은 19일 경기 후 "김도현이 오랜만에 선발로 등판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 주었다. 당초 예정은 60개였으나 투구수가 좀 여유가 있어 보여 5회까지 맡겼다. 어제 불펜 투수 기용이 많았기 오늘 투수 운용이 타이트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도현이가 불펜 부담을 많이 덜어준 경기었다"면서 "선발승을 따 낸것을 축하하고, 앞으로 선발의 한 축을 잘 담당해 주길 바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도현 또한 경기 후 선발 보직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김도현은 "만약 내가 2군에 있다가 이제 선발을 던진다고 했다면 조금 많이 긴장이 됐을 것 같다. 하지만 계속 1군에 있었고 경기에 적응하던 시간이 있어서 긴장은 많이 안 됐다. 일단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그런 생각밖에 없었다. 60개로 긴 이닝을 던지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그냥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하자 그랬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면서 "감독님께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나도 잘 준비해서 어떻게든 자리를 차지해야 할 것 같다. 다 좋은 선수지만 여기서도 경쟁을 해야 한다. 나도 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려고 한다"고 도전자의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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