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두산 유니폼으로 은퇴하고 싶었다”…펑펑 울고 큰절 올린 니퍼트, 영원한 1선발로 기억되리 [오!쎈 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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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잠실, 이후광 기자] 2024년 9월 14일. ‘장수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두산 베어스의 영원한 1선발로 팬들의 기억 속에 각인됐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4일 잠실 KT 위즈전을 2-1 승리로 마친 뒤 그라운드에서 ‘니느님’ 니퍼트 은퇴식을 개최했다.
두산은 당초 2020시즌 개막전에서 니퍼트 은퇴식을 개최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플랜이 무산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은퇴식을 검토하다가 은퇴 후 6년이 지난 이날 니퍼트와 공식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은퇴식의 테마는 ‘REMEMBER THE ACE’였다. 니퍼트가 두산 팬들에게 영원한 에이스로 기억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경기에 앞서 사인회로 팬들과 만난 니퍼트는 잠실구장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하며 ‘영원한 파트너’ 양의지와 오랜 만에 배터리호흡을 이뤘다. 니퍼트는 시구를 마친 뒤 시타에 나선 멜 로하스 주니어(KT 위즈), 포수 양의지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니퍼트는 1회초 수비가 끝난 뒤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공수교대 시 선수단 하이파이브’를 재현했다. 이닝이 끝나자 더그아웃에서 나와 동료들과 도열한 뒤 수비를 마치고 들어오는 선수들을 한 명씩 격려했다.
다음 순서는 클리닝타임 때 펼쳐졌다. KT는 주장 박경수와 오재일, 두산은 김재호, 김강률이 포수 뒤 그라운드로 나와 니퍼트에게 기념 액자를 선물하고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KT는 선수들 사인이 담긴 홈 유니폼 상의를 선물했고, 두산은 양의지와 니퍼트가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사진 위에 선수들이 메시지를 직접 썼다. 양의지는 “나의 가족 니퍼트 I LOVE YOU”, 김재호는 “항상 팀과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합니다. 사랑해요 더스틴”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경기가 끝난 뒤 잠실구장이 암전되고, 본격적인 니퍼트 은퇴식이 시작됐다. 니퍼트 은퇴식의 메인 행사 키워드는 Debut, Dedicate, Drama, Destiny, Dear 순으로 구성됐다. 각 키워드에 맞춰 제작한 헌정 영상과 함께 은퇴식이 진행됐다.
2015년, 2016년 우승을 함께한 김재호, 허경민, 정수빈의 꽃다발 전달을 시작으로 2016년 우승을 함께한 김재환과 판타스틱4의 일원이었던 유희관이 깜짝 게스트로 등장해 꽃다발을 전달했고, 영혼의 배터리 양의지가 나와 니퍼트와 함께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마음을 나눴다.
니퍼트는 팬과 선수단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할 때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잘 추스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낭독을 마친 니퍼트는 마운드 위에서 큰절을 올리며 팬들을 향한 감사를 표했다. 이후 동료들과의 기념촬영 및 헹가래를 거쳐 준비된 오픈카를 타고 잠실구장을 한바퀴 돌며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니퍼트는 2011시즌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입성해 2018시즌까지 8년 동안 214경기 102승 5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했다. 역대 최장수 외국인선수인 동시에 유일한 100승-1000탈삼진 달성자로 남아있다.
니퍼트는 2016시즌 28경기 22승 3패 평균자책점 2.95를 기록하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고, 2022년 외국인투수 중 유일하게 프로야구 40주년 레전드 올스타에 선정됐다. 기록 이외에도 언제나 팀을 먼저 생각하는 ‘워크 에식’ 및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들이 더해져 팬들로부터 ‘니느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니퍼트는 2018시즌 KT로 이적해 29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4.25를 남기고 은퇴를 선언했다.
다음은 니퍼트의 편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 야구장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중요한 세부 사항을 놓치지 않도록 영어로 연설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퇴는 기본적으로 작별 인사를 하거나, 직장을 떠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저에게 야구는 직업인 동시에 언제나 제 삶의 일부일 것입니다. 그래서 작별 인사 대신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들, 케이든, 오브리, 리바이, 오웬에게는 미안함을 전합니다. 지난 몇 년간 저는 많은 것들을 놓쳤지만, 아이들은 저를 응원해주고 사랑을 보내줬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사랑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며, 아이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만회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합니다.
제 아내 선희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야구선수와 결혼하는 것과 그 결혼생활 자체가 쉽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제 아내는 저를 지지해줬습니다. 제가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지 언제나 알고 있었습니다. 여보, 고맙고 사랑해요!
두산 베어스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2011년 계약 이전까지 저는 KBO리그나 두산 베어스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양측 모두 우리가 어떤 일을 해낼지 전혀 몰랐지만, 8년을 함께한 지금 돌이켜보면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두산에서 첫 시즌을 보낸 뒤 저는 앞으로 다른 팀에서 뛰고 싶지 않았습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선수생활을 마무리하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2011년 첫 시즌 후 13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제가 입고 있는 두산 베어스 유니폼이 마지막 유니폼이 될 것입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KT 위즈에도 감사합니다. 2017시즌이 끝나고 두산을 떠났을 때 저는 좌절한 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선수로서 충분히 뛸 수 있었고, 여전히 경기에 나서고 싶었을 때 KT가 저를 도와줬습니다. 제가 나이가 많은 선수임을 알았음에도 여전히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믿어줬습니다. KT가 없었다면 외국인선수 최초의 100승-1000탈삼진 기록도 없었을 것입니다. 함께한 시간이 1년뿐이라 아쉽지만, 제 곁에 아무도 없을 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사람들은 제가 두산 2년차 때 통역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이제 '남현'과 ‘용환’을 친구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남현과 용환은 제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던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는 제가 편안함을 느끼도록 확신을 줬고, 제가 필요한 모든 것들을 해줬습니다. 남현과 용환을 비롯한 모든 통역분들의 우정이 제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저를 위해 해준 모든 것들에 얼마나 감사하는지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제 팀원들입니다! 여러분은 저의 전부입니다. 첫날부터 저를 두 팔 벌려 환영해줬고, 가족처럼 대해줘 감사합니다. 제 등 뒤를 지켜주며 허슬 넘치는 플레이만을 보여준 점에 감사합니다. 제가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제 투구가 여러분 모두를 자랑스럽게 만들었길 바랍니다. 팀원들이 없었다면 저는 아무 것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제가 등판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저는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양의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요. 간단하게, 양의지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의 제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감사하다는 표현으로는 제 마음을 전하기에 부족하고 또 부족할 것입니다. 투수들은 함께 하는 포수의 능력만큼 활약합니다. 양의지와 호흡을 맞춘 것은 행운입니다. 양의지와 함께 상대 라인업을 분석하던 모습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입니다. 고마워 내 형제여!
끝으로 팬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우리가 사랑하는 야구를 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KBO리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팬들의 야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경기 승패와 관계없이 언제나 꿋꿋하게 저를 응원해줬습니다. 저의 뒤에서 제가 더 나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매일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여러분은 제 마음 속에 영원히 함께할 것입니다.
팬이 없는 나는 없습니다. 팀원이 없는 나는 없습니다. 가족이 없는 나는 없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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