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인생 바꿀 큰돈" 오타니 54호포 잡은 COL팬, 왜 50억 잭팟 기회 고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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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 팔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큰돈을 벌겠지만, 내게는 야구에 미쳐 있는 두 아이가 있어요."
미국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상대팀 팬에게 큰 고민을 안겼다. 콜로라도 로키스를 응원하는 41살 존 스티지는 28일(한국시간) 미국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다저스와 콜로라도의 경기를 관전하러 갔다가 오타니의 시즌 54호 홈런공을 낚아챘다. 오타니는 6-2로 앞선 6회초 무사 2, 3루 4번째 타석에서 우월 3점포를 터트렸다. 오타니의 비거리 436피트(약 133m), 타구 속도 103.4마일(약 166.4㎞)을 자랑하는 54호 대포는 스티지의 글러브로 쭉 빨려 들어갔다.
스티지는 일본 매체 '디앤서'와 인터뷰에서 "홈런 타구가 내게 가까이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레이저 빔이 보였고, 내 글러브를 뻗으면서 바로 타구를 낚아챘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모두가 오타니의 홈런 타구를, 심지어 파울볼이라도 잡고 싶어 하지 않나. 게다가 이번 시즌 홈런공은 정말 전설적이니까"라고 답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티지는 콜로라도에서 유소년 야구부 코치로 지내고 있고, 초등학교를 다니는 그의 두 아들 역시 야구를 배우고 있다. 스티지는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는데, 오타니의 타구를 낚아챌 때 마침 자리를 비웠던 두 아들은 자리로 돌아오자마자 스티지가 홈런공을 자랑하자 "아빠가 잡았다고? 농담하지마"라며 믿지 못했다.
스티지는 "나는 한번도 경기장에서 홈런공을 잡아본 적이 없다. 타격 훈련할 때 홈런 타구가 날아온 것을 잡아본 적은 있지만, 경기 도중 홈런 공을 잡은 것은 처음"이라며 감격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디앤서는 스티지에게 오타니의 54호 홈런공을 팔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올해 오타니의 홈런공은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 오타니의 역대 최초 50홈런-50도루를 확정했던 오타니의 50홈런 공은 현재 경매에 나온 상태다. 최저 입찰가는 50만 달러(약 6억원)로 책정됐다. 다음 달 10일까지 450만 달러(약 59억원)를 지불하면 즉시 구매도 가능하다. 당초 다저스 구단은 홈런공 습득자에게 30만 달러(약 4억원)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경매로 훨씬 큰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선택이었다.
역대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홈런공은 1998년 마크 맥과이어의 70호 홈런이었다. 당시 경매에서 305만4000달러(약 41억원)에 낙찰됐다. 2022년 애런 저지의 62호 홈런공은 150만 달러(약 20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오타니의 54호 홈런공은 역대 최초 기록 달성의 의미가 큰 50호 홈런공보다는 가치가 떨어지겠지만, 큰돈을 벌 수 있는 가치는 충분하다.
스티지는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인생을 바꿀 큰돈을 벌 수도 있지만, 내게는 야구에 미쳐 있는 두 아이가 있다. 아마 모두가 오타니의 54호 홈런공을 파는 게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했다. 스티지는 조금 더 고민해 볼 것으로 보인다.
오타니는 이날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1홈런) 4타점 1도루 2득점을 기록하면서 11-4 승리를 이끌었다. 오타니는 54호 홈런과 57호 도루를 달성하면서 55홈런-55도루 대기록까지 홈런 1개를 남겨뒀다. 시즌 타율은 종전 0.305에서 0.309까지 끌어올렸다.
57번째 도루로 오타니는 전설 이치로를 뛰어넘어 일본인 역대 최다 신기록을 작성했다. 이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으로 빅리그 데뷔 첫해였던 2001년 도루 56개를 기록하며 23년 동안 일본인 역대 최다 타이틀을 지켜왔다. 괴물 오타니는 23년 만에 대선배의 기록을 뛰어넘으면서 왜 그가 현재 메이저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최고 선수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지 증명해 냈다.
이제 오타니는 1937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조 메드윅 이후 87년 만의 내셔널리그 타격 3관왕을 노린다. 오타니는 현재 홈런(54개)과 타점(130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있고, 타율 부문에서만 2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루이스 아라에스(0.314)에 이어 2위다. 남은 2경기에서 아라에스마저 뛰어넘고 또 역사를 쓸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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