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중국을 위한, 중국에 의한 월드컵 되나…AFC도 강력 반대 "이러다 본선에 132개국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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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윤준석 기자)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전례 없는 '64개국'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되며, 전 세계 축구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이 공식적으로 제안한 이번 확대안은 축구의 세계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 축구계에서는 강한 반발이 이어지는 중이다.
중국을 비롯해 일부 축구 비강국들은 확대에 따른 본선 진출 가능성에 희망을 걸고 있지만 각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4월 11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80차 CONMEBOL 총회에서 나왔다. 알레한드로 도밍게스 CONMEBOL 회장이 이날 FIFA에 2030년 월드컵을 '64개국 체제'로 확대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12일(한국시간)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제안은 2030년 월드컵이 최초 개최 100주년을 맞이하는 특별한 대회라는 점에서 나왔다.
도밍게스 회장은 "100년은 단 한 번뿐"이라며, "지구상의 그 누구도 이 축제에서 소외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제안을 두고 "전 세계 축구 팬이 월드컵을 함께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상징적 조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번 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월드컵은 기존 32개국 64경기 체제에서 64개국 128경기 체제로 두 배 가까이 커지게 된다. 이미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48개국이 참가하고 104경기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2030년 대회는 이를 넘어서는 초대형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년 월드컵은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가 본선 대부분을 개최하고, 개막전은 1930년 첫 월드컵 개최국인 우루과이와 인근 국가인 아르헨티나, 파라과이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총 6개국, 3개 대륙에 걸쳐 분산 개최되는 최초의 대회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가 난 이후, 이 같은 확대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로코 월드 뉴스'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 셰이크 살만 빈 이브라힘 알 칼리파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35차 AFC 총회에서 CONMEBOL의 제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프랑스 언론사 'AFP'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제안에 대해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2030년 대회는 이미 48개국 체제로 확정된 만큼, 논의는 끝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참가국 수 확대가 계속 허용되면, 앞으로 132개국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이런 식이면 대회는 결국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AFC의 반대 입장은 단순한 숫자 문제가 아니다. 셰이크 살만 회장은 "월드컵의 규모가 커질수록 경기력 수준이 떨어질 수 있으며, 각 대륙의 예선전 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며 대회의 질적 하락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월드사커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축구연맹(UEFA) 역시 CONMEBOL의 제안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알렉산더 체페린 UEFA 회장은 "이 제안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고, 나는 결코 좋은 생각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런 방식은 월드컵 본선의 질을 낮추고, 유럽 예선의 의미마저 흐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FIFA 이사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기 전까지 유럽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절차적 투명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FIFA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미 논의가 시작된 분위기다. 매체에 따르면, FIFA 사무총장 마티아스 그라프스트롬은 "모든 제안은 검토 대상이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FIFA의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 역시 이번 제안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인 바 있다. 그는 "100주년이라는 이례적인 이정표를 기념할 기회"라고 언급하며, 확대 논의에 열린 입장을 내비쳤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미 2017년, 48개국 체제를 단일 의결로 통과시킨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그의 리더십 아래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번 논의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 현재 2026년 아시아 지역 3차 예선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중국은 내년에 펼쳐질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매우 낮다.
조별리그 C조에서 2승 6패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어, 조 3~4위가 출전할 기회를 가지는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64개국 체제로 확대될 경우, 아시아에 배정되는 본선 티켓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국뿐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축구 인프라 확장 중인 국가들에겐 절호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자국 내 월드컵 유치를 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FIFA의 다수 후원사도 중국 및 중동계 기업인 점을 고려할 때, FIFA가 이들 국가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CONMEBOL의 64개국 확대 제안은 오는 5월 15일 파라과이에서 열리는 FIFA 제 75회차 총회에서 공식 논의될 예정이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이번 회의가 월드컵 역사상 또 하나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FIFA가 중국, 중동 기업들의 스폰서를 유치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확대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대편에서는 "대회의 상징성과 규모에 집착하다 보면, 결국 월드컵 고유의 경쟁력과 감동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결국, FIFA가 선택해야 할 것은 '양'이 아닌 '질'이어야 할 것이다. 월드컵이 세계인의 축제이자, 최고의 축구 대회로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그 해답은 몇 주 후 파라과이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모로코월드뉴스/월드사커토크/BBC/연합뉴스
윤준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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