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이렇게 못하는데…왜 자꾸 매진·매진·매진인가, 한화 둘러싼 '역대급 기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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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 이쯤 되면 기이한 수준이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거듭된 성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흥행 몰이로 최고 인기를 구가 중이다.
한화는 지난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도 1만2000석을 가득 채웠다. 지난 12일 LG전부터 최근 6경기 연속 만원 관중으로 시즌 36번째 홈경기 매진이었다. 대전에서 33번, 제2구장 청주에서 3번으로 총 36번의 매진을 이뤘다.
2015년 21회를 넘어 한화 구단 역대 최다 홈경기 매진 기록으로 KBO리그 역대로 봐도 타이 기록이다. 앞서 1995년 삼성이 대구 시민야구장을 36경기를 매진시킨 바 있다. 그로부터 29년 만에 한화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역대 한 시즌 최다 홈경기 신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즌 전부터 심상치 않은 팬심으로 흥행 대박이 기대된 시즌이다. 메이저리거 류현진이 12년 만에 복귀하면서 팬들의 기대감이 폭발했다. 시범경기부터 암표가 등장했고, 시즌 판매권도 전년 대비 250% 증가했다. 개막 10경기에서 8승2패로 깜짝 1위로 돌풍을 일으키자 이글스파크는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해 10월16일 롯데와의 시즌 최종전부터 올해 개막 16경기까지, 리그 역대 최초로 17경기 연속 홈 매진을 기록한 한화는 4월부터 성적이 급락했지만 팬심은 조금도 식지 않고 있다. 6월초 김경문 감독이 새롭게 선임되면서 반등 조짐을 보였고, 무더위로 인해 관중 감소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7월에도 관중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21일까지 올해 홈 50경기 중 36경기를 가득 채운 한화의 매진율은 72.0% 평균 관중 1만1271명으로 좌석 점유율도 95.4%에 이른다. 1만2000석 미니 구장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대단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홈뿐만 아니라 원정 매진도 15경기로 가장 많은 전국구 인기팀의 위엄이다.
더 놀라운 것은 한화가 야구를 잘하는 팀이 아니라는 데 있다. FA를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를 바꾸고, 특급 신인이 들어오고, 코칭스태프를 변경해도 한화는 야구를 계속 못한다. 무척이나 짧은 봄이 끝난 뒤 추락을 거듭한 한화는 감독 교체 효과도 오래 가지 않았다. 7월 들어 14경기 3승11패(승률 .214)로 하락세가 뚜렷하고, 순위는 공동 9위까지 내려앉았다. 탱킹 모드인 키움과 탈꼴찌 싸움을 하는 처지에 몰렸다. 21일 KIA전에도 한화는 철벽 마무리투수 주현상이 9회초 최형우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고 7-8로 역전패했다.
어느 종목이든 프로 스포츠의 흥행은 성적과 직결되는 게 오래된 법칙이었다. 성적을 잘 내도 팬덤이 약해 인기가 없는 경우는 있어도 성적을 못 내는데 흥행 대박을 친 팀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앞서 36번의 홈경기 매진을 이뤘던 1995년 삼성의 경우 그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60승60패6무로 5할 승률에 5위에 오른 팀이었다.
올해 한화도 전반기까지 가을야구 추격권에 있었지만 후반기 추락으로 점점 희망이 사그라들고 있다. 최근 7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시즌 전체 성적은 38승53패2무(승률 .418)로 승패 마진이 -15까지 떨어졌다. 5위 NC와 격차가 8경기로 벌어졌지만 이글스파크에선 빈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기현상’이다.
한화 팬덤은 성적과 관계없이 일편단심 응원하는 ‘보살팬’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계속 관중들이 꽉꽉 들어찬 적은 없었다. 한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야구 인기 상승으로 팬 문화가 몰라보게 바뀌었다. 여성팬 및 가족 단위 관중들의 대폭적인 증가로 인해 야구를 즐기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다. 마케팅에 일가견 있는 한화 구단도 다양한 이벤트를 열고, 참신한 기획 상품을 내놓으며 팬들의 소비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시키고 있다. 경기를 이기면 좋지만 져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구장 문화가 형성돼 있다.
야구를 즐기는 방식은 다양하다. 성적에 민감하고 승리가 최우선인 팬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구장을 놀이공간 삼아 즐기는 팬들도 있다. 각기 다른 팬 성향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프로 스포츠의 본질은 결국 승리하는 것이다. 승자와 패자가 엄연히 갈리는 승부의 세계에서 자꾸 지는 팀은 존재 가치가 떨어진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간 한화의 가을야구는 2018년 단 한 번에 불과하다. 그 사이 무려 8번이나 순위표 맨 아래로 처져 ‘꼴찌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팬들이 떨어져 나가지 않고 오히려 확장된 것이 신기할 정도. 세상에 둘도 없는 팬들의 속을 더 이상 썩혀선 안 된다. 홈경기 매진 횟수(36)가 시즌 전체 승수(38)를 따라잡아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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