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출신도 단번에 알아본 그 재능… 포스트 양현종, 이제는 ‘포스트’ 딱지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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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의 오키나와 마무리캠프가 시작된 지 불과 세 번째 날이었다. 올해 KIA 퓨처스팀(2군)에 합류한 타카하시 켄 코치에게 “누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나”고 물었다. 보통은 “아직 선수들을 많이 보지 못해…”라는 대답이 돌아오지만, 타카하시 코치는 웃으며 이의리(23·KIA)의 이름을 단번에 꺼내 들었다.
타카하시 코치는 일본과 미국에서 성공적인 선수 생활을 했다. 일본프로야구 통산 70승을 거둔 좌완이었고, 선수 생활 말년에는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도전해 경기에 나선 적이 있다. 은퇴 후에는 한신 2군 투수 코치를 시작으로 히로시마에서는 1군 투수 코치도 역임하며 명망을 쌓았다. 그리고 올해 KIA에 왔고, 오키나와에서 KIA 선수들을 처음 만났다.
물론 마무리캠프가 아직 덜 완성된 2군 혹은 1.5군 선수 위주다보니 1군 선수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재능인 이의리가 눈에 확 들어왔을 수는 있다. 그러나 타카하시 코치는 꼭 그것 뿐만은 아니라고 했다. 전체적인 투구폼이나 힘에서 확실히 최고 레벨 투수와 같은 느낌을 준다고 했다. 일본에서 수많은 좌완을 봐왔을 텐데, 이의리의 재능과 완성도는 확실히 특별했던 것이다.
타카하시 코치는 “캐치볼을 처음 봤을 때부터 인상적이었다. 팔을 들고 때리는 것을 봤을 때 좀 다르다, 좀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어보였다. 놀라서 주위에 수소문해보니 이미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WBC에도 나간 선수였다. 역시나라고 싶었다. 굳이 이의리 특유의 시속 150㎞의 강한 공을 보지 않아도 캐치볼 때부터 다름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의리는 차세대 대표팀의 좌완 에이스감으로 손꼽힌다. 일단 좌완으로 150㎞ 이상, 그것도 수직무브먼트가 리그 톱클래스인 공을 던진다. 슬라이더·체인지업 등 던질 수 있는 구종 자체도 많은 편이다. 제구가 되는 이의리는 국제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제구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2024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올해 복귀해 큰 기대를 모은 이의리였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성공이라는 단어를 쟁취하지는 못했다.
타카하시 코치는 이의리의 제구 난조가 고쳐질 성격의 것이라 믿는다. 그는 “손끝으로 하려는 것 같은데 하체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도 던지는 것이 달라질 수 있다. 하체에 따라서 팔이 따라오는 느낌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고 짚었다. 하체로 이미 스트라이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제구가 흔들려도 기본적인 영점이 받쳐주니 손끝의 미세한 감각만 조정하면 된다.
이의리도 지금 그런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1군 주전 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이번 마무리캠프에 온 것도 그 과정을 위해서다. 올해 많은 이닝을 던진 건 아니라 힘은 남아 있다. 타카하시 코치와 함께 밸런스를 조정하고, 불펜 피칭에서 그 성과물을 확인하며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계속 보완하고 반복하며 내년에는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시즌에 돌입한다는 각오다.

이의리는 첫 불펜 이후 “처음 시도하는데 힘을 쓸 수 있는 부분을 체크해봤다. 아직 다리를 들 때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오지만, 세트 포지션에서는 느낌이 나와서 굉장히 만족했다. 코치님께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면서 자기 것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면서 “투구시 몸이 회전할 때 ‘뭔가 팔로만 가는 느낌보다 회전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나도 그 부분에 되게 동의한다. 그 부분을 찾으면 자연스럽게 제구도 좋아질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타카하시 코치의 칭찬에 기분은 좋다. 그러나 그것에 만족할 수는 없다. 이의리는 “그럴 나이는 조금 지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코치님께서 그렇게 좋게 생각해주시는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끔 하기 위해 지금 마무리캠프에 왔다. 내년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다짐했다. 재능, 유망주라는 단어에 머물지 않고 실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이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면 언젠가는 그 자리를 대신할 누군가에게 시선이 옮겨갈 것을 잘 안다. 이의리에게 그래서 2026년은 굉장히 중요하다. 개인의 자기 만족, 팀의 반등, 더 나아가 아시안게임 발탁 여부까지 많은 것이 달렸다. 다만 이의리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조금은 내려놓고 가겠다고 했다. 이의리는 “욕심은 있지만 크게 의식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고 있다”고 내년을 바라봤다. ‘포스트 양현종’이라는 수식어에서 ‘포스트’를 떼내야 이의리도, 팀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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