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작심 발언 통했다' 개인 스폰서 풀린다…남은 건 韓 배드민턴 권력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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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에서 불거진 안세영(삼성생명)의 작심 발언이 결국 통했다. 선수의 개인 후원을 규제하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규정이 개정될 전망이다.
협회 김택규 회장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국가대표 선수들이 협회의 공식 후원사의 용품만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규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개정 의사를 밝혔다.
민 의원은 "안세영 선수 본인은 (발바닥 염증이) 신발 때문이라고 한다"면서 "다른 나라들은 예외 규정을 두는데 왜 협회는 예외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 회장은 일단 후원사와 계약, 이에 따른 규정을 이유로 들었다.
협회는 요넥스와 오는 2026년까지 공식 후원 계약했다. 라켓과 신발, 유니폼 등 10억 원 규모의 용품과 현금 등 매년 50억 원 가까운 지원을 받는다.
다만 성인 및 상비군, 주니어 대표팀은 요넥스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만약 선수들이 다른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면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실제로 이전 후원사였던 빅터는 이런 이유 등으로 2018년 협회에 대한 1년 약 45억 원 규모의 지원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요넥스가 절반 수준의 계약 조건으로 후원사가 됐고, 이후 현재 규모의 지원으로 재계약했다.
당초 김 회장은 난색을 드러냈지만 민 의원의 거듭된 요구에 규정 개정의 뜻을 밝혔다. 민 의원이 "선수가 신발이 안 맞아 불편을 호소하는데 회장이 풀어줄 생각을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타를 이어가자 김 회장은 "후원사와 계약이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했지만 결국 "규정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협회는 요넥스 일본 본사와 후원 계약을 했다. 국내 업체라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지만 해외 기업이라 계약 조건 변경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요넥스코리아 관계자는 "최고 스타인 안세영이 다른 업체와 계약한다면 지원액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300명에 이르는 전체 대표팀의 국제 대회 출전 경비 등을 지원해야 하는 협회가 그동안 규정 개정에 난색을 표했던 이유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가 협회의 규정 개정에 다른 손실을 보전해줄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문체부 유인촌 장관은 지난 2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개인 후원과 관련한 협회에 대한 지원 감소에 대해 국고 보조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에 김 회장의 국회 발언까지 안세영이 원했던 개인 후원의 길이 열린 셈이다. 안세영은 지난달 5일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뒤 협회와 대표팀 운영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또 선수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개인 스폰서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여자 단식 세계 랭킹 1위이자 최고 스타인 안세영은 약 5년 100억 원의 시장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세계 10위권 밖인 푸살라 신두(인도)는 전성기가 지났어도 자국 내 인기가 높아 광고 및 후원 등으로 지난해 710만 달러(약 92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남자 단식 올림픽 2연패를 이룬 빅토르 악셀센(덴마크)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로 이주해 따로 훈련하면서 각종 후원으로 수백만 달러를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규정에 묶여 있는 안세영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안세영 개인 후원 문제는 일단락이 된 모양새지만 협회 패권을 둘러싼 갈등은 남아 있다. 안세영의 발언을 계기로 현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인사들이 김 회장을 비롯한 협회 핵심 인물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현 집행부를 옹호하는 시도 협회장들은 "특정 기득권 세력의 잘못된 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 22일 협회 이사 14명은 김 회장과 김종웅 전무이사, 박계옥 감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에 23일 15개 시·도 배드민턴협회장과 중고배드민턴연맹 회장 등 16명은 김 회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잘못됐다고 성명서를 배포하며 맞불을 놨다.
이날 국회에서도 이런 양상이 벌어졌다. 김 회장은 문체부 조사 결과 횡령·배임죄 적용 가능성이 제기된 '페이백'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김 회장이 지난해 협회 승강제 리그 사업에 쓰일 셔틀콕을 요넥스에서 구매하면서 '페이백' 개념으로 1억5000만 원 규모의 물품을 추가로 받아 임의로 배분했다는 의혹으로 현 집행부를 반대하는 측에서 제보했을 가능성이 적잖다.
김 회장은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해선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페이백이 아닌 후원 물품으로 (기존에도) 협회가 후원 물품을 (장부에) 등재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물품의 지역별 편차에 대해서는 "리그 사업의 52% 정도를 전남, 전북, 충남이 했기 때문에 거기에 차등을 두고 지급했다"면서 "올해는 균등하게 지급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다.
동시에 차윤숙 협회 이사와 전경훈 실업연맹 회장은 국회에서 김 회장을 비판했다. 차 이사는 "페이백 논란에 대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신고한 적 있고 문의도 했었는데 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후진 행정으로 선수 보호도 못 하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전 회장도 "파리올림픽에는 생활 체육인만 4명 갔고 엘리트 대표인 저는 초청받지 못했다"면서 "협회장은 생활 체육과 엘리트를 다 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바른 방향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엘리트 인사 등 터줏대감들 때문에 협회가 더 발전을 못 한다"면서 "이사회에서 (안건) 하나를 통과하지 못했고, 임원이 비즈니스석 타는 것도 없애려고 했는데 없앨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회장은 동호인 출신으로 고(故) 박기현 회장의 뒤를 이어 협회를 맡았다. 일부 엘리트 인사들은 김 회장의 당선을 도왔지만 이후 협회 행정에 대한 권한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이 올해로 임기를 마치는 가운데 차기 협회장을 놓고 배드민턴계의 분열 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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