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억 어쩌나' 토트넘, 손흥민과 1년 동행…"연장 옵션 발동" 재계약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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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토트넘 홋스퍼는 일단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는 대신 기존 손흥민의 계약 조건에 포함되어 있는 1년 연장 옵션을 발동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모양이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토트넘은 조만간 손흥민과의 계약을 1년 연장할 계획이다. 다만 재계약이 아닌 연장 옵션 발동. 손해를 좀처럼 보지 않으려는 토트넘의 행정 방향성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결정이지만, 구단의 레전드들에게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는 데에 인색한 토트넘의 특징이 드러나는 선택이기도 하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 소속이자 토트넘 전담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알레스데어 골드는 25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조건에 있는 연장 옵션을 발동시켜 손흥민과의 동행을 1년 더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드는 토트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언론인으로, 토트넘 관련 소식에서는 높은 공신력을 자랑한다. 또한 현지에서는 이전부터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 연장 옵션을 발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골드가 보도한 소식이 빗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다른 영국 매체 '이브닝 스탠더드'의 토트넘 전담 기자인 댄 킬패트릭 역시 "토트넘은 팀의 주장인 손흥민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을 발동할 예정"이라며 "손흥민의 계약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만료되지만, 토트넘은 계약 기간을 12개월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다. 손흥민은 계약을 연장해 토트넘에서 11번째 시즌을 보내게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토트넘이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는 대신 연장 옵션을 발동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는 이전부터 나왔던 내용이다. 지난 6월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토트넘이 손흥민과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하는 걸 고려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손흥민의 재계약 여부는 토트넘 팬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구단의 리빙 레전드이자 32세의 나이에도 팀에서 에이스 노릇을 하고 있는 손흥민을 두고 토트넘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건 이상한 현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뜨거운 관심에 비해 토트넘의 태도는 상당히 미온적이었다. 손흥민의 계약 만료까지 1년도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손흥민과 적극적으로 재계약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물론 여기에는 손흥민에게 1년 연장 옵션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27일 열리는 카라바흐FK와의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1라운드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아직까지 토트넘과 재계약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나와 토트넘은 아직 아무런 대화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내가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지금 나이가 되면 매 순간이 목표가 된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우리가 많은 대회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유독 이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했다.
토트넘은 아직까지 자신에게 재계약 관련 언질을 주지 않았지만, 손흥민 본인은 여전히 토트넘 선수이기 때문에 팀의 목표 달성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말이었다. 손흥민의 프로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계속해서 "나는 지금의 상황, 그리고 이번 시즌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내가 원하는 건 이 클럽과 선수들, 그리고 모두가 원하는 걸 얻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노력하는 이유다"라면서 재계약과 같은 경기 외적인 문제들을 떠나 모두가 바라는 토트넘의 우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또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이 클럽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생각이다. 내가 토트넘에서 뛴지 거의 10년이 되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면서 "중요한 것은 내가 아직 토트넘과 계약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나는 내 계약이 끝날 때까지 모든 걸 바치고 싶다"고 했다.
앞서 손흥민은 최근 토트넘 팬들과 마주했던 팬 포럼 행사에서도 재계약 관련 질문에 비슷한 뉘앙스의 답변을 했다.
당시 그는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를 아는 건 불가능하다"면서 "난 아직 토트넘과 계약이 남아 있다. 내가 여기에서 뛴지 10년이 됐는데, 여러분들은 내가 토트넘에서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손흥민은 "하지만 축구에서 우리의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단지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오직 승리다"라며 기자회견 때와 마찬가지로 미래는 모르지만 자신은 당장 이번 시즌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그러면서도 "언젠가 내가 이 구단을 떠나는 날이 오더라도 여러분 모두가 웃길 바라고, 모두가 나를 레전드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이별이라는 선택지를 열어두고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
물론 계약을 1년 연장하면 손흥민은 당장 토트넘과의 동행을 이어갈 수 있지만, 토트넘이 손흥민의 계약을 연장하는 의도는 확실하게 파악하기 힘들다. 최근 두 시즌 연속 사우디아라비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손흥민을 매각할 때 이적료를 받기 위한 선택으로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재계약 없이 2025-26시즌을 끝으로 동행을 마치더라도 토트넘이 그간 레전드들에게 썩 좋은 대우를 해준 팀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손흥민과 토트넘의 마지막도 좋게 끝날 거라고 확신하기는 힘들다.
토트넘은 구단에서 오랫동안 뛰면서 2010년대 황금기를 이끈 베테랑 수비수 얀 베르통언(벨기에)과 작별할 당시 선수단의 싸인이 담긴 액자와 기념 시계를 손에 쥐어주고 보내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오랜 기간 주장으로 헌신하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토트넘과 결별한 위고 요리스의 마지막 역시 좋지 않게 끝났다.
손흥민은 지난해 여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구단에서 거액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발롱도르 수상자 카림 벤제마가 활약하고 있는 알 이티하드에서 4년간 총액 1억6000만 유로, 한화로 2383억원이 가장 합리적인 제안으로 분석된다. 손흥민이 지금까지 10년간 토트넘에서 받았던 연봉의 2배에 달하는 돈을 뿌리쳤는데 토트넘은 일단 1년 연장 옵션을 제시한 셈이다.
그런 사정을 모르는 듯 토트넘은 손흥민을 일단 1년 더 지금 가격에 쓰겠다는 생각만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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