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의 순간적 착각, 한화에 왜 페디가 있는 거야… 한화 5강 도전 에이스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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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에릭 페디(31·세인트루이스)는 지난해 NC에 입단해 KBO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투수다. 시즌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0의 대활약을 선보였다. 시즌 뒤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에 계약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워싱턴의 대박 기대주에서 실패하고 잊힌 유망주로 전락한 페디는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자신의 운동 방법과 피치 아스널을 싹 바꿨다. 신체적으로 더 강화한 뒤, 스위퍼를 새로운 구종으로 본격 추가하며 그간의 패턴에 변화를 줬다. 미국에 계속 남아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다면 아마도 그 달라진 점을 십분 적용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KBO리그는 자신에게 시즌 30경기 이상의 충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다. 페디는 마음껏 실험했고, 그 성과를 확인했다.
페디는 시속 150㎞가 넘는 강력한 싱커(투심패스트볼)와 그 반대로 움직이는 스위퍼로 대박을 쳤다. 페디의 스위퍼는 우타자가 볼 때는 머리 위에서 날아오는 듯하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맹렬하게 돌아나갔다. 우타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런데 한화 팬들은 23일 잠실 두산전에서 마치 페디가 푸른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지는 듯한 순간적인 착각을 받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새 외국인 에이스 라이언 와이스(28)가 잠깐 그 느낌을 줬다.
와이스는 이날 최고 시속 153㎞, 평균 151㎞의 강력한 패스트볼에 스위퍼를 곁들여 대활약을 펼쳤다. 패스트볼과 스위퍼 모두 제구가 잘 되면서 스트라이크 비율이 매우 높았다. 가뜩이나 큰 키에 와일드한 투구폼, 여기에 횡적인 움직임이 제법 큰 패스트볼을 던지는데 스위퍼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맹렬하게 움직였다. 기본적으로 콘택트를 하기가 쉽지 않은 궤적이었다.
스위퍼가 크게 돌아나가고 제구가 안 되거나 미리 꺾이면 사실 타자로서는 안 건드리면 되니 볼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와이스의 스위퍼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바깥으로 휘어져 나갔다. 특히 2S에 몰린 상황에서는 방망이가 안 따라 나올 수 없었던 셈이다. 여기에 커브도 던진다. 스위퍼와 커브는 거의 같은 위치에서 다른 궤적으로 떨어질 때가 서로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와이스의 최근 세 경기 투구가 그랬다. 이날 와이스의 투구는 이 선수가 가장 좋을 때의 고점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근래 들어 감을 찾은 이후로는 이닝이터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부상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로 데려왔지만, 아예 정식 계약을 준 뒤로는 와이스의 책임감과 안정감이 더 좋아졌다. 와이스 스스로도 팀의 5강 진입을 위해 더 큰 책임감이 생겼다고 자신한다. 와이스는 10일 키움전에서 7이닝 3실점(2자책점), 16일 SSG전에서 6⅔이닝 12탈삼진 1실점, 그리고 23일 두산전에서는 6이닝 3피안타 6탈삼진 1실점으로 잘 던지며 호조를 이어 갔다.
아직 나이도 20대 후반이라 체력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다. 언제든지 100구 이상을 던질 수 있다고 자신한다. 5강 진입을 노리는 한화로서는 적당한 타이밍을 보고 와이스를 최대한 끌어 쓸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매번 나흘 휴식 후 등판은 어렵지만,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나 순위 싸움에 특별히 더 중요한 맞대결의 경우는 와이스 카드를 만지작거릴 법도하다.
와이스로서도 팀과 재계약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되길 희망하고, 그 다음을 생각하겠다는 것이다. 한화와 5위 kt의 경기차는 2경기다. 와이스가 핵심 퍼즐로 떠올랐다. 일단 나가면 팀이 이기는 핵심 퍼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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