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폭주’ 김서현은 혼자서 크는 게 아니다… 한화라는 ‘마을’이 품고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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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023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고 한화에 입단한 김서현(20)은 화려했던 불꽃만큼 부침도 심했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지며 화려하게 1군에 데뷔했지만, 이후 벽을 만난 뒤 좌절했다. 투구폼 교정 등 자신의 구위를 찾느라 사실상 1년의 시간을 좌충우돌했다.
그런 김서현은 김경문 감독 부임 이후 경기력에 점차 안정을 찾더니 올 시즌 좋은 성적으로 비로소 순항 궤도에 올랐다. 김서현은 16일 현재 시즌 21경기에서 21⅔이닝을 던지며 1패5홀드 평균자책점 1.25를 기록 중이다. 물론 경기마다 기복이 있고,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경기도 있지만 1.25라는 평균자책점은 그냥 새겨진 게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부임 이후 김서현을 1군에 등록하지 않더라도 선수단과 동행시켰다. 김 감독은 김서현이 추후 한화를 이끌어나갈 강력한 재능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어쩌면 선수단 동행은 ‘감독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었다. 김서현으로서는 안도감도, 때로는 동기부여도 생길 수 있는 여건이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김 감독은 7월 3일 김서현을 1군에 올려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서현은 7월 3일 이후 15경기에 나가 14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0.61, 피안타율은 0.184를 기록 중이다. 폼을 가지고 오랜 기간 씨름했던 김서현은 자신이 가장 좋았을 때의 폼으로 회귀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시속 160㎞에 이르는 강속구가 돌아왔다. 커맨드도 좋아졌다. 경기에 따라 커맨드가 좋지 않은 날도 있지만 그 기복도 줄었다. 좋은 날은 한가운데 넣어도 타자들이 치지 못할 정도로 공에 위력이 있다. 돌고 돌았지만, 늦지 않게 돌아왔다.
김 감독은 김서현이 자신감을 찾으면서 경기력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 감독은 “젊은 투수들은 자신감의 차이”라고 단언한다. 패기와 기세로 던지는 만큼 그 자신감의 유무가 베테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력에 더 큰 차이를 준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나도 볼넷이 많다고 들었는데 지금 그게 많이 없으니까 일단 나는 그게 좋다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이다. 맞지 말라고 내보내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지금 볼넷이 많이 줄어든 것을 굉장히 고무적이고 좋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어린 선수로 매력이 있다. 2,3루에 주자를 깔아놓고 그 점수를 막는 게 쉽지 않다”면서 김서현의 과정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그 자신감이 꼭 김서현 자신의 투구 내용에서만 오지는 않는다. 김서현도 올해 경기 내용이 완벽했던 건 아니다. 볼넷이 나올 때는 주자를 남겨두고 마운드를 내려올 때도 제법 있었다. 7월 3일 이후 김서현 스스로 11명의 승계주자 중 10명을 정리하는 대활약을 하기는 했지만, 8월 1일 kt전처럼 볼넷 세 개를 내주고 무사 만루에서 다음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긴 날도 있었다.
아마도 김서현 또한 적어도 1~2점의 자책점은 각오했을지 모른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이때 김서현이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해준 선배가 있었다. 팀의 마무리이자, 올해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뽑히는 주현상이 그 주인공이다. 주현상은 당시 무사 만루에서 실점 없이 세 타자를 정리하는 기염을 토한 끝에 김서현의 평균자책점을 지켜줬다. 투구 내용과 별개로 김서현의 평균자책점은 올라가지 않았다. 김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고, 해당일 부진을 깨끗하게 잊고 다음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경기는 물론 김서현까지 ‘세이브’한 주현상은 올해 분식회계를 모르는 불펜 투수다. 주현상은 올해 등판 시점에서 총 23명의 주자를 넘겨받았다. 이중 홈을 허용한 주자는 딱 1명, 승계주자 실점 허용률은 4.3%에 불과하다. 주현상 스스로도 불펜 투수로 뛴 만큼 주자를 깔고 내려오는 그 심정을 잘 안다. 주현상은 “모든 주자를 들여보내고 싶지 않다”면서도 “형보다 동생이 더 많기도 하고, 동생들 주자를 조금 더 막아내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막으면 팀이 이기니 팀 승리를 위해서 던지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다”고 단단한 각오를 드러냈다.
주현상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그리고 최근에는 팀 선배들이 모두 김서현의 울타리를 자처하는 경기 양상이다. 앞뒤에서 힘을 내주고, 야수들도 도와준다. 김 감독도 “자신이 맞고 내가 깔아놓은 주자를 선배가 막아주면 그날 잠자리와 식사가 달라진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천재는 홀로 크는 게 아닌, 그렇게 한화라는 마을 안에서 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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