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정해영, 구속 저하까지…KIA, 보직 변경 '칼' 빼 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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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긴 휴식도, 코칭스태프 교체도 소용이 없다. KIA 타이거즈 클로저 정해영(24)이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팀 입장에서도 보직 변경 등의 '극약처방'을 고민할 때가 됐다.
KIA는 지난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3-4로 패했다.
뼈아픈 패배였다. 1-2로 뒤지던 KIA는 9회초 패트릭 위즈덤의 동점 솔로홈런에 이어 김태군의 역전 1타점 2루타로 경기를 뒤집었다. 상대 마무리 김택연을 두들겼기에 기분 좋은 역전승을 기대할 만했다.
하지만 9회말 등판한 정해영이 또다시 흔들렸다. 정해영은 첫 타자 박준순을 범타 처리했지만, 김기연에게 안타를 맞은 뒤 제이크 케이브에게 연거푸 네 개의 볼을 던졌다.
이동걸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 이야기를 나눴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해영은 안재석에게 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닝이 다 끝나지 않은 채 마운드를 내려오는, 마무리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강판이었다.
팀이 이겼다면 다행이었겠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구원 등판한 조상우가 대타 김인태에게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재역전패했다.
KIA는 앞서 15일 두산전에서도 9회말 1점 차의 리드를 정해영이 지키지 못한 뒤 연장 11회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이 경기에선 포수 한준수의 실책이 결정적이었지만, 정해영이 안타와 폭투로 실마리를 제공한 측면도 있었다.
정해영의 슬럼프는 벌써 한 달 훌쩍 넘었다. 그는 7월 이후 급격한 부진을 보이기 시작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7월 10일 한화전(1이닝 2실점), 후반기 시작 이후인 7월22일 LG전(⅓이닝 4실점)이 대표적인 '방화' 경기였고 충격의 역전패를 당한 KIA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KIA는 정해영에게 긴 휴식을 줬고, 최근엔 코칭스태프 교체의 강수까지 띄웠다. 코치진 물갈이는 전반적인 투수진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겠으나, 그 부진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띈 건 마무리 정해영의 난조였다.
그럼에도 정해영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후반기 8경기에서 7이닝을 소화하며 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은 7.71이다. 피안타율이 0.382에 달할 정도로 경기 내용 자체가 좋지 않다.
특히 16일 두산전에선 빠른 공 구속이 떨어지는 모습까지 나왔다. 이날 정해영은 12구 중 6개의 직구를 던졌는데, 평균 시속이 142.8㎞에 그쳤다. 시즌 평균이 시속 148㎞이었고, 후반기 난조를 보일 때도 항상 시속 145㎞를 넘겼던 그의 '이상 징조'다.
정해영 스스로도 직구를 많이 던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첫 타자 박준순을 상대로는 3구 모두 슬라이더만 던졌고, 김기연에게 직구를 던져 안타를 맞은 뒤 케이브에게 던진 4개의 직구는 구속도 안 나오고 제구도 안 됐다. 이후 안재석에겐 포크볼 승부를 벌이다 다시 안타를 맞고 강판했다.
연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만, 마무리투수가 갑작스럽게 구속이 떨어진다는 건 분명 좋은 징조는 아니다. 더구나 정해영은 15~16일 등판 이전 일주일을 쉬었고, 7일 롯데전 등판 전에도 6일의 휴식일을 가졌다.
정해영은 2020년 입단하자마자 1군에서 활약했고, 2년 차인 2021년부터 5년째 붙박이 마무리투수로 뛰고 있다. 2021년 65⅓이닝을 던진 이후론 매년 50이닝 언저리로 이닝이 관리됐지만, 매번 긴박한 상황에 등판하는 마무리투수로선 피로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 최악의 부진에 구속 저하까지 보였기에, KIA로선 큰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중위권 싸움이 한참인 현시점에서 마무리투수의 부진으로 인한 역전패는 치명적이다. 상위권 싸움을 할 기회에서 이미 여러 차례 기세가 꺾인 경험도 있다.
당장의 반등이 쉽지 않다면 잠시나마 정해영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른 보직을 맡기거나, 아예 잠시 1군 엔트리에서 빠져 휴식을 취하게 할 수도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선 구단과 정해영 본인에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KIA에 '대체 마무리' 선택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필승조 전상현은 현재 KIA 불펜에서 가장 안정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6승2패 1세이브 20홀드에 평균자책점은 3.07을 기록 중이다.
전상현은 최근 11경기 11⅓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또 2020년과 지난해 정해영이 부상 당했을 때 마무리투수로 뛰었던 적이 있어 경험도 풍부하다.
선수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기의 순간 과감한 판단 또한 사령탑의 중요한 덕목이다. 지난해 통합 우승 달성한 이후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범호 감독은, 불안한 불펜진에 '칼'을 빼 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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