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성 트레이드하려고…" 비밀에 부쳤던 보가츠 2루 이동, 캠프 당일 통보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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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주), 이상학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2024 스프링 트레이닝 최고 화제는 김하성(28)과 잰더 보가츠(31)의 포지션 스위치였다. 야수조 포함 선수단 전체 공식 소집 첫 날이었던 지난 17일(이하 한국시간) 아침 마이크 쉴트 감독이 보가츠와 김하성을 차례로 불러 이 같은 변동을 알렸다.
11년 2억8000만 달러 거액에 FA 영입한 거물 유격수를 1년 만에 2루수로 바꾼 게 큰 화제가 됐다. 그것도 공식 훈련이 시작된 당일에 통보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웠다. 쉴트 감독이 지난해 12월 보가츠의 고향 네덜란드령 퀴라소 아루바를 찾아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 이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만 확정 통보는 이날에야 이뤄졌다.
이렇게 통보가 늦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26일 미국 ‘USA투데이 스포츠’는 ‘샌디에이고가 스프링 트레이닝 시작 전까지 보가츠에게 유격수에서 2루수로 포지션 변경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이유는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예비 FA’ 김하성은 지난겨울 트레이드설이 끊이지 않았다. 긴축 재정으로 돌아선 샌디에이고의 내야 자원이 풍족하다는 점에서 그를 트레이드 카드 쓰는 게 합리적인 상황이긴 하다.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단장도 트레이드 문을 열어놓고 여러 구단의 제안을 받았지만 스프링 트레이닝이 시작된 뒤에도 트레이드는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김하성이 트레이드됐다면 보가츠는 유격수 자리를 지켰을 가능성이 높다. 2루수로 두 번 올스타에 선정된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가 2루로 복귀하면서 자연스럽게 내야 교통정리가 이뤄졌을 것이다.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두고 샌디에이고는 김하성과 보가츠의 포지션 스위치를 최대한 보류하고 있었지만 결국 캠프 시작 당일 통보가 됐다.
쉴트 감독과 면담에서 보가츠는 15초 만에 결정을 받아들였다. 커리어 초반 3루수를 겸하긴 했지만 10년간 유격수로 뛰어온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당시 보가츠는 “이렇게 빨리 유격수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수비에 있어 김하성을 존경한다. 팀을 위해 나쁠 게 없는 결정이다. 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며 상황을 받아들였다.
김하성도 보가츠에게 리스펙을 했다. “보가츠가 내게 양보 아닌 양보를 했다. 큰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분명 본인이 (유격수를)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할 텐데 팀이 원하는 방향성에 맞춘 것이다. 팀을 먼저 생각해서 팀을 위한 결정을 한 것 같다. 그만큼 나도 정말 잘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 김하성의 말이다. 서로 리스펙하며 키스톤 콤비로서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보가츠는 3루수로 53경기(50경기·442⅔이닝)만 뛰었을 뿐 유격수로만 통산 1338경기(1325선발·11675⅔이닝)를 소화했다. 2루가 낯설 수밖에 없다. 보가츠는 “2루수로서 피벗 플레이가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동안 유격수로 1루 주자를 바라보면서 하는 것에 익숙한데 이제는 2루에 오는 주자를 옆에서 봐야 한다”며 유격수와 반대 방향으로 시선이 바뀌고 움직여야 하는 것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2루 수비 적응을 위해 보가츠도 김하성에게 계속 도움을 청하고 있다. 공식 훈련 전 워밍업 시간부터 2루 수비 동작에 대한 조언을 구할 정도다. 더블 플레이를 해야 할 때 2루를 밟고 1루로 던지는 동작에 있어 김하성이 천천히 반복 설명을 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김하성도 주 포지션은 유격수였지만 2021년 샌디에이고 입단 첫 해 2루수로도 집중 훈련을 받아 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4회, 실버슬러거 5회 수상에 빛나는 거물 선수가 김하성에게 수비를 배우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하성도 “보가츠가 2루를 거의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피벗 플레이 같은 부분이 안 될 때가 있다. 나와 크로넨워스에게 2루 수비에 대해 많이 불어본다”며 “보가츠와 (키스톤 콤비로서) 호흡도 나쁘지 않다. 경기에 더 많이 나가서 맞춰보면 괜찮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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