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전 감독 "한국 축구, 선수들 좀 지원해달라" 했지만...바뀐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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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차기 감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으나, 한국 축구는 오로지 돈이다. (선수들에 대한) 협회 지원이 좀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 떠나기 전 파울루 벤투 전(前) 한국 대표팀 감독이 남긴 말이다.
지난 13일, 홍명보 전 울산 HD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됐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자리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경질된 후 5개월 가량 비어있었다. 5월 안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겠다던 축구협회는 7월 13일이 되어서야 홍명보 감독을 프로팀에서 빼돌려 새로운 사령탑으로 세우며 큰 비난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졸속 행정처리와 폐쇄적인 협회 내부 현황이 모두 공개되며 축구협회는 정부 관계자들의 눈에도 올랐다.
지난 19일 뉴시스 보도에 의하면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기초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문제점이 발견돼 감사로 전환하게 됐다"며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한 후 홍명보 감독 선임과정과 축구협회의 재정 및 운영 상태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전날인 18일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 역시 취재진을 만나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축구 대표팀 선임 논란과 관해 "많은 분들이 축구협회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한다"며 "감사를 통해 국민들의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발등에 불이 놓인 축구협회는 지난 22일 부랴부랴 해명문을 내놓았다. 보기 드문 장문으로 열렬히 작성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홍명보 감독이 별 준비 과정도, 최소한의 면접 절차도 없이 감독직에 올랐다는 사실을 자인한 꼴이 됐다.
축구협회의 가장 기본적인 본질은 축구대표팀 선수단을 안전하게 운영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팬들이 해외 경험이 풍부한 명장을 외치는 것도 결국은 선수단을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그러나 협회는 하나부터 열까지 선수 보호는 눈 밖의 일로 뒀다. 이는 지난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었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귀국 후 인터뷰에서 뼈저리게 드러난다. 당시 벤투 전 감독은 "차기 감독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으나, 한국 축구는 오로지 돈"이라며 "(선수들에 대한) 협회 지원이 좀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한국 축구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협회의 졸속 행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벤투 전 감독의 후임으로 온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나태한 업무 태도와 겹쳐져 협회의 무능력함이 올해 2월 아시안컵에서 폭발했다. 지난 2월 13일, 영국 매체인 '더 선'은 별안간 한국 축구 대표팀의 불화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당시 손흥민을 포함한 고참 선수단과 이강인을 포함한 후배 선수들이 식사 시간에 갈등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선수들의 갈등을 오히려 인정하고, 더 상세하게 진술했다. 축구협회의 모든 관계자는 익명이라는 철갑 뒤에서 말을 흘렸다.
더러는 경질된 클린스만 전 감독이 해외 매체를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해 비난조의 인터뷰를 다수 내놓았지만 강경한 대응 하나 내놓지 못했다.
그리고 대표팀 선수단이 한국에 돌아왔을 때, 축구협회는 이강인이 대국민 사과를 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는 '강제가 아니냐'는 의혹에 "이강인의 자의"라며 또 한번 어린 선수 뒤에 숨었다. 반면 축구협회 관계자는 아무도 전면에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놓고 나서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다.
손흥민이 같은 팀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로부터 인종차별성 발언을 들었을 때도 축구협회는 요지부동이었다. 외려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손흥민을 감싸고 목소리를 냈다.
황희찬이 지난 16일 이탈리아 코모 1907과 연습경기를 하던 도중 '재키 찬'이라는 인총자별적 발언을 들었을 때에야 FIFA에 공식 서한을 보냈다는 SNS 게시글 하나를 느지막하게 올린 것이 전부다.
그리고 이제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내세워 유럽 각지에 있는 선수단과 독대를 실시했다. 명목은 외인 코치 2명(전술 1명, 피지컬 1명) 선임 작업을 위해 나선 것이다. 그러나 손흥민이 있는 런던, 김민재(뮌헨)와 이재성(마인츠)가 있는 독일,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이 있는 세르비아로 옮겨다니며 선수단과 만나는데 시간을 더욱 많이 썼다.
대표팀 선수들은 홍 감독에게서 팀의 중심과 분위기를 잘 잡아달라는 부탁과 당부를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진다. 이처럼 축구협회의 '난장 행정' 속에서 버티는 것은 또 다시 선수들의 몫이 됐다.
한편 코치 선임 작업 후 선수단 면담까지 마친 홍명보 대표팀 신임 감독은 오는 24일 귀국길에 오른다. 다만 공항 인터뷰 등 일체 미디어 접촉은 없다.
사진= MHN스포츠 DB, 대한축구협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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