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유지서약'에 꽁꽁 숨은 축구협회? 박주호, 구자철, 박지성 모두 이름 걸었는데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20 조회
- 목록
본문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박주호 전(前) 대한축구협회(이하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을 필두로 이천수, 조원희, 이영표, 박지성까지 전 축구인들이 입을 모았다. 이 가운데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비판에 반발하는 '관계자 A, 또는 B'의 의견이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반응은 당연히 시원찮다. 격노한 축구팬들은 "켕기는 것이 뭐가 있어 떳떳하지 못하고 '익명' 뒤에 숨느냐"며 축구협회 관계자들을 질타하고 있다.
지난 19일 관계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 감사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이 취재진 앞에서 감사를 언급한 순간부터 감사가 확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장 차관은 전날인 18일 취재진들을 만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축구 대표팀 선임 논란과 관해 "많은 분들이 축구협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며 "감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축구협회는 지난 7일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 내정했다"고 공식보도한 뒤, 13일 홍 감독의 감독 선임을 공식화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석은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후 약 5개월 간 비어있었다. 축구협회는 당초 5월 안에 외인 감독 및 정식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공표했지만 지지부진한 협상력으로 큰 비판에 부딪혔다.
급하게 방향을 바꾼 축구협회는 황선홍 대전하나시티즌 감독과 김도훈 전 감독을 연속으로 임시 감독에 선임하며 A매치 대표팀을 '땜빵 운영' 했다.
감독 선임 작업은 계속해서 난항을 겪었다. 제시 마시 현 캐나다 대표팀 감독,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대표팀 감독 등이 후보군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는 셰놀 귀네슈 전 FC서울 감독이 한국행에 유독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축구협회 측에서 선호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대대적으로 퍼졌다.
여기에 더불어 지난 8일에는 박주호 축구협회 전 전력강화위원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 '캡틴 파추호'를 통해 축구협회의 비상식적인 행정절차를 하나하나 폭로했다.
그러자 축구협회는 '익명의 관계자'의 입을 빌어 박주호 전 위원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 반발은 되려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 이 발언으로 인해 박 전 위원의 내부고발에 오히려 힘이 실렸다. 박 전 위원의 발언이 허위였다면 명예훼손부터 내밀었어야 할 축구협회는 '비밀유지서약'을 거론하며 스스로 덫에 발을 내밀었다.
또 한 명의 '익명의 축구협회 관계자'는 "각 전력강화위원들은 비밀유지협약서에 서명하고 참여했는데, 박 전 위원만 채널 이익을 통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협회 내부에서 박 전 위원에게 법적 조치를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한준희 축구협회 부회장의 반대 의견으로 인해 무산됐다. 당시 한 부협회장은 "박 전 위원에게 조치를 내리려거든 떳떳하게 신분을 밝히라"고 축구협회 관계자들을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천수를 필두로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조원희, 구자철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축구계 거물들이 이름과 얼굴을 당당히 내걸고 박주호 전 위원을 지지하는 뜻을 밝혔다.
반면, 축구협회는 '쥐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았다. 박 전 위원에게 법적 조치를 시도할 경우 협회 측에서도 협회 내부의 모든 사정을 수면 위로 꺼내고 진흙탕 싸움을 벌일 각오를 해야한다.
이에 결국 지난 18일, 축구협회는 또 '익명의 관계자'의 입을 빌어 "박 전 위원의 발언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검토에 들어가긴 했으나 공식 대응은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박 전 위원에게서 되찾을 '명예'보다 축구협회의 내부 사정이 밖으로 나왔을 경우 드러나 잃을 것이 더욱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내부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행정도 행정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불어 언론과 접촉하는 '익명의 관계자'들에 의해 축구협회는 점점 더 신뢰를 잃는 중이다.
당초 지난 2월 벌어진 아시안컵 당시 A매치 대표팀 주장 손흥민을 필두로 한 고참과 이강인이 포함된 후배 라인의 갈등도 축구협회 측 '익명의 관계자'의 폭로로 이뤄졌다.
이 '익명의 관계자들'은 비밀이라는 든든한 갑옷을 두르고 작금의 사태에 대해 지속적으로 기름을 붓고있다. 한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태를 비판한 이영표, 박지성을 두고 "비겁한 사람"이라며 "축구협회는 오래전부터 이영표와 박지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저들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힘쓰기를 거부하고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 바 있다.
축구팬들의 시선은 매우 냉랭하다. 축구협회에 대한 비판을 제기한 축구인들은 모두 이름과 얼굴을 대중에 떳떳하게 드러낸 반면,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제대로 얼굴과 이름을 걸고 의견을 제시하는 이가 없었다.
언론 앞에 불가피하게 나서야 하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와 홍명보 대표팀 감독, 이 두 사람의 뒤에서 계속 침묵을 고수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제외하면 축구협회의 대다수의 의견은 이 '익명의 관계자'에 의해 거론됐다.
'비밀유지서약'은 실상 감독직 선임 과정 및 여타 행정에 대한 내부 회의에 한정된 조건이다. 그러나 현재 언론을 통해 반발의 목소리를 내는 축구협회 관계자들 대부분은 '비밀'에 싸여있다. 명목은 협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지만, 사실상 본인의 안위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축구협회 소속이던 박 전 위원이 신분을 드러내놓고 축구협회를 비판한 것, 한준희 부협회장이 "떳떳하면 신분을 내놓고 나서라"고 질타한 부분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것이다.
한 축구팬은 커뮤니티를 통해 "이 상황은 파면 팔수록 괴담이다"라며 "관계자들은 나이나 먹고 비겁하게 익명 뒤에 숨었다"고 축구협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팬 역시 "축구협회라는 이름 뒤에 숨지 말고 앞으로 나서라"고 해당 사태를 꼬집었다.
한편 지난 15일 출국한 홍명보 대표팀 신임 감독은 약 일주일 간 유럽에 머무르며 대표팀을 지도할 외인 코치 선임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진= MHN스포츠 DB,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캡틴 파추호' 채널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