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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의 직설] 진천선수촌 같은 곳, 미국·일본엔 없다…한국 국대들은 '유복한 환경'에서 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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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규의 직설] 진천선수촌 같은 곳, 미국·일본엔 없다…한국 국대들은 '유복한 환경'에서 운동한다




[손태규의 직설] 진천선수촌 같은 곳, 미국·일본엔 없다…한국 국대들은 '유복한 환경'에서 운동한다




진천선수촌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국가대표 선수 훈련장으로 꼽힌다. 그 덕분인가?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많은 메달을 땄다. 그러나 진천선수촌은 요즘 세태와는 동떨어진 관리를 한다고 욕먹는다. 어린 선수들에게는 견디기 어려운 외로운 곳이라는 불평도 듣는다. 선수들을 위한 최고 시설이 일부 선수들에게는 배척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는 아무리 올림픽 메달도 좋지만 국민세금으로 일부 선수들만을 위한 거대한 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스포츠에 지나치게 많은 정부예산을 들인다는 지적이다.

과연 다른 나라는 어떤가? 파리올림픽에서 세계 3강은 미국, 중국, 일본. 중국은 정부가 스포츠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공산주의 국가라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미국·일본의 국가대표 훈련시설과의 비교를 통해 진천선수촌이 얼마나 독특한 곳인지를 알 수 있다.

[손태규의 직설] 진천선수촌 같은 곳, 미국·일본엔 없다…한국 국대들은 '유복한 환경'에서 운동한다




미국·일본 모두 국가대표들이 연중 합숙 훈련하는 선수촌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마디로 진천선수촌 같은 곳은 두 나라에 없다. 미국은 운영 면에서, 일본은 시설 면에서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진천은 미국과 일본의 선수들이나 체육 관계자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꿈의 선수촌이라 할만하다.

진천선수촌은 5,130억 원을 들여 2017년 문을 열었다. 이전 태릉선수촌의 3배 수준. 159만㎡ 부지에 21개의 훈련시설, 823개실의 선수 숙소 등을 갖추고 있다. 1년에 1,500억 원 안팎의 예산을 쓰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체육 예산 가운데 진천선수촌 등 국가대표 선수를 위한 전문체육 분야 예산은 4,349억 원.

■미국 올림픽위원회는 정부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음을 자랑한다

미국은 진천선수촌 못지않은 훌륭한 시설들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시설 운영뿐 아니라 국가대표들의 올림픽 출전에도 국가 지원이 전혀 없다. 대한민국 등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미국은 정부 내에 ‘체육부’와 같은 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라는 원칙을 따른 것. 스포츠를 국민 의식을 흐리게 하는 정치도구로 악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가대표를 지원하는 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는 비영리 법인. 일부 패럴림픽 군사프로그램 외에 연방정부로부터 한 푼의 돈도 받지 않는다. 모든 예산은 오로지 민간 자금으로 메꾼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한푼 두푼 기부한 돈과 스포츠 관련 기업들의 후원금이 전체 예산의 큰 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올림픽위원회는 대단한 자부심으로 “미국 국가대표는 자랑스러운 팬 친화”임을 내세운다.

정부 지원 대신 올림픽위원회는 미국 내 올림픽 방송권과 올림픽 관련 상표·이미지·용어 사용을 허가할 수 있는 독점권을 가진다. 이 권리를 후원사에 허가해 수익을 올린다. 특히 국가대표 훈련 시설들을 예산 마련에 충분히 활용한다. 미국 선수촌들은 진천선수촌처럼 닫힌 공간이 아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반인들도 활용할 수 있는 올림픽 훈련 시설. 학생들의 훈련캠프 등 스포츠 활동, 결혼식, 세미나 등 각종 행사를 위한 장소로 이용된다. 관광자원으로도 명소. 입장료를 내면 훈련 중인 국가대표들을 볼 수 있다. 대화할 기회도 있다. 국가대표 관련 상품 판매도 한다.

올림픽위원회는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 뉴욕 주 레이크플래시드, 캘리포니아 주 출라비스타 등 세 곳에 올림픽 훈련 시설을 운영한다. 그러나 출라비스타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1달러로 시 정부에 판 뒤 100억 원가량의 운영비 대부분은 여전히 위원회가 지원한다.

콜로라도스프링스는 가장 먼저 1978년 건설된 시설. 1966년 개장한 태릉선수촌보다 한참 늦었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국가대표 선수들에 많은 지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수영장, 실내 사격장, 벨로드롬, 스포츠 과학 연구소 등이 있다. 1982년 세워진 레이크플래시드는 겨울 스포츠를 위한 시설. 아이스하키/피겨 스케이팅 경기장, 봅슬레이 트랙 등이 있다. 그러나 태권도, 카누와 카약 등의 선수들도 자주 훈련하는 곳. 출라비스타에는 양궁, 축구, 육상 등의 연습장과 지원 시설이 있다. 미국 양궁의 본거지다.

그러나 3곳의 훈련장을 합쳐도 진천선수촌 크기에는 한참 못 미친다.

미국 올림픽위원회는 23년 3,500억 원가량을 벌었으나 400억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방송 중계료로 이를 메꾼다. 이 수익은 한국 문체부가 진천선수촌과 국가대표 등에 지원하는 것보다 1000억 원가량 적다.

2023년의 경우 50달러부터 시작하는 개인기부가 640억 원이었다. 그러니 올림픽위원회는 “기부금의 100%가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을 실현하는 데 쓰인다”고 자랑한다. 정부 지원이 없는 한계가 있으니 지원이 충분하지는 않을 터. 그럼에도 올림픽위원회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온갖 노력으로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40개를 포함 메달 126개를 따도록 국가대표를 키웠다.

미국 국가대표의 70%가 대학 학위를 갖고 있다. 그 가운데 57%는 연간 수입이 6750만 원 이하이다. 43%는 스포츠와 관련 없는 분야에서 시간제 또는 정규직으로 일한다. 미국 국가대표 상당수가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 운동만 하면서 안정된 수입을 얻는 직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과 많이 다르다. 파리의 남자양궁에서 은메달을 딴 브래디 앨리슨이 “미국에서 양궁만으로 밥벌이를 하는 선수는 나밖에 없다”라고 한 말을 한국선수들은 곰곰이 새길 필요가 있다.

■일본 선수촌은 진천의 26분의 1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진천선수촌과 같은 일본의 ‘국립훈련센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위해 370억 엔을 들여 정부가 세웠다. 태릉선수촌보다 40여년 늦었다. 2019년 확장했다. 일본올림픽위원회가 운영한다. 미국과는 달리 위원회 전체 예산의 40%가량이 정부 보조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설은 ‘아지노모토 국립훈련센터’라 불린다. 올림픽위원회가 운영비용을 위해 유명 조미료회사인 아지노모토에 이름 사용권을 팔았기 때문이다.

‘아지노모토 국립훈련센터’는 도쿄 도심의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다. 옹색해 보인다. 전체 면적은 6만여㎡. 지상 3층과 6층의 건물 2동, 육상훈련장, 실내테니스 장등이 있다. 진천선수촌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작다. 26분의 1 규모. 접근성은 좋으나 주변이 주거지라 훈련에 전념하기 쉽지 않은 환경. 그래도 일본 선수들은 파리에서 금메달 20개 등 45개 메달을 땄다.

한국보다 경제력이 나은 미국·일본의 국가대표 선수촌 사정은 한국에 비해 상당히 좋지 않다. 그런데도 두 나라는 파리에서 한국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 한국 선수들과 체육관계자들은 두 나라보다 훨씬 유복하고 안정된 환경에 있다. 국민들이 관대한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도 더 많은 관심·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진천선수촌에도 불평·불만이 많다. 적절한가?

이제 선수촌을 미국처럼 독립 운영을 하게 할 것인가, 일본처럼 규모를 줄일 것인가? 깊이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손태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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