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0.61 실화인가' 류현진 스포트라이트도 뺏었다…김경문 믿음의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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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언제든지 급할 때 내도 되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지난달 말이었다.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올패 프로 2년차가 된 김서현(20)의 빠른 성장을 칭찬했다. 김서현은 서울고를 졸업하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제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최고 기대주였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로 눈길을 끌었는데, 제구가 잡히지 않아 1년 넘게 애를 먹었다. 제구가 흔들릴수록 계속해서 투구 폼에 변화를 줬고 밸런스가 무너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김서현은 김 감독이 지난 6월 한화 지휘봉을 잡고 가장 신경을 쓴 선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감독은 김서현과 따로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직접 귀를 기울이려 했다. 김서현은 김 감독 부임 직전까지도 LA 다저스 투수 야마모토 요시노부(26)의 투구 폼으로 갑자기 바꿔 투수 코치진을 놀라게 할 정도로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였다.
김 감독은 김서현이 자신감을 찾을 때까지 가능한 그대로 뒀다. 그러자 김서현이 조금씩 기대에 부응하기 시작했다. 제구도 제구지만, 탈삼진 능력이 매우 좋아졌다. 전반기는 7경기에서 8이닝을 던지면서 12사사구, 4탈삼진에 그쳤는데 후반기 14경기에서는 9사사구, 17탈삼진을 기록했다. 삼진을 잡을 수 있으니 당연히 불펜에서 쓰임이 커졌다. 현재는 셋업맨으로 나설 수 있을 정도로 안정감이 생겼다.
7월 이후 김서현은 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경기에서 홀드 5개를 챙기면서 14⅔이닝, 평균자책점 0.61을 기록했다. 김서현은 김 감독이 부임하고 단 2개월 만에 한화 불펜에서 가장 안정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고 말하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김 감독의 믿음 속에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서현은 13일 대전 LG 트윈스전에서 또 한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으로 앞선 7회 3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9구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홀드를 챙겼다. 팀은 2-3으로 역전패했지만, 김서현이 투구한 7회에 한화 홈팬들의 함성은 어느 때보다 컸다. 이날 선발 등판한 에이스 류현진(5이닝 무실점)의 스포트라이트를 뺏을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작은 불안했다. 김서현은 선두타자 오지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김현수에게 유격수 몸 맞고 튄 우전 2루타를 내줘 무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직구 제구가 말썽이라 계속 볼이 됐다.
양상문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한 뒤 김서현은 볼배합에 변화를 줬다. 직구를 봉인하고 슬라이더를 던지면서 타자와 볼카운트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박동원을 초구 슬라이더에 3루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1사 2, 3루로 상황을 바꿨고, 다음 타자 박해민에게는 3구 연속 변화구로 헛스윙을 끌어내 삼진을 잡았다.
LG는 2사 2, 3루 구본혁 타석에 대타 안익훈을 투입했다. 김서현은 볼카운트 3-1로 몰리면서 위기에 놓이나 싶었는데, 5구째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또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이끌면서 삼진을 잡았다. 안익훈을 삼진으로 잡고 이닝을 매듭짓는 순간 한화 팬들은 열광했다. 이날 어느 때보다 큰 함성이 터졌고, 너도나도 김서현을 연호했다. 2개월 전에는 김서현 본인도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이 펼쳐졌다.
김서현의 기세가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았겠지만, 한화는 8회와 9회를 막지 못하고 2-3으로 역전패했다. 류현진과 박상원, 김서현의 릴레이 호투로 압도하던 경기를 내줘 3연패가 더 허망하게 느껴질 법했다. 그래도 김서현이 위기관리 능력도 보여주며 한화 팬들을 열광하게 했던 순간은 희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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