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EPL이 만든 예외였다”…리그 사무국이 뽑은 ‘역대 최고 골게터' 15인 등극→"유일한 亞 공격수, 인종 벽을 깼다"
작성자 정보
- 최고관리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4 조회
- 목록
본문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손흥민이 떠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여전히 그를 기억에 품고 있다.
리그 사무국이 뽑은 ‘E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잡이' 후보 15인 명단에 한국인 공격수 이름이 재등장했다.
EPL 사무국은 8일(한국시간) 공식 누리소통망(SNS)를 통해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최고 골잡이는 누구인가” 질문을 팬들에게 건넸다.
팬 투표 양식으로 공개한 게시물에는 전설적인 공격수 15인 이름이 나란히 올랐다.
앨런 시어러, 해리 케인, 티에리 앙리, 세르히오 아궤로, 디디에 드로그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무함마드 살라흐, 프랭크 램퍼드, 마이클 오언, 로빈 판페르시, 제이미 바디, 뤼트 판 니스텔로이, 앤디 콜, 엘링 홀란 등 EPL 연감을 장식한 이름 사이에서 손흥민 존재는 단연 눈에 띄었다.
아시아 출신으론 유일하고 이집트 국적 살라흐, 코트디부아르 출신 드로그바(이상 아프리카)와 더불어 비유럽 3인 중 한 명에 당당히 포함됐다.

EPL은 단 한 번도 아시아 선수가 중심에 섰던 적이 없다.
차범근이 활약한 독일 분데스리가, 파울리노 알칸타라가 발자국을 새긴 스페인 라리가, 많은 한일 선수가 존재감을 뽐낸 이탈리아 세리에 A와는 또 달랐다.
하나 손흥민은 그 통념을 10년 만에 완전히 무너뜨렸다.
2015년 여름 독일 레버쿠젠을 떠나 토트넘 홋스퍼 유니폼을 입은 그 순간부터 그의 도전은 시작됐다.
이적 초반은 혹독했다. 'EPL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적응 문제로 벤치에 앉는 날도 잦았다.
그러나 손흥민은 훈련장에서 매일 가장 먼저 나와 가장 늦게까지 남는 선수였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당시 손흥민은 자존심과 성실성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했다” 적었다.
결국 그는 토트넘 공격 체계 전반을 책임지는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10년간 손흥민이 쌓은 발자취만 봐도 알 수 있다.
존재감은 숫자 그 이상이지만 스탯만으로도 '역대급 골게터' 후보에 오름직하다.
EPL에서만 127골 77도움, 공식전 기준 173골 98도움을 적립했다.
손흥민 기록은 늘 ‘첫 번째’란 타이틀과 함께였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100골 클럽에 가입했고 2021-2022시즌에는 리버풀 살라흐와 23골로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특히 손흥민은 단 한 개의 페널티킥 득점 없이 득점왕에 올라 더 큰 찬사를 받았다. 이 기록 덕분에 지금도 잉글랜드 축구계에선 4년 전을 '순수한 골잡이의 시즌’으로 회자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2019년엔 이른바 '70m 드리블 골'로 푸스카스상을 받아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각인됐다. EPL 사무국 SNS는 지금도 곧잘 해당 득점 장면을 편집해 "리그 역사상 최고 개인 돌파 골"로 소개한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손흥민은 예술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완성형 공격수”라며 “그의 득점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축구 철학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손흥민 위상은 EPL 통계에서도 또렷하다.
리그 역대 득점 공동 16위에 올라 있다. 바로 위에는 판페르시(144골) 바로 아래에는 로비 킨(126골)이 있다.
명단 대부분이 유럽인일 뿐더러 잉글랜드를 비롯한 전통의 축구 강호에서 유스 시절부터 차곡차곡 성장한 재능들이다.
외국인 그것도 아시아 국적 공격수가 EPL 무대에서 127골을 넣었다는 건 대단하단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이는 EPL의 지역적, 문화적 한계를 깨뜨린 하나의 사건이었다.
EPL 사무국이 손흥민 이름을 역대 최고 골게터 후보 15인에 포함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그가 이룬 가장 큰 유산은 아시아 선수 장벽을 허문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손흥민의 순수한 재능과 성실성은 아시아 선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렸다”고 절찬했다.
EPL이 이처럼 아시아 축구인을 상찬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리그 사무국 호평은 곧 잉글랜드 축구계의 레전드 공인을 가리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팬 투표에서 손흥민이 시어러와 케인, 홀란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시어러는 통산 260골로 EPL 역대 최다 득점자이며 케인은 213골로 그 뒤를 잇고 있다. 홀란은 아직 10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벌써 94골을 꽂아 최단 기간 100골 돌파가 유력하다.
그러나 손흥민에게 이번 선정은 순위의 문제가 아니다. ‘인정’의 문제다.
EPL이 공식적으로 '그도 우리 역사 속 전설'이라 선언한 순간으로 볼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마지막 시즌까지도 변함없는 클래스를 보여줬다. 부상과 전술 변화, 세대 교체 혼란 속에서도 끝까지 팀을 떠받쳤다.
그리고 지난여름 로스앤젤레스(LA) FC로 이적해 새로운 여정에 나섰다. 많은 팬이 아쉬움을 표했지만 손흥민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에서도 9경기 8골 3도움을 몰아쳐 폭발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데니스 부앙가와 함께 ‘흥부 듀오’로 불리며 LAFC 서부 3위 질주를 이끌고 있다.


손흥민이 떠날 때에도 EPL은 쉬이 그를 놓지 못했다.
공식 채널을 통해 이적 소식을 상세히 전하며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으로 남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한국인 공격수 성취를 강조했다.
잉글랜드 팬들에게 손흥민은 아시아의 별이 아니라 그냥 토트넘의 아이콘이자 EPL의 얼굴이었다.
결국 손흥민이 남긴 가장 큰 유산은 가능성이다. 아시아 출신 공격수가 유럽 무대에서 기술과 결정력, 리더십 모두로 성공할 수 있다는 모델을 처음으로 정립했다.
어린 시절부터 유럽에서 자라난 유소년 선수, 특히 아시아 유망주에게 손흥민은 단순한 우상이 아니라 하나의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아시아 선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한계가 있다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의 10년은 완벽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