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비주류' 된 50대 아저씨들... 관중석 한 켠에 '아재 존' 어떨까 [류선규의 비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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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는 한국의 독특한 음식 문화인 포장마차에 착안했고, 2030 MZ 세대에 인기 있는 성수동 Y173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MLB의 엔터테인먼트와 한국식 포장마차의 분위기가 결합된 'MLB 포차'의 내부는 MLB를 테마로 한 물품들로 가득 채워졌고, 유명 셰프가 MLB 최고 스타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특별 요리를 제공했다.
필자 일행 모두 '50대 아재(아저씨)'들이었는데 성수역에서 하차해 약 700m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 길거리에 2030 MZ 세대들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포장마차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포차'라는 단어에 호감을 갖고 방문했는데, 'MLB 포차'는 젊은 세대의 콘셉트에 충실한 분위기였다. 팝업 스토어에서 운영하다 보니 일반 식당처럼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안주가 버거류, 주류가 캔맥주로 한정돼 있었다.
그럼에도 더스틴 니퍼트, 김병현, 이대은 등 왕년의 야구 스타와 많은 연예인, 인플루언서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MLB 포차' 내부에는 메이저리그 팀 유니폼을 입은 2030 MZ 세대들이 대부분이었고 50대는커녕 40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우리 일행은 오래 머물지 않고 도보로 10분 이동해 '익숙한' 술집에서 소주 한 잔을 기울였다.
그러다 10년 전부터 스포츠 펍이 우리나라에서도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특히 프로야구가 인기를 끌면서 포스트시즌 경기가 있으면 자리를 예약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스포츠 펍이 국내에서 자리잡으면서 'MLB 포차'도 2030 MZ 세대에게는 익숙한 환경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올해 KBO리그는 1000만 관중을 유치하며 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 그 중심에 '2030 여성 파워'가 있었다. 이들이 야구장의 주류가 됨에 따라 이전의 '50대 아재'들은 구(舊)주류나 비(非)주류가 돼 버렸다. 과거에는 야구장 응원단상 주변에 아재들이 한 자리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이 자리도 2030 MZ 세대의 몫이다.
인천 SSG랜더스필드의 경우 4층 일반석에 가면 50대 아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원래 4층 일반석은 과거 '도원야구장 아재들'과 노년층의 공간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경로우대 입장권이 무료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5000원 전후의 요금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노년층의 야구 관람이 줄어들었다.
야구장뿐 아니라 테니스장, 당구장 등 과거 50대 아재들의 놀이터들이 하나둘씩 젊은 세대들의 차지가 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외 계층이 되고 있는 50대 아재들은 이제 산이나 술집에서나 만날 수 있다.
필자는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한산했던 외야석을 2009년 바비큐 존(우측), 2010년 그린 존(좌측)으로 바꾸는 기획을 담당했다. KBO리그 야구장 좌석 차별화의 대표적인 사례였는데 지금은 이곳이 야구장의 명소가 됐다.
이런 콘셉트로 야구장 관중석의 한 켠을 아재들만 입장 가능한 '아재 존'으로 만들어 아재들의 놀이터로 조성해 보면 어떨까. 프로야구 초창기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응원가에다 아재 취향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문화에서 레트로 마케팅이 주기적으로 통하는데, '아재 마케팅'도 독특한 프로야구 마케팅으로 시도해볼 만하다.
과거 야구장이 '아재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사실은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2030 여성들이 올해 프로야구 흥행을 주도하면서 새삼 자주 거론되고 있다. 이렇게 아재들이 야구장에서 소외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위한 '아재 마케팅'이 새로운 틈새 시장이자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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