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팅 혐의로 선수 102명 무더기 징계, 국가대표 선수도 포함...튀르키예 축구, 너희가 리그냐 [더게이트 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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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축구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심판 65%가 도박 계정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난 지 보름 만에 이번엔 선수 102명이 베팅 혐의로 징계를 받았다. 튀르키예축구협회(TFF) 프로축구징계위원회(PFDK)는 14일(한국시간) 1·2부 리그 선수 102명에게 45일에서 1년까지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징계 대상은 1부 리그 슈퍼리그 선수 25명, 2부 리그 선수 77명이다. 4연패를 노리는 갈라타사라이 수비수 에렌 엘말르도 이름을 올렸다. 엘말르는 이달 열리는 월드컵 예선 스페인전과 불가리아전을 앞두고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됐다. 징계 기간은 45일이다.

같은 팀 메테한 발타치는 9개월 출전 정지를 받았다. 갈라타사라이 유스 출신으로 현재 삼순스포르에서 뛰는 미드필더 세릴 윅셀도 45일 징계를 받았다.

엘말르는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해명 글을 올렸다. "약 5년 전 우리 팀이 아닌 다른 팀 경기에 베팅한 기록 때문에 내 이름이 포함됐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그 이후 베팅을 한 적도 없고 이 문제와 어떤 관련도 없다는 주장이다.

엘말르는 이번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15경기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발타치는 교체 출전 2경기에 그쳤다. 갈라타사라이는 "민감한 과정을 세심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입장만 냈다.

3·4부 리그는 중단, FIFA에 이적 기간 연장 요청

튀르키예축구협회는 11일 베팅 조사 과정에서 1024명의 선수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축구 경기에 베팅한 사실이 확인된 선수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는 내용이었다. 사흘 만에 102명에 대한 징계가 확정된 셈이다.

1·2부 리그 경기는 징계에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3·4부 리그는 2주간 중단됐다. 선수 공백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튀르키예축구협회는 FIFA에 겨울 이적 시장 외에 추가로 15일간 이적 및 선수 등록 기간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징계로 뚫린 선수단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다. UEFA 역시 튀르키예축구협회와 접촉 중이다.

지난 10월 튀르키예축구협회는 심판 149명을 베팅 스캔들 연루 혐의로 징계했다. 8개월에서 1년 출전 정지 처분이었다. 3명의 심판에 대해선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 한 달 만에 이번엔 선수 100명 이상이 징계를 받았다. 튀르키예축구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갈라타사라이는 현재 12경기를 치른 슈퍼리그 1위다. 터키 대표팀은 유로 2024에서 8강까지 올랐고, 2032년 유럽선수권대회를 이탈리아와 공동 개최한다. 수도 이스탄불은 UEFA로부터 유럽 클럽 대회 결승전 개최지로 선정됐다. 하지만 심판과 선수 수백 명이 베팅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터키 축구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FIFA 윤리 강령은 관계자의 도박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심판, 선수, 축구 관계자는 축구 경기나 대회와 관련된 베팅, 도박, 복권 등 유사 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금지된다. 위반 시 최소 10만 스위스프랑(약 1억5687만원) 벌금과 최대 3년 출전 금지다.

튀르키예는 2011년 대형 승부조작 사건을 겪었다. 페네르바체, 베식타스, 트라브존스포르 등 명문 구단들이 연루됐고, 구단주와 감독 등 고위 간부 30명이 구속됐다. 페네르바체는 우승팀이었지만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로부터 14년이 흐른 지금, 터키 축구는 또다시 도박 스캔들에 휩싸였다.

심판 149명에 이어 선수 102명까지. 숫자만 봐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튀르키예축구협회는 '터키 축구의 정의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리그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도박에 연루된 심판들이 호루라기를 불고, 베팅 기록이 있는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누가 믿을 수 있을까. 터키 축구의 신뢰 회복,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