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은 중국이 했는데… 中 바둑계 공세에 고개 숙인 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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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사석 관리 규정은 한참 전에 공지됐다. 그런데 중국의 반발에 한국기원이 사석 보관 관련 경고 누적 반칙패 규정을 폐지했다. 한국기원이 중국의 공세에 굴복한 모양새다.
한국기원은 3일 서울 성동구의 한국기원에서 열린 2025년 제1회 한국기원 운영위원회에서 '사석 보관 규정 변경 등 반외 규정에 의한 경고'에 대해 누적 반칙패 규정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한국기원은 지난해 11월 '제4장 벌칙' 조항 18조에 따낸 돌을 사석 통에 넣지 않으면 경고와 함께 벌점으로 2집을 공제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더불어 조항 19조에는 경고 2회가 누적되면 반칙패가 선언된다고 명시했다.
사석 보관 규정은 지난달 LG배 결승전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커제 9단은 지난달 22일 결승 2국에서 사석 관리 실패로 반칙패를 당했다. 이어 1월23일 결승 3국에서도 사석통 대신 초시계 옆에 사석을 놓았다.
심판은 경고 1회와 2집 공제 벌칙을 내렸다. 커제 9단은 화를 참지 못하고 심판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대국장을 이탈했다. 결국 심판은 대회 규정에 따라서 변상일 9단의 기권승을 선언했다.
커제 9단은 시상식에 불참하고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LG배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중국 여론은 들끓었다. 중국기원 역시 지난달 24일 오후 한국기원에 공문을 보내 '2월11일까지 LG배 결승 파행과 관련해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기를 원한다'고 통보했다.
더불어 중국 바둑협회는 한국 기사들을 향한 보복 조치까지 내놓았다. 2025 중국갑조리그에 외국인 기사 참여를 막았다. 외국인 기사 대부분이 한국인 기사들인 상황. 사실상 중국 바둑협회가 한국 기사들을 자국 대회에서 몰아낸 것이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오는 11일까지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6일부터 10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1회 쏘팔코사놀 세계 최고 기사 결정전은 무기한 연기됐다.
사실 사석을 바라보는 관점은 국가마다 차이를 보인다. 대국을 마친 후 사석을 바둑판 위에 올려놓고 계가를 진행하는 한국에서는 사석을 정확히 관리해야 한다. 반면 중국은 대국 후 바둑판 위에 놓인 바둑돌만 갖고 계가를 한다. 따라서 사석을 관리해야 할 의무가 없다.
커제 9단과 중국 바둑계가 이번 사태에 흥분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실력 대신 엉뚱한 규정이 중국 기사의 억울한 패배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점의 차이는 상호존중 되어야 한다. 어느 한 쪽이 틀린 것으로 볼 수 없다. 지난해 11월 개정 시행된 한국의 사석 관리 규정은 사전에 모든 외국 단체에 공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배는 한국기원 주최 대회로 한국 바둑 규정을 적용했다. 사석 관리 규정을 LG배에 도입한 것은 정당한 절차 속에 이뤄진 것이었다.
오히려 우기는 쪽은 중국이다. 사석 관리 규정을 미리 고지했는데도 불구하고 결승전 패배 뒤 용납할 수 없는 규정이라며 떼를 쓰고 있다. 정말 사석 관리 규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미리 고지를 했을 때 따지고 고쳤어야 한다. 사실상 묵인해 놓고 이제 와서 화를 낸다. 커제 9단은 심지어 심판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중국 바둑협회는 아무런 죄 없는 한국 선수들에게 보복 조치를 했다. 이는 몰상식한 행동이다.
그런데 한국기원은 '사석 보관'과 관련한 누적 반칙패 규정을 없앴다. 이는 중국 바둑계에 공세에 고개를 숙인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잘못을 인정한 꼴이다. 이는 중국의 공세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기도 하다.
해당 소식을 들은 중국의 한 누리꾼은 3일 웨이보를 통해 "사석 관리 규정이 커제 9단을 겨냥한 음모라는 사실을 한국인들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두 번째 판에서는 억지로 패배를 판정하고, 세 번째 판에서도 같은 수법을 구사했다. 이는 바둑 세계대회 역사상 가장 어두운 판정이며, LG배 결승 결과는 반드시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사태로 궁지에 몰린 한국기원. 사석 관리 규정은 정당했고 커제 9단은 규정을 어긴 명백한 패배자였다. 하지만 한국기원은 사석 보관 관련 누적 반칙패 규정 폐지로 중국 바둑계에 맹공에 고개를 숙였다. 아쉬운 역사를 남긴 한국기원이다.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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