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류현진 만나 얼마 제시했길래…"보라스 고객이 헐값 받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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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좌완 선발투수가 부족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베테랑 류현진(37)과 대화를 나눴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 데니스 린은 17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가 FA 류현진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화까지 나눴다고 보도했다. 샌디에이고는 선발투수, 특히 왼손 보강이 절실하고 류현진은 그 결핍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베테랑이다. 서로 마음만 맞으면 계약도 가능해 보이는데 아직 진전된 내용은 없어 보인다.
결국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금액이다. 샌디에이고는 류현진 측이 받아들일 만한 금액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연봉 1000만 달러(약 133억원) 수준의 단기 계약은 가능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샌디에이고가 제시한 금액이 이 기준을 채워주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린은 "샌디에이고는 좌완 선발투수가 부족해 베테랑 류현진과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2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인데도 스캇 보라스(류현진의 에이전트)의 고객은 헐값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토미존 수술이 몸값을 더 깎는 이유라는 류현진이 굳이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류현진은 2022년 6월 토미존 수술을 받으면서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이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독하게 재활한 끝에 지난해 8월 빅리그 마운드에 다시 설 수 있었다. 지난 시즌 11경기, 3승3패, 52이닝,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부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했다.
디애슬레틱의 또 다른 필진인 짐 보든은 류현진이 재기에 성공했다는 데 동의했다. 보든은 "류현진은 토미존 수술을 받고 지난해 8월 복귀해 남은 시즌 동안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11차례 선발 등판해 9경기를 3실점 이하로 틀어막았다. 그중 6경기에서는 5이닝을 던졌고, 한 차례 시즌 최고인 6이닝을 책임졌다. 류현진의 직구 구속은 87마일(약 140㎞)에서 89마일 (약 143㎞)사이로 대부분 형성됐다. 체인지업 피안타율은 0.276, 커터 피안타율은 0.238을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부상 우려는 류현진이 감수해야 할 점이라고 짚었다. 보든은 "류현진은 건강하게 돌아왔지만, 부상 위험 때문에 1년 계약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도 본인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단기 계약은 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1000만 달러를 밑도는 헐값은 수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샌디에이고는 류현진과 눈높이만 잘 맞추면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를 잘 마무리하기는 좋은 구단이다. 야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류현진은 미국에 잔류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을 가족에 뒀다. 가족과 함께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트레이드 등으로 시즌 도중 이적할 일이 없어야 하고, 가능한 대도시에 있는 구단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샌디에이고는 류현진이 가족과 생활하기에도 좋은 곳이고, 한국인 메이저리거 김하성과 고우석도 있어 편하게 선수단에 녹아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메이저리그 잔류에 무게를 둔다면 샌디에이고 이외의 구단의 오퍼를 기다려볼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 대표 소식통인 '뉴욕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16일 류현진의 새로운 행선지가 될 가능성이 있는 팀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언급했다. 볼티모어는 지난해 101승(61패)으로 아메리칸리그 최다승을 달성한 팀이다. 그러나 선발진이 꾸준히 약점으로 꼽혔고, 볼티모어는 탬파베이 레이스(99승)를 따돌리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하고도 디비전시리즈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 3패로 무릎을 꿇는 바람에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볼티모어는 선발진을 보강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상자가 2명이나 발생하는 악재와 마주했다. 신성 에이스 카일 브래디시의 이탈이 가장 뼈아프다. 브래디시는 지난해 30경기에서 12승7패, 168⅔이닝, 평균자책점 2.83으로 맹활약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4위에 올랐는데,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UCL) 부상으로 현재 시즌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볼티모어로선 매우 큰 손실이다.
또 다른 선발투수인 존 민스는 복귀 시점이 한 달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스는 2019년 루키 시즌에 12승을 챙기며 그해 신인왕 투표 2위를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냈는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에는 토미존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 9월 복귀에 성공하는 듯 싶었으나 팔꿈치 부상이 재발하면서 또 재활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개막 로스터 합류를 목표로 준비했는데 지금으로선 어려워 보인다.
볼티모어는 최근 밀워키 브루어스와 트레이드로 사이영상 출신 선발투수 코빈 번스를 영입하며 대안을 마련해 두긴 했다. 그래도 선발 뎁스를 더 두껍게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상황. 헤이먼은 "볼티모어가 (FA 선발투수 대어들인) 블레이크 스넬이나 조던 몽고메리에 돈을 쓸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또 지금은 딜런 시즈 영입을 진지하게 논할 수 없는 상황이다(시즈 트레이드로 쓸 생각이었던 선수들을 번스 영입 카드로 이미 썼다). 마이클 로렌젠과 류현진이 아마 딱 맞을 것이다. 마이크 클레빈저와 리치 힐, 에릭 라우어 등도 메이저리그 계약을 할 만한 선발투수들"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2013년 LA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해까지 10시즌 통산 성적 186경기, 78승48패, 1055⅓이닝,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올스타 시즌을 보낸 2019년에는 29경기, 14승5패, 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3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오르며 그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최종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 덕분에 2020년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약 1066억원)에 계약하며 에이스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FA 기회에는 에이스급 대우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메이저리그에서 11번째 시즌을 보낼 가치는 충분한 투수인 만큼 시간을 갖고 시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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