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훈련 덕”… 안세영 폭로에 체육회장 발언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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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대한배드민턴협회 비판과 맞물려 수시로 ‘해병대 정신’을 강조해온 대한체육회장의 과거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안세영은 5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우승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협회의 선수 관리 시스템과 훈련 방식의 비합리성을 비판했다.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친 뒤 협회의 안일한 대처 탓에 적절한 치료와 휴식을 보장받지 못하고 장기간 부상을 안은 채 경기를 뛰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후 과학적 훈련법이나 체계적인 선수 건강 관리보다 ‘강인한 정신력’을 강조해 온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대한체육회는 대한배드민턴협회를 비롯해 각 종목 협회들의 상위 단체다.
이 회장이 ‘해병대 정신’을 처음 거론한 건 대한민국 선수단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정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 10월이었다. 그는 아시안게임 성적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에서 “내년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촌하기 전에 모두 해병대 극기훈련을 받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대표팀 성적 부진 원인이 정신력 부족 탓이라고 진단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요즘 선수들은 새벽 운동을 안 하려고 한다”며 “강제적으로 하게 할 수도 없다. 이게 심화하면 인권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이 회장은 실행에 옮겼다. 지난해 12월 15개 종목 국가대표 선수 400여명이 경북 포항 해병 1사단에서 진행된 ‘원 팀 코리아’ 캠프에 입소해 2박3일 일정을 소화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대한체육회는 극한의 체력 훈련이 아닌 강연 위주로 정신력 강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캠프 참가 명단 확정과 세부 계획 등에 대한 공문이 입소 5일 전에야 선수 측에 전달되는 등 행사 진행 전반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이 대한체육회의 금메달 목표치인 5개를 일찌감치 뛰어넘자 이 회장은 “해병대 훈련 덕분에 ‘원팀 코리아’ 문화가 생겼다”고 자평했다. 대한체육회의 판세 분석 실패를 ‘목표 초과 달성’이라는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세영의 폭로는 이 회장이 자화자찬한 지 불과 나흘 뒤 터져나왔다. 정치권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 진종오 의원은 “용기 있는 폭로를 절대 유야무야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이날 파리 코리아하우스에서 예정됐던 배드민턴 대표팀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 불참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천양우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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