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KIA가 다시 기대할 수밖에 없잖아… 제구 찾은 좌완 파이어볼러? 잊힌 유망주 발판 만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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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2022년 말 KIA 구단과 팬들은 한 투수의 당찬 투구를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좌완으로 시속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거침없이 던지고 있었다. 타자들이 그 기에 눌렸다. 시즌 막판 5경기일 뿐이었지만, 이 선수가 정상적으로 대기할 2023년을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니었다.
2019년 KIA의 1차 지명자로 어릴 때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김기훈(24)은 2021년 시즌을 앞두고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 될 듯 될 듯 터지지 않았던 이 재능은 상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고, 2022년 시즌 중반에는 가장 기대되는 전역 기대주로 손꼽혔다. 실제 전역 직후인 2022년 5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1.04에 불과했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는 선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좌완 파이어볼러의 선발 정착 여부에 큰 관심이 몰릴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김기훈은 2023년부터 2024년 시즌 중반까지 그 기대를 받았던 공을 다시 보여주지 못했다. 2023년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탈락한 뒤 불펜에서 일익이 기대됐지만 구위는 구위대로, 제구는 제구대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2023년 1군 29경기에서 31⅓이닝 동안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4.60에 불과했다. 31⅓이닝 동안 볼넷만 37개를 내줬다.
김기훈은 어느덧 잊힌 유망주가 됐다. 윤영철이 자리를 잡았고, 최지민이 자리를 잡았다. 좌완은 팀 내에 많았다. 김기훈은 올해 1군에 제대로 올라와보지 못한 채 2군에만 머물렀다. 그러다 팀의 전략적 투자로 지난 6월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에 입소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즌 중 과외를 받는 셈이었는데, 그 결과가 괜찮다. 당시 미국에 같이 다녀온 선수 중에서는 유일하게 1군에서 뛰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김기훈은 귀국 후 곧바로 1군에 콜업됐고, 5경기에서 5이닝을 던졌다. 평균자책점은 5.40.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첫 경기였던 7월 31일 두산전에서 ⅔이닝 동안 3실점한 게 컸고, 그 뒤 네 경기에서는 모두 무실점을 기록했다. 7일 kt전에서 2이닝 무실점, 11일 삼성전에서 ⅓이닝 무실점에 이어 15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찾아 나갔다.
15일 키움전에서는 팀이 많이 앞선 8회 등판했다. 점수를 2~3점 줘도 경기 양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김기훈은 힘차게 공을 던지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선두 김혜성을 2루수 땅볼로 잡은 김혜성은 송성문을 1루수 땅볼로 정리하며 최근 키움에서 감이 가장 좋은 두 타자를 모두 가볍게 처리했다. 이어 박주홍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김혜성 송성문이라는 리그 정상급 타자들과 승부하는 과정은 꽤 인상적이었다.
굳이 변화구를 섞지 않고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로도 경쟁력이 있음을 확인한 날이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김기훈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8㎞로, 이 구속이 두 번 찍혔다. 147㎞ 이상의 패스트볼은 전체의 절반인 네 개였다. 확실히 지난해보다는 패스트볼 구속이 올랐다.
여기에 특유의 수직무브먼트도 좋았고, 무엇보다 제구가 잘 되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지난해에는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이 거의 안 들어가는 양상이었다면, 올해는 맞더라도 자신이 주도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양상이 읽힌다. 구위 자체는 나쁘지 않은 선수라 이 흐름만 이어진다면 자신감을 등에 업고 더 좋은 투구도 가능해 보인다.
최지민의 구위와 성적이 떨어져 있고, 전체적인 좌완 불펜진이 아슬아슬한 가운데 김기훈이 스패셜리스트의 몫을 해줄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남은 시즌 베스트 시나리오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김도현이 선발로 가기 전 몫 정도를 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큰 힘이 된다. 올해 가능성을 보여주고, 내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시즌을 마쳐도 장기적으로는 괜찮은 그림이다. 뭔가의 스케치를 보여준 채 올 시즌을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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