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이 만치니보다 우리를 더 존중했다" 손흥민 손 인사, '사령탑 조기퇴근' 사우디 축구팬 상처 달랬다 [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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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세계랭킹 56위)는 3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한국과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정규시간 동안 1-1 무승부를 거둔 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2-4로 패배해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객관적인 열세에도 굉장히 잘 싸운 사우디였다. 오히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뒤 후반 시작 1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후반 45분도 모두 지날 때까지 1-0 리드를 유지해 이대로 '알라이얀의 기적'을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추가시간 9분, 설영우(26·울산 현대)의 크로스를 받은 조규성(26·미트윌란)의 헤딩골이 터지면서 극적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사우디는 승부차기에서 3번 키커와 4번 키커의 슛이 연달아 조현우(33·울산 현대)에게 막히며 '자이언트 킬링'에 실패했다.
한국이 극적인 8강 진출에 기뻐하고 있을 동안 사우디는 만치니의 행동에 주목했다. 만치니 감독은 사우디가 승부차기 스코어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4번 키커 압둘라흐만 가리브(알 나스르)의 슈팅이 조현우에게 막히자 위르겐 클린스만(60) 한국 감독과 인사도 나누지 않고 곧바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그 전까지는 코칭스태프 및 선수들과 함께 벤치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었다.
존중받지 못한 건 120분 넘게 사우디 대표팀을 응원하던 축구팬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퇴장하려는 그들에게 뜻밖의 선수가 다가와 위로를 건넸다. 칼리드라는 이름의 한 사우디 축구팬은 자신의 SNS에 경기 직후 손흥민이 자신들에게 다가와 손 인사하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올렸다. 영상 속 손흥민은 사우디 축구팬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머리 위로 양손 엄지손가락을 높게 치켜들어 경의를 표했다. 손을 내린 뒤로는 미안하다는 듯 멋쩍은 웃음과 함께 양손을 모아 사과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리고는 다시 박수를 치고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사우디 축구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 축구팬은 만치니 감독에게 보라는 듯 아랍어와 만치니 감독의 모국어인 이탈리아어, 한글을 이용해 "한국 팀의 주장인 아들은 맨시니보다 우리 팬들을 더 존경한다"는 문구를 남겼다. 번역기를 돌린 것으로 문장 속 아들은 SON(손흥민), 맨시니는 만치니, '존경한다'는 respect로 존중한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이 영상은 전 세계 축구팬으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50만 조회수를 가볍게 돌파했다. 사우디 축구팬들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팬은 "이제 손흥민을 용서한다", "정말 좋은 선수", "예의 바르고 존경스러운 선수"라는 등 많은 찬사를 받았다.
한편 사령탑의 조기 퇴근은 당연하게도 사우디 내부의 분노를 불러왔다. 이날 알하다탈칼리지 등 사우다 매체에 따르면 야세르 빈 하산 빈 모하메드 알 마샬(50) 사우디 축구협회장은 "한국과 아시안컵 16강전에서 만치니 감독이 승부차기가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간 사유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이어 "만치니 감독이 승부차기가 끝나기 전에 떠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그와 논의를 나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AFP 등 외신에 따르면 만치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기가 끝나지 않았는데 경기장을 먼저 떠난 것에) 사과한다. 나는 경기가 끝난 줄 알았다. 그 어느 누구도 존중하지 않거나 무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모든 사우디 선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들은 현재 많이 발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하나의 팀이지만, 더욱 발전해야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못다 한 인사를 남겼다.
김동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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