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밝으셨는데…” 타이거즈 28년 원클럽맨의 비극적 최후, 최측근도 전혀 몰랐던 김종국 뒷돈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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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공항, 이후광 기자] “항상 밝으셨고 티도 내지 않으셨다.”
불과 일주일 전 구단 공식 행사 때만 해도 KIA 선수단 내에서 김종국 전 감독의 뒷돈 의혹을 눈치 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 전 감독과 고려대학교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은 진갑용 수석코치에 따르면 김 전 감독은 KIA 구단이 배임수재 사태를 파악하기 전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와 같은 행동을 했다고 한다. KBO리그 최고 인기 구단으로 유명한 타이거즈 팬들과 프런트, 선수단 입장에서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진갑용 수석코치를 비롯한 KIA 코칭스태프는 지난 2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1차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호주 캔버라로 출국했다. KIA 선수단 본진은 30일 저녁에 출국하지만 코칭스태프는 하루 앞선 29일 티켓팅이 이뤄졌다. 진갑용 코치 포함 정재훈, 이동걸, 타케시, 이범호, 홍세완, 박기남, 조재영, 이헌곤 코치 하루 먼저 캔버라에 입성해 현지 훈련 환경을 살필 계획이다.
김종국 전 감독의 계약해지로 졸지에 스프링캠프 총 책임자가 된 진 코치는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을 직접적으로 보지 못했지만 많이 어수선할 것이다. 내일(30일)이면 선수들이 올 텐데 팀을 잘 추슬러서 잘 준비하겠다”라고 착잡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 전 감독의 최측근인 진 코치 또한 언론을 통해 김 전 감독의 배임수재 혐의 소식을 접했다. 진 코치는 “갑자기 이런 상황이 닥쳤다. 마음의 준비는 아직 안 돼 있다. 언론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됐고 마음이 많이 무겁다”라며 “감독님은 항상 밝으셨고 티를 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22일 세미나와 24일 선수들 용품 지급 및 사진 촬영 때도 뵀었다. 당시 감독님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다”라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진 코치는 김 전 감독과 KIA 팬들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인터뷰를 중단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가까스로 다시 마이크 앞으로 돌아왔지만 울먹이며 인터뷰를 어렵게 이어갔다.
진 코치는 “먼저 같은 팀원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한 번 더 생각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출국 전 심재학 단장과 나눈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진 코치는 “오늘 단장님 잠깐 만나서 이야기 들었는데 책임자로서 책임을 느끼라고 말씀해주셨다. 코치들과 잘 의논해서 우리 하던 루틴대로 하라는 말씀도 해주셨다”라며 “내가 책임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코치들과 많은 대화 나누면서 잘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진 코치는 2월 1일 캠프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팀 미팅을 개최할 계획이다. 그는 “당연히 미팅부터 해야 한다. 아마 선수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내가 따로 ‘너무 동요하지 말고 우리 운동하는 식으로 하자’고 이야기할 것”이라며 “선수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런 계기 통해서 다시 생각할 것이고 낼 잘 준비해서 올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종국 감독으로부터 캠프와 관련해 상의를 한 부분도 있을까. 진 코치는 “그 전에는 항상 똑같이 스케줄을 짰고 선수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코치들과 상의를 해봐야 한다.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전 감독 사태가 처음 불거진 건 지난 28일. KIA 구단은 25일 김 전 감독이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틀 뒤 김 전 감독과 면담 자리에서 이를 최종 확인했고, 28일 전격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KIA 구단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라며 “감독의 최종 거취는 수사 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할 예정이며, 1군 스프링캠프는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사태는 더 나아가 김 전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에 이르렀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 이일규)는 지난 29일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에 대해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장 전 단장이 2022년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포수 박동원(LG)에게 계약을 빌미로 뒷돈을 요구한 의혹을 KBO(한국야구위원회) 사무국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뒤 수사를 진행해왔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전 감독의 배임수재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고, 두 사람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KIA는 29일 저녁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구단은 “28일 김종국 감독에게 직무 정지 조치를 내렸던 구단은 오늘 자체 조사를 통해 현재 김종국 감독이 피의자 신분이며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이에 구단은 검찰 수사 결과와 상관없이 ‘품위손상행위’로 판단해 김종국 감독과의 계약해지 결정을 내렸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곧이어 팬들을 향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KIA는 “김종국 감독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KIA 타이거즈 팬과 KBO 리그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야구 팬, 그리고 KBO 리그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관계자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쳤습니다.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라며 “구단은 해당 사실을 인지한 즉시 김종국 감독과 면담을 통해 즉시 사실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금품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이상 정상적인 시즌 운영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습니다. KIA 타이거즈는 이번 사안에 대해 큰 책임을 통감하며 과오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감독 및 코칭스태프 인선 프로세스 개선, 구단 구성원들의 준법 교육 등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또한, 향후 구단 운영이 빠르게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후속적인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프로야구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팬 여러분께 불미스러운 일을 전해드리게 돼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KIA 수석코치를 지냈던 김 전 감독은 지난 2021년 12월 KIA 신임 감독으로 부임했다. 계약기간 3년, 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5000만 원 조건으로 맷 윌리엄스 감독에 이어 타이거즈 10대 사령탑이 됐다.
당시 KIA는 “여러 명의 후보로 압축하고 평가한 결과 내부 승격으로 가닥을 잡고 김종국 감독에게 타이거즈 재건을 맡겼다”라고 설명했다.
광주일고-고려대 출신인 김 전 감독은 1996년 해태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해 2021년까지 26년 동안 선수, 코치로 타이거즈에 몸담았다. 지난해까지 28년 타이거즈 원클럽맨이었다. 현역 시절 통산 성적은 1359경기 타율 2할4푼7리(4391타수 1086안타) 66홈런 429타점 604득점 254도루이며, 태극마크를 달고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 신화에도 일조했다.
김 전 감독은 2009시즌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은 뒤 작전 및 주루코치로 제2의 성공시대를 열었다. 2021년 수석코치를 역임했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 야구대표팀의 작전코치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김 전 감독은 사령탑 부임 당시 “명가 재건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돼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대감이 훨씬 크다.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지도자가 되겠다”라며 “구단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과 선수단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근성 있는 플레이를 주문해 팬들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는 KIA 타이거즈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라고 출사표를 남겼다.
김 전 감독은 부임과 함께 9위의 아픔을 겪었던 팀을 5위(70승 1무 73패)로 끌어올리며 가을야구를 치렀다. 비록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KT 위즈에 패하며 1경기 만에 포스트시즌이 종료됐지만 첫해 가을야구를 밟는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감독 2년차였던 지난 시즌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5강권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고도 나성범, 박찬호, 최형우 등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과 외국인투수 원투펀치의 잇따른 부진으로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탔다. 그래도 첫해보다 나은 73승 2무 69패를 해냈지만 5위 두산에 1경기 뒤진 6위에 머무르며 가을 무대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2023시즌 종료 후 계약기간 1년이 남은 김 전 전 감독을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KIA의 선택은 유임이었다. 원클럽맨 출신인 김 전 감독의 계약기간 3년을 온전히 보장해주면서 1년의 기회를 더 부여했다. 2023시즌은 부상, 외인 부진 등 외부 요인이 김 전 감독의 지도력과 리더십을 막았다는 평가에 힘이 실렸다.
KIA는 명가 재건을 위해 오프시즌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심재학 단장의 주도로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인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의 강력한 원투펀치를 품으며 양현종, 이의리, 윤영철과 함께 KBO리그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여기에 ‘해결사’ 최형우와 1+1년 총액 22억 원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했고, 내부 FA 김선빈을 3년 총액 30억 원에 붙잡으며 지난해 막강 화력을 뽐냈던 타선을 그대로 유지시켰다.
그런 가운데 KIA는 지난 22일 최준영 대표이사와 심재학 단장, 김 전 감독을 비롯한 1, 2군 코칭스태프, 트레이닝 코치, 프런트(팀장) 등 28명 모두가 참석한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KIA 구단이 김 감독의 검찰수사 사실을 인지하기 불과 3일 전의 일이었다.
세미나는 각 파트 별 지난 시즌 리뷰, 올 시즌 운영 준비 및 목표 설정 등으로 구성됐다. 특히 ABS와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시프트 금지 등 KBO 리그에 새로이 도입될 제도에 대비하는 시간도 가졌다.
KIA 최준영 대표이사는 “모든 코칭스태프가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각자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한 의미 있는 자리였다.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긴밀히 협업하고 소통하여 선수들이 최상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이 직접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눈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은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올 시즌은 우승을 목표로 스프링캠프부터 준비를 단단히 하겠다. 큰 응원을 보내주시는 타이거즈 팬분들께 항상 감사드리고,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KIA는 당장 30일 호주 캔버라로 출국해 2월 1일부터 3월 6일까지 캔버라 나라분다 볼파크와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스프링캠프에는 코칭스태프 20명, 선수 47명 등 67명의 선수단이 참가하며, 선수단은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으로 구성됐다. 2024년 신인 가운데에서는 투수 조대현과 김민주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IA는 호주 캔버라에서 ‘3일 훈련 1일 휴식’ 체제로 체력 및 기술, 전술 훈련을 소화한 뒤 2월 21일 일본으로 건너가 3월 6일까지 오키나와 킨 구장에서 본격적인 실전 체제에 돌입한다. 선수단은 2월 25일 KT와의 연습경기를 시작으로 KBO 리그 팀들과 5차례의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으며, 27일 일본 프로야구팀 야쿠르트 스왈로스와도 연습경기를 치를 계획이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의 배임수재 혐의에 따른 구속영장 청구, 그리고 경질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KIA는 당분간 수장 없이 스프링캠프를 치르게 됐다. 일단 KIA는 급한대로 진갑용 수석코치 체제로 캠프를 진행한다고 밝혔으나 수장과 수석코치는 엄연히 위치가 다르다. 김 감독이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구상했던 타이거즈의 도약 플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KIA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일단 그 전까지 진 코치가 시즌 준비와 더불어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수습해야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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