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체육회 공항서 신경전…메달리스트 모아놓고 "행사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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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성공적으로 2024 파리 올림픽을 마친 한국 선수단의 해단식이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대한체육회의 신경전 속에 간소화됐다. 이에 올림픽 후 휴식을 취하던 도중 공항까지 찾았던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헛걸음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본부 임원진과 태권도, 근대5종, 육상, 역도 등 7개 종목 선수단 50여명은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 선수단은 파리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하며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5개-종합 순위 15위권'을 크게 뛰어넘었다.
한국이 수확한 금메달은 2008 베이징 대회, 2012 런던 대회 때 달성한 올림픽 최대 금메달과 동일한 수치다. 아울러 원정에서 펼쳐진 올림픽에서 최다 메달을 획득했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낸 선수단은 귀국 직후 공항 내 그레이트홀에서 해단식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에 문체부는 선수단에 수여할 꽃다발을 준비했고, 선수단 가족과 소속팀 임원들이 그레이트홀에서 대기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과 장미란 문체부 2차관도 공항을 찾아 해단식에 참석 예정이었다. 또한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뒤 먼저 귀국, 휴식을 취하고 있던 양궁 김우진, 펜싱 구본길, 사격 양지인, 유도 허미미, 수영 김우민 등도 해단식 참석을 위해 공항을 찾았다.
하지만 귀국 직후 체육회는 귀국한 선수단의 피로를 이유로 그레이트홀로 이동하지 않고 출국장 앞에서 해산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올림픽을 다녀온 소감을 밝힌 뒤 장재근 국가대표선수촌장은 "짐도 많고 오랜 비행시간 탓에 선수들이 지쳐있다. 선수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해산하겠다"고 밝혔다.
체육회의 결정에 문체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체육회가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선수단의 편의를 고려했다는 결정이라고만 전달받았다"고 토로했다.
체육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문체부의 해단식 행사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해단식 축소로 선수들을 독려하러 공항을 찾았던 유인촌 장관과 장미란 2차관은 선수단에 제대로 인사도 전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힘든 시간을 내 공항을 찾았던 메달리스트들도 그저 먼 곳에서 귀국하는 동료들에게 박수를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갔다.
체육계에서는 이번 해프닝이 문체부와 체육계의 깊은 갈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최근 골이 깊었던 문체부와 체육회의 관계가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라면서 "각 체육 단체에 해단식을 위해 메달을 획득한 선수들을 공항에 보내달라는 요청이 와서 선수들이 공항에 갔는데, 해단식도 못 하고 돌아가게 됐다. 소중한 시간을 들여 공항을 찾은 선수들 입장을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인촌 장관과 이기흥 회장은 예산 편성 관련, 정관 개정 시도 등과 관련해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면서 신경전을 펼쳤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유인촌 장관은 "대한체육회 중심의 체육 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랐다"면서 "체육이 위기를 겪고 있기에 정부가 가진 가장 강력한 수단인 예산 편성권으로 문제가 있는 시스템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기흥 회장은 "(예산 집행 관련) 유 장관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반하는 것으로 직권남용"이라고 강하게 문체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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