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5회·18회 혈투도 포수로 완주, 부러진 엄지·찢어진 인대로 홈런...시애틀의 '철인' 칼 랄리 [스춘 ML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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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 15회·18회 혈투도 포수로 완주, 부러진 엄지·찢어진 인대로 홈런...시애틀의 '철인' 칼 랄리 [스춘 MLB]](/data/sportsteam/image_1760187652334_16274664.jpg)
[스포츠춘추]
시애틀 매리너스 포수 칼 랄리가 11일(한국시간) 연장 15회까지 혼자 포수를 본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22년 휴스턴과의 디비전시리즈 3차전에선 18회까지 혼자 마스크를 쓴 적도 있다. 장장 6시간 22분짜리 경기였다. 지난해엔 이가 부러진 채로 경기를 뛰었다. 2022년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는 왼손 엄지가 부러지고 인대가 찢어진 상태였다.
놀랄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랄리는 올 시즌 60홈런으로 메이저리그 홈런 1위를 차지했다. 켄 그리피 주니어의 프랜차이즈 기록을 넘어섰고, 미키 맨틀의 스위치 히터 기록(54개)을 깼으며, 2021년 살바도르 페레스의 48개를 넘어 포수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포수 최초로 홈런 더비까지 우승했다. 아메리칸리그 타점 부문에서도 1위다.
11일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5차전은 연장 15회, 4시간 58분까지 이어졌다. 랄리는 그 시간 내내 포수 마스크를 쓰고 홈플레이트를 지켰다. 시애틀은 호르헤 폴랑코의 끝내기 안타로 3대 2 승리, 2001년 이후 첫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진출을 확정했다.
랄리는 철인이다. 정규시즌 162경기 중 159경기에 출전했다. 그중 121경기를 포수로 뛰었다. 디트로이트와의 시리즈에서도 5경기 내내 마스크를 썼다. 시리즈 전체 타율 0.381(21타수 8안타), 1홈런. 5차전 5타수 1안타 2볼넷으로 다소 성적이 떨어졌지만, 4차전까지는 타율 0.438로 플레이오프 포수 중 최고 타율을 기록했다.
랄리는 근성의 상징이다. 그의 몸은 언제나 상처투성이다. 그리피를 넘어선 경기에선 마스크 아래로 파고든 공이 목을 때렸다. 이번 시즌 초반엔 파울팁에 팔꿈치를 맞아 며칠을 고생했다. 싱커를 잘못 잡아서 손가락이 붓기도 했다. 발목에, 다리에, 얼굴에 끊임없이 공을 맞는다. 매일 맞는 게 포수의 숙명이다.
![연장 15회·18회 혈투도 포수로 완주, 부러진 엄지·찢어진 인대로 홈런...시애틀의 '철인' 칼 랄리 [스춘 MLB]](/data/sportsteam/image_1760187653015_24095612.jpg)
랄리는 누구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선수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랄리는 야간 경기일엔 플레이볼 6시간 전에 구장에 도착한다. 오후 1시 팀 스태프 회의, 1시 30분 포수 회의로 일과를 시작한다. 상대 로스터의 모든 타자를 속속들이 분석한다. 회의가 끝나면 냉탕, 온탕, 트레이닝룸, 웨이트룸을 거친다. 경기 전 부상 방지 작업이다.
그다음 타자 모드로 전환한다. 케이지로 내려가 스윙을 한다. 랄리는 스위치 타자다. 좌타석과 우타석 모두 준비해야 한다. 남들보다 두 배 더 연습해야 한다. 타격 연습 후엔 선발투수, 투수코치, 분석가와 만나 그날 상대 타선을 다시 검토한다. 이어 타자 회의에서 상대 투수진을 분석한다. 다시 웨이트룸으로 가서 몸을 풀고, 케이지에서 피칭 머신 상대로 훈련한다. 이 때도 좌타석과 우타석 양쪽을 오간다.
마지막은 불펜이다. 아너리치와 함께 리시빙, 볼 블로킹, 풋워크를 연습한다. 캐치볼을 하고 선발투수 워밍업을 함께하며 컨디션을 체크한다. 6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경기가 시작된다. 3시간짜리 경기를 위해 6시간을 준비한다. 그리고 경기가 시작되면, 3시간 동안 쭈그리고 앉아 150개의 투구를 받고 13명의 투수를 관리한다. 아너리치는 "랄리는 네 가지 일을 한다"며 "사람들은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말했다.
5차전 승리를 이끈 랄리는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정말 대단한 경기였다. 우리 팬들을 사랑한다. 이렇게 오래 남아서 응원해준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시애틀 감독 댄 윌슨은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이 팀을, 이 구단을, 그리고 이 도시를 바꿨다." 디 애슬레틱은 "팀 최고의 선수가 동시에 노력의 상징일 때, 승리의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찬사를 보냈다.
13일 시작되는 ALCS에서 시애틀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맞붙는다. 랄리는 이날도 6시간 전에 구장에 도착할 것이다. 냉탕과 온탕을 거치고, 좌타석과 우타석에서 스윙을 하고, 불펜에서 투수들을 워밍업시킬 것이다. 그리고 또 쭈그리고 앉을 것이다. 끊임없이 공에 맞으면서. 3시간이건 5시간이건 버틸 것이다. 그게 랄리라는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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