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잘리는 건가” 해설위원까지 울린 눈물 인터뷰…‘LG→한화’ 2차드래프트 신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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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이후광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사연 많은 우완투수 이상규(28)가 지난날의 좌절과 아픔을 씻고 1553일 만에 감격의 승리를 맛봤다.
이상규는 지난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14차전에 구원 등판해 2이닝 무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21구 역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팀의 짜릿한 7-6 역전승을 이끈 값진 구원승이었다.
이상규는 6-6으로 팽팽히 맞선 9회말 무사 1루에서 황준서에 이어 팀의 8번째 투수로 마운드를 밟았다. 투수 교체는 적중했다. 대타 김재호의 희생번트에 이어 양의지를 자동고의4구로 거른 가운데 양석환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태근을 3루수 땅볼로 잡고 연장 승부를 알렸다.
한화는 10회초 1루수 양석환의 포구 실책으로 맞이한 1사 2루 찬스에서 김태연이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리며 7-6 리드를 잡았다. 마운드는 이미 박상원, 이민우, 한승혁, 김서현, 주현상 등 필승조를 소진한 상태였고,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는 10회말 또한 이상규에게 맡기는 결단을 내렸다.
한때 LG 마무리를 맡았던 경험이 도움이 됐을까. 이상규는 선두타자 강승호와 전민재를 연달아 삼진 처리한 뒤 서예일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고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포수 최재훈이 뒤쪽 그물 앞에서 타구를 잡고 경기를 끝내자 두 팔을 들어 올린 뒤 포효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LG 시절이었던 2020년 5월 24일 잠실 KT 위즈전 이후 무려 1553일 만에 맛본 값진 승리였다.
이상규는 경기 후 방송사 수훈선수 인터뷰에서 눈물을 왈칵 쏟으며 그 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짐작케 했다. 과거 LG 시절 이상규를 지도했던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눈물을 훔치며 옛 제자와 승리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
경기 후 만난 이상규에게 눈물의 의미를 묻자 “이상훈 위원님이 ‘지금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보셔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LG 시절 마무리 보직을 맡았을 때는 팬들이 많이 없어서 오늘 같은 느낌을 못 받았는데 역시 한화 팬들이 열정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응원곡 가사처럼 정말 행복하게 응원해주셔서 너무 설렜다”라고 답했다.
호투의 공은 포수 최재훈과 코칭스태프에게 돌렸다. 이상규는 “최재훈 형이 너무 잘해주셨다. 강력하게 사인을 내주셔서 그거에 맞게 던지려고 했다. 내 공이 좋았다기보다 포수가 하라는 대로만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며 “감독님, 코치님은 자신감 있게 던지라는 조언을 해주셨다. 나한테 결과를 바라는 게 아니니 그저 자신감만 갖고 던지라고 하셨다”라고 말했다.
필승조를 모두 소진한 상태에서 10회초 1점의 리드를 지켜내야 했던 이상규. 어깨에 힘이 들어가진 않았을까. 그는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고, 그 동안 내 공을 못 던진 날이 많아서 내 공을 던지자는 생각만 했다. 그래서 이렇게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상규에게 승리를 확정 지은 순간 가장 생각난 사람이 누구였냐고 물었다. 그는 “감독님, 코치님이 기용해주셨기 때문에 그에 대한 보답을 하는 게 당연했다. 너무 감사드린다”라며 “지난번 류현진 선배의 승리를 한 번 날려서 감독님, 코치님께 다시 믿음을 드리고 싶었는데 오늘 드디어 해냈다”라고 후련한 미소를 지었다.
이상규는 청원고를 나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 2차 7라운드 70순위로 프로에 입성했다. 2019년이 돼서야 1군에 데뷔한 그가 이름 석 자를 알린 건 2020년이었다. 고우석이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임시 마무리를 맡는 등 1군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며 28경기 2승 3패 4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68을 남겼다.
이상규의 활약은 그 때가 마지막이었다. 점차 1군에서 설 자리를 잃으며 2021년 7경기 평균자책점 9.00, 2023년 8경기 2.35에 그쳤고, 작년 11월 개최된 KBO 2차 드래프트에서 LG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대신 전체 2순위로 한화 지명을 받고 서울을 떠나 대전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이상규는 지난 2월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 당시 필승조 재목으로 주목받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대전과 서산을 자주 오가며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다. 한때 신분이 육성선수로 바뀌며 은퇴 기로에 서기도 했다.
이상규는 “2차 드래프트 때도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LG 보호선수에서 제외돼서 많이 슬펐다”라며 “한화에 와서도 한차례 육성선수가 됐기 때문에 실패할 거라는 생각이 좀 컸다. ‘나도 이제 잘리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런 걸 다 극복하고 많은 팬들 앞에서 이런 일이 생겨서 색다른 느낌이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이날 호투를 펼쳤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이상규는 늘 그랬듯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한화에서의 첫 시즌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는 “나는 필승조 보직을 생각하지 않는다. 마운드에서 던지라고 하면 그저 씩씩하게 던질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건 지속성과 꾸준함이다. 오늘만 이러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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