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포커스] '니퍼트→켈리' 7년 동고동락한 가족을 버려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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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N뉴스] 이형주 기자 = 장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조항 개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지난 20일 눈물 속 떠나간 켈리
LG 트윈스는 지난 20일 잠실구장에서 2024 신한 쏠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를 가졌다. LG의 선발 투수는 외국인 케이시 켈리였다.
이날 경기는 켈리가 LG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마지막 경기였다. LG는 우승을 위해 외국인 투수를 교체하기로 했고, 켈리에게 의사를 전했다. LG는 6시즌 동안 팀 선발진의 한 축을 지켜 준 켈리에게 이날 등판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켈리가 등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고별 등판이 이뤄지게 됐다.
켈리는 3회초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거센 비가 쏟아지며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후 LG는 고별식을 진행하며 켈리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선수단과 팬들은 눈물을 쏟으며 켈리를 보냈다.
2019년부터 LG에서 활약한 켈리는 6시즌 통산 163경기에서 989⅓이닝을 던지며 74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다. 기록만 봐도 빼어나지만, 기록 이상의 것들이 있었다.
켈리는 외국인 선수 잔혹사가 이어지던 LG에 한 줄기 빛이 됐다. 코로나19로 구단 재정이 좋지 않을 때는 훌륭한 실력에도 연봉을 삭감하며 재계약을 했다. 정규시즌 활약은 물론 포스트시즌에도 휴식일을 생각하지 않고 헌신했다.
LG에서 활약하며 스프링캠프를 애리조나에서 보낼 때는 선수단 전체를 집으로 초대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합류 이후 팀으로 오는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을 도왔고, 국내 선수들과도 격의 없이 어울렸다.
최근에는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간 보여준 빼어난 실력에 경기 외적의 훌륭한 인성이 더해진 선수가 켈리였다. LG와 관련한 모든 이들이 눈물 속에서 그를 배웅했던 이유였다.
◇두산의 레전드 니퍼트
LG 팬들이 켈리에게 갖는 감정처럼, 각 구단 팬들마다 애틋하게 생각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있다. 두산 팬들에게도 생각나는 이름들이 있지만, 역시나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은 더스틴 니퍼트일 것이다.
니퍼트는 그야말로 레전드 그 자체인 선수다. 7년간 185경기 1115⅔이닝을 소화하며 94승 43패 1홀드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평균 자책점은 3.48에 불과하다. 2015년과 2016년 두산의 우승을 견인했으며, KBO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손꼽히는 선수다.
니퍼트는 2018년 KT 위즈와 한 시즌 계약을 체결해 8승을 추가하며 KBO 통산 외국인 투수로는 유일무이한 100승 이상(102승)의 투수가 됐다.
켈리의 경우처럼 니퍼트도 경기장 안은 물론 밖에서도 레전드였다. 남다른 인성으로 양의지를 비롯한 두산 선수들과 인생의 우정을 쌓았다.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리더였고, 선배들을 보좌해주는 믿을만한 후배였다. 그 역시 두산을 떠나갈 때 팬들과 동료들이 슬퍼했다.
◇'150km' 니퍼트,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외국인 선수 규정
최근 니퍼트는 JTBC 야구 예능 '최강야구'에 고정 출연하며 화제를 낳고 있다. 니퍼트는 특히 최근 7월 8일 방영분에서 150km 강속구를 던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역 선수 중에도 이 정도 스피드는 많이 없다.
켈리도 부진한 모습으로 외국인 투수에게 바라는 1선발이나, 2선발은 현재 냉정히 무리다. 하지만 4선발 이후 혹은 다른 역할로는 충분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다. 니퍼트나 켈리나 좋은 선수들이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커진다. 이유는 외국인 선수 규정 때문이다.
현재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를 3명만 보유하고, 3명만 출전시키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일본을 따라 무제한 보유, 3명 출전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도 나오나, 이번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부분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KBO리그 팀들은 외국인 선수들에게 많이 의존한다. 대개 투수 2명, 타자 1명으로 구성하는데 외국인 선수 농사가 그 해 팀의 한 해 농사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전 시즌만 하더라도 에릭 페디라는 괴물 투수를 뽑은 NC 다이노스가 승승장구했다.
현 제도 하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절대적으로 활약을 해줘야 한다. 그 때문에 아무리 잘 하던 선수라도 부진하게 되면 가차 없이 교체 대상이 된다. 친정팀 두산에서 KT로 가던 당시 니퍼트도, 현재 켈리도 4~5선발은 충분히 가능하지만 외국인 선수이기에 궁극적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일본은 8년 뛰면 외국인 선수→국내 선수 대우, 우리도 생각해봐야
이런 상황에서 KBO리그가 참고하면 좋을 리그가 있다. 바로 일본 프로야구(NPB)다. 일본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가 8년 이상 활약하게 되면 국내 선수처럼 대우된다. 일본의 경우 외국인 선수가 무제한 보유, 4명 등록 및 출전 가능이다.
만약 8년 이상 뛴 외국인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는 국내 선수처럼 대우 받아서 그 선수 외의 외국인 선수를 4명 기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사 제목에서 7년이라 적은 까닭은 니퍼트가 두산에서 머문 기간이다. 또 니퍼트가 KBO리그에서 머문 기간(8년)과 켈리가 KBO리그에서 머문 기간(6년)을 더해 평균값을 낸 것이다. 어쨌든 우리도 일본 프로야구처럼 장수 외인을 외국인 쿼터에서 빼줬다면 니퍼트나 켈리 같이 모범 외국인 선수들이 더 많은 박수 속 커리어를 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다. "국내 선수들의 자리를 뺏게 된다", "지금도 외국인 선수들이 성적을 좌지우지하는데 밸런스가 붕괴된다" 등등 반대 측 의견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 의견들도 수정과 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인 쿼터에서 배제되는 기간을 일본보다 길게 한다든지, 외국인 쿼터에서 배제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1명으로 제한하든지.
사실 KBO리그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들을 뽑을 때 즉시 전력감을 원한다. 그 때문에 20대 중후반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이 7~8년을 뛰어 외국인 쿼터에서 배제됐을 때 나이는 30대 초중반이 될 확률이 높다. 물론 그 때 전성기를 맞이하는 선수도 많지만, 실력이 하락하는 선수가 많기에 리그를 좌지우지하는 선수로 남을 확률은 적다고 본다.
그런 뛰어난 선수가 있다고 하면, 오히려 7~8년을 뛰기가 쉽지 않다. 이정후 등 국내 선수들의 경우처럼 KBO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하는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NPB 등 보다 경쟁력 있는 리그에서 데려가는 것이 추세가 됐다. 그 때문에 7~8년을 KBO리그에서 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다 떠나 7~8년 간 KBO리그에서 활약했다는 것은 리그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뜻이다. 또 어떤 외국인 선수가 7~8년을 뛰었다는 것은 '용병(돈을 받고 싸워주는 군인)'이 아닌 가족에 가깝다는 뜻이다. 7~8년 간 팬들과 호흡하며 동고동락한 가족같은 외국인 선수들을 지금처럼 허무하게 떠나보내야 할까. 장수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필요하다.
STN뉴스=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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