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튀는 안세영? 시대 따라가지 못한 협회? 쟁점은 '이것' [스한 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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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8월5일(이하 한국시간) 저녁, 국민 대부분은 안세영에 미쳤었다. 안세영이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에서 허빙자오(중국)를 상대로 2-0(21-13 21-16)으로 승리하며 금메달을 따냈기 때문.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방수현 이후 그동안 한국 배드민턴 선수 그 누구도 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적이 없다. 특히 26년 만에 금메달을 딴 안세영은 방수현도 해내지 못한 '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대업도 이뤄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안세영은 금메달 기자회견에서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충격 발언을 했다. 이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안세영의 갈등은 전국민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협회는 A4 10장짜리 '해명문'까지 내며 안세영의 말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안세영과 협회는 무엇이 문제일까. 쟁점을 알아본다.
▶안세영 : 부상 배려-실력에 맞는 경제적 보상
안세영이 금메달 기자회견에서 가장 먼저 말한 포인트는 '부상 배려'였다.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제가 부상을 겪는 상황과 그 순간에 너무 많은 실망을 해서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안세영은 금메달을 딴 직후 가장 고마운 사람으로 한수정 트레이너를 꼽았다. 안세영이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큰 무릎 부상을 당한 이후 한 트레이너 덕분에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한 트레이너는 협회와 계약 문제로 올림픽 현장에 가지도 못했다. 선수가 최고로 여기는 부상 관리와 인력 구성을 해주지 못했다는 것.
부상과 컨디션을 이유로 국외 이동 때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요구했지만 거절되고, 부상 회복에 전념해야하는데 해묵은 선후배 문화로 '기본'을 해야 했던 것을 힘들어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세계 랭킹 1위에 한국 배드민턴 간판으로 올라섰음에도 그에 따른 경제적 보상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국가대표는 협회가 지정한 경기복과 용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과 선수 개인의 스폰서 계약은 한 곳만 허용하고 표기도 우측 옷깃으로 정해 놨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선수에게 가장 큰 '개인 스폰서' 유치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실업배드민턴연맹의 선수 계약 관리규정에는 연봉도 정해 놨다. 고등학교 졸업 선수의 계약금은 7년간 최고 1억원을 초과할 수 없고 첫해 연봉도 최고 50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여기에 3년간 연봉 인상률은 7%로 제한되어 있어 실질적으로 자율적 연봉 계약은 3년 이후부터 가능하다.
사실상 소속팀 연봉과 개인 스폰서 하나 정도를 제외하곤 경제적 보상을 누릴 곳이 없는 현 상황이 세계 배드민턴 최강자의 선수가 누릴 전부인가에 대해 비판이 거세고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 안세영에게만 '특혜' NO
배드민턴협회는 '부상 관리 소홀'에 대해 "충분한 휴식을 줬지만 안세영이 원해서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외 대회 중 부상으로 조기귀국을 요청했을 때 코치진이 거부한 것에 대해선 "당시 한국을 가도 주말이라 진료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안세영을 위해 한수정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파리 올림픽에도 한의사를 파견했다는 것.
이외에도 계약과 연봉 등은 정해진 규정이기에 안세영을 위해 바꾸기 힘들다는 입장. 이런 것들을 풀어주면 협회의 국가대표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
그 외에도 협회는 타 종목과 마찬가지 규정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축구, 야구 등도 신인 선수들의 연봉제한, 의무 계약 기간 등이 존재한다. 또한 국가대표의 경우 지급된 용품만 쓰고 유니폼에 개인 스폰서를 부착할 수 없기도 하다.
▶시대 역행인가 특혜 요구인가
결국 쟁점은 안세영의 특혜 요구인지 배드민턴협회의 시대착오적 역행 행정인지다. 일단 협회는 신인연봉·계약금 상한제를 약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보여주기식 대처가 아닌가하는 비판이 뒤따른다.
안세영은 지난해 연봉과 상금을 포함해 약 9억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는데 배드민턴 정도 되는 세계적인 스포츠 세계 1위가 고작 이정도만 버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몇 백억원을 버는 손흥민, 류현진은 아니라도 제한된 규정이 옭아맬 경우 해외 이적, 귀화 등 최악의 선택지가 고려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협회 입장에서는 국내에서 생활체육 종목 정도인 배드민턴이 '메이저' 종목이 아닌 상황에서 제한된 예산 내 국가대표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즉 '어쩔 수 없이 제한'을 뒀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 종목 최대 협회인 대한축구협회보다 많은 40명의 임원을 둔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정작 임원들이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 스폰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기이한 구조다. 또한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 '담당 지도자 허가 없이는 훈련 불참·훈련장 이탈 불가' 등의 내용을 국가대표 운영 지침에 추가해 현대 사회에 역행하는 행정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세영 측은 자신의 논란으로 인해 이후 올림픽 활약 선수들이 조명 받지 못하자 '축하가 모두 끝난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세영의 한마디에 정치권이 나서고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감사에 나서기도 했다.
과연 안세영 사태는 어떻게 종료될까. 특혜를 요구한 개인의 일탈로 마무리될까, 아니면 시대를 역행하는 협회를 뒤바꾸는 계기로 남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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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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