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3년차, 김태균 넘어 이제 이승엽 전설 도전… KBO 역사에 남을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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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광주, 김태우 기자] 지난 8월 15일 고척 키움전에서 시즌 30호 홈런을 치며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 클럽 가입이라는 대업을 세운 김도영(21·KIA)은 자연스럽게 나오는 40-40에 대한 이야기에 싱겁게 대답했다. 의식하지 않는다고 했다. 말투는 가식이 아니었다.
김도영은 “도루 40개 채우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30-30까지는 시즌을 계속 치르다보면 언젠가는 할 페이스였다. 그래서 김도영도 의식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40-40은 가장 좋을 때의 페이스로 봐도 할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할지 알 수 없는 간당간당한 수준이었다. 김도영도 별다른 욕심 없이 30-30 달성에 만족하는 어투였다. 오히려 의식할 경우 남은 시즌에 장애물만 될 수 있었다.
오히려 조금 떨어진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게 더 급했다. 김도영은 30번째 홈런을 칠 때도 타격감이 정점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떨어져 있는 상태고, 원래 모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도영은 8월 8일 광주 kt전부터 8월 21일 광주 롯데전까지 10경기에서 홈런 두 개를 쳤지만 타율은 0.231에 머물렀다. 볼넷 7개를 고르는 동안 삼진은 15개 당했다. 8월 15일부터 21일까지 5경기 연속 2삼진 이상 경기를 하기도 했다.
타격 선택을 다소 머뭇거리고, 특정 코스에 약점을 보이는 등 김도영이 안 좋을 때 모습이 그대로 나오곤 했다. 2루타 이상 장타는 4개로 타율과 장타 생산이 모두 떨어졌다. 40-40이 문제가 아니라 시즌 막바지 찾아온 이 고비를 이겨내야 정규시즌의 화려한 완주는 물론 가장 중요한 무대인 포스트시즌에서 활약할 수 있었다.
다만 그와 별개로 기록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김도영은 21일까지 시즌 31홈런, 34도루를 기록했다. 22일 광주 롯데전에서는 홈런 하나와 도루 하나를 추가했다. 우선 도루가 먼저 나왔다. 첫 타석에서 롯데 선발 찰리 반즈의 슬라이더에 속아 삼진을 당한 김도영은 0-4로 뒤진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선두 타자로 나서 볼넷을 골랐다.
소크라테스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난 가운데 나성범 타석에서 도루를 시도했다. 이를 간파한 반즈가 1루로 공을 던졌다. 보통 선수라면 2루에서 아웃이지만, 김도영의 폭발적인 주력은 이를 가볍게 무시했다. 김도영은 1루수의 2루 송구보다 먼저 베이스에 들어갔다. 시즌 35번째 도루가 기록됐다. 김도영은 2사 후 이우성의 2루타 때 홈을 밟아 시즌 112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김도영은 경기 후 이 도루 상황에 대해 "볼넷으로 출루하고 어떻게든 득점권 상황을 만들기 위해 도루를 했다. 견제에 걸려도 스타트만 빠르게 가져가면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마침 견제에 걸렸지만 스타트가 좋아 도루에 성공했던 것 같다. (오늘 3득점 했는데) 득점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일단 출루하면 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주루플레이에 신경쓰고 있다. 그게 팀이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2-4로 뒤진 6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서 홈런을 때렸다. 반즈와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김도영은 6구째 체인지업이 실투로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이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을 기록했다. 실투라고 해도 반즈의 공이 만만한 게 아닌데 이를 폭발적인 임팩트로 넘겨버렸다. 시즌 32번째 홈런이었다.
김도영은 이에 대해 "홈런 타석에서는 딱히 구종을 노린 것은 아니었다. 그 타석에서 감이 좋아 자신감이 있었고, 존을 지키면서 배트를 내고 있었는데 마침 실투가 들어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전승을 거두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단 모두가 한 게임 한 게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간절하게 플레이했기 때문에 오늘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면서 "연일 무더위가 이어져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햇빛을 덜 보고 수분 보충을 잘 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자려고도 하고 있다. 팀이 70승 선점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선수단 모두가 이루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남은 경기에서도 지금처럼 플레이하며 팀 승리를 쌓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BO리그 역사상 고졸 3년차 이하 시즌에 32개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딱 하나, '전설적인 홈런왕' 이승엽 현 두산 감독밖에 없다. 이 감독은 3년차였던 1997년 32홈런을 쳤다. 김태균이 3년차였던 2003년 31개의 홈런을 쳤는데 김도영이 김태균을 넘어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남은 경기를 고려하면 이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김도영의 도루 페이스는 산술적으로 42.7개 수준, 홈런 페이스는 39개 수준이다. 시즌 마지막으로 갈수록 도루 시도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보이나 성공률이 92%를 넘는 만큼 그래도 5개는 채울 가능성이 있다. 홈런의 경우는 장담할 수 없지만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홈런은 큰 가뭄 없이 꾸준하게 나오는 만큼 시즌 막판 레이스를 기대해 볼 만하다. 40-40을 의식하지 않아도, 타격감을 찾아가려는 그 노력이 이어진다면 본의 아니게(?) 대기록에 접근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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