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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다 싶었는데…" 한화-LG 둘 다 귀신에 홀렸나, 죽다 살아난 김태연 '센스&허슬'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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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 그야말로 우당탕탕,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한 번의 플레이에 양 팀이 기록되지 않은 실수를 주고받았다. 

지난 14일 프로야구 대전 LG-한화전. 한화가 4-5로 뒤진 8회말 무사 1,2루에서 상황이 발생했다. 한화 타자 채은성이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LG 투수 김영준의 초구를 밀어쳐 1~2루 사이를 지나가는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타구 속도가 느렸고, 1루 주자 노시환과 2루 주자 김태연 둘 다 투베이스를 노리며 전력 질주했다. 하지만 김재걸 한화 3루 베이스코치가 김태연을 향해 멈춤 사인을 보냈다. LG가 전진 수비를 한 상태라 홈 승부가 될 수 있다고 본 듯했다. 무사였기 때문에 무리할 것 없이 안전하게 가는 것도 방법이었다. 

김태연은 3루를 지난 뒤 김재걸 코치의 사인을 보고선 속도를 죽여 멈췄다. 그런데 2루를 지나 3루로 달리던 노시환이 고개를 돌려 타구 쪽을 보면서 뛰느라 김 코치 사인을 놓쳤고, 앞 주자 김태연을 체크하지 못했다. 3루에서 노시환과 김태연이 겹치는 상황이 됐다. 

노시환의 본헤드 플레이로 김태연이 3루에서 꼼짝 없이 런다운에 걸리는 듯했다. 그런데 여기서 LG도 무언가에 홀린 듯 본헤드 플레이를 했다. 우익수 홍창기가 홈으로 던지지 않고 2루 근처에 있던 유격수 오지환에게 공을 전달한 것이다. 그러자 잠시 멈칫했던 김태연이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하곤 홈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LG 수비가 이 상황을 놓쳤고, 홈에 송구조차 못했는데 김태연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온몸을 날려 홈플레이트를 쓸었다. 그렇게 5-5 동점이 됐다. 

홈에 들어온 김태연은 한동안 그 자리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는데 얼굴이 땅에 쓸린 탓이었다. 워낙 급박한 상황에 온힘을 다해 몸을 내던지다 보니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고, 서로 본헤드 플레이를 주고받는 혼란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은 김태연의 빠른 판단과 센스, 몸을 사리지 않은 투혼이 빛났다. 

경기 후 김태연은 “주루코치님이 멈추셔서 섰다. 그런데 뒤를 보니 (노)시환이가 3루까지 거의 다 왔길래 ‘큰일났다’ 싶었다. 그 상황에 LG 우익수 (홍)창기형이 2루로 던지는 걸 보고 다시 홈으로 뛰었다. 2루에서 홈으로 공이 올 거라고 생각해서 슬라이딩했다. 땅에 얼굴이 쓸려서 아팠는데 지금은 괜찮다”고 말했다.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안타를 만든 채은성도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다. 채은성은 “난 3루 상황을 못 봤다. 시환이가 3루로 뛰는 걸 보고 (김태연은) 당연히 홈에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우익수 창기도 홈으로 던지지 않더라”며 “1루에서 장비를 풀고 있는데 갑자기 ‘와와와’ 하길래 보니 그제야 (김태연이) 홈에 들어갔더라”고 돌아봤다. 

이어 채은성은 “타구가 느리기도 했고, 시환이가 3루로 갔으니 창기는 당연히 (김태연이) 홈에 들어갔다고 생각해서 홈을 안 본 것 같다”고 상황을 해석했다. 결과적으로 노시환의 주루가 의도치 않게 홍창기를 현혹시키며 또 다른 본헤드 플레이를 유도한 셈이다. 혼돈의 상황에서 김태연이 침착하게 판단해 동점 득점을 올렸고, 한화가 분위기를 탔다. 

계속된 무사 1,3루에서 LG 투수 김영준의 폭투로 노시환이 홈에 들어와 6-5 역전에 성공한 한화는 이원석의 좌전 적시타, 장진혁의 우측 1타점 2루타, 이도윤의 좌전 적시타가 연이어 폭발했다. 8회말에만 타자 일순으로 6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9-5 역전승, 3연패 사슬을 끊었다. 

반면 LG는 8회말 상대 주루 미스를 잡아내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만약 거기서 홍창기가 홈으로 송구하거나 내야진이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면 김태연을 런다운으로 잡을 수 있었다. 그러면 한화의 추격 분위기가 끊기고, 5-4로 리드한 LG는 1사 1,3루나 1사 2,3루로 상황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모두가 뭔가 홀린 듯 상황을 놓쳤고, 역전패로 5연승을 마감했다. 그나마 1위 KIA가 고척 키움전에서 9회말 최주환에게 끝내기 홈런 맞고 1-2로 패배, LG로선 4경기차 2위를 유지한 게 다행이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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