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당구 스롱, 얼굴 왜 탔을까' 알고 보니 우승 원동력? "원래 까만데 2시간씩 햇빛 보며 뛰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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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도 감탄한 우승이었다.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우리금융캐피탈)가 2개 대회 연속이자 통산 9번째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올 시즌 여자부에서 단연 돋보이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스롱은 1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3차 투어 '올바른 카드생활 NH농협카드 PBA 채리티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김민아(NH농협카드)를 눌렀다. 세트 스코어 4 대 1로 우승을 확정했다.
시즌 2차 투어인 하나카드 챔피언십까지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등극했다. 스롱은 통산 9번째 우승으로 여자부 통산 우승 1위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의 15회와 격차를 좁혔다.
특히 스롱은 1990년생 동갑내기 친구이자 천적인 김민아를 넘었다. 김민아는 2022-23시즌 하나카드 챔피언십과 2023-24시즌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결승에서 스롱을 연파하며 상대 전적 2승 무패를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스롱은 1세트부터 연속 5점을 몰아치는 등 장타 능력을 뽐내며 기선을 잡았다. 김민아도 2세트를 6이닝 만에 따내며 16강전에서 김가영을 꺾은 기세를 이었다.
스롱은 그러나 3세트를 11 대 5(7이닝)로 따낸 데 이어 4세트 초구에 2뱅크 샷 등 5점 장타를 재현했다. 7이닝째 1뱅크 넣어치기 샷으로 11점을 완성했다. 5세트에도 스롱은 4 대 6으로 뒤진 3이닝째 비껴치기와 1뱅크 넣어치기 등 무려 7점을 터뜨리며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경기 후 김민아가 "5세트 시작하고 4점을 쳤는데 2번의 큐에 끝나서 아쉬웠다"면서 "스롱이 정신 차릴 시간을 안 주는 것 같았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경기는 79분 만에 끝났는데 올 시즌 개막전에서 김가영이 차유람(휴온스)을 상대로 거둔 역대 여자부 결승 최단 시간 기록(76분)보다 불과 3분이 많았을 뿐이었다.
김민아는 "스롱은 항상 경기에 몰입돼 있는 자세가 일정하다"면서 "그런데 오늘은 예전보다 공이 다듬어진 느낌, 키스 등 진로에 대해 생각하고 치는 느낌"이라고 비교했다. 이어 "내가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정리정돈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스롱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경기 후 스롱은 "같은 팀 주장 엄상필 오빠의 추천으로 새 레슨 코치(임철)에게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스롱은 "사실 뱅크 샷을 잘 배우지 못해 남자 선수들이 보면 '공짜인데' 하는 배치를 아깝게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런데 약 4개월 정도 배우니까 조금 감이 오는 것 같고, 그 전에는 그림만 생각했는데 이제 내 몸과 마음에 느낌이 온다"고 설명했다.
엄상필의 조언도 컸다는 스롱이다. 팀 리그를 하면서 4시즌째 호흡을 맞춘 엄상필에 대해 스롱은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면 매번 같은 경기를 하지만 승패에 관계 없이 배운 것처럼만 하면 바꿀 수 있다고 조언해줬다"면서 "이번 대회에서도 나는 경기가 안 풀리면 힘주고 치려 하는데 상필 오빠는 '힘 빼고 배운 대로 치라'고 해줬다"고 전했다.
김민아가 정리정돈이 됐다고 하는 점이다. 스롱은 "예전에는 힘으로 때렸다면 지금은 슥슥 잘 밀어넣으려고 한다"면서 "공이 가는 확률이 높아졌고, 이 부분을 극복하면 당구가 늘었다 얘기를 들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로크를 부드럽게 바꾸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스롱은 올 시즌 얼굴이 탔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었다. 스롱은 "원래 까매요, 화장품 좋은 거 지원해주세요"라고 농담을 하면서도 "2시간씩 열심히 뛰고 있는데 효과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일부러 햇빛을 보면서 뛰면 기운을 받는 것 같다"면서 "피부는 신경 안 쓰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지난 시즌 스롱은 무관에 그쳤다. 고국 캄보디아 현지에서 남편의 사업이 난항을 겪는 등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스롱은 지난 2차전 우승 뒤 심적 부담을 털어놨다고 선언했다. 이날도 스롱은 "남편과 봉사 등 무거운 거 다 내려놨다"면서 "일이 있어도 천천히 내려놓고 있다"고 전했다.
조급한 승부욕도 어느 정도 버렸다. 스롱은 "상대 선수에게 기회를 내주면 끝나는 상황이 많아 예전에는 어떻게든 이기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꼈다"고 돌아보면서 "그런데 상대방이 많이 쳐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보자 하니 기회가 오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힘든가, 나를 이기기도 힘든데 상대를 어떻게 이기나"고 반문하면서 "당구를 떠나 멘털적으로 잘 싸우려고 했다"고 비결을 전했다.
엄상필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엄상필은 이날 스롱의 결승에 앞선 남자부 8강전에서 '베트남 강호' 마민껌(NH농협카드)을 3 대 1로 꺾었다. 11일 4강에서 승리하면 결승까지 치르게 된다.
스롱은 "4시즌을 같이 하면서 매일 밥을 먹으며 훈련을 같이 한다"면서 "원래 잘 치는 선수인데 우승 기운을 받아서 한번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과연 스롱의 기세가 주장에게도 전해져 동반 우승으로 이어질까.
고양=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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