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박영현-김택연 다 제쳤다… 리그 최고 마무리 공인, 150㎞보다 더 특별한 재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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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KBO리그는 근래 들어 강력한 구위를 가진 20대 초·중반의 불펜 자원들이 발굴되며 마무리 보직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김서현(21·한화), 박영현(22·KT), 김택연(20·두산), 정해영(24·KIA)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치열한 경쟁에서 최종 승리자는 다른 선수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다른 선수들의 페이스가 처지는 반면, 이 선수는 오히려 더 안정감을 가져가고 있다.
지난해 중반부터 SSG의 마무리를 맡아 올해 첫 풀타임 마무리 시즌을 보내고 있는 조병현(23·SSG)이 승기를 잡은 주인공이다. 조병현은 올해 23개의 세이브를 기록해 구원 부문 6위를 달리고 있다. 유독 세이브 상황이 잘 찾아오지 않아 세이브 개수가 처져 있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은 점이 있다. 그러나 여러 기록은 조병현이 적어도 올 시즌은 최고 마무리라는 것을 꽤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다.
조병현은 13일 현재 시즌 50경기에서 50⅔이닝을 던졌다. 어떤 선수를 평가할 만한 충분한 표본은 쌓였다고 볼 수 있다. 그 50경기에서 5승2패23세이브 평균자책점 1.24를 기록 중이다. 현재 리그에서 40경기 이상, 45이닝 이상을 던진 불펜 투수 중 조병현의 평균자책점에 대적할 선수가 아예 없을 정도다. 0.161의 피안타율, 0.75의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조병현 역시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기는 하지만, 사실 구속 자체만 놓고 보면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특별할 것은 없다. 하지만 리그 최강의 수직무브먼트를 가진 패스트볼이라는 차별성이 있다. 높은 릴리스포인트에서 찍어 누르는 공이 마치 떨어지지 않고 타자의 눈높이까지 오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자연히 높은 쪽 헛스윙이 많아진다. 여기에 포크볼과 커브가 서로 다른 구속과 궤적으로 뚝 떨어진다.
다른 경쟁자들과 또 하나의 차별성은 제구력과 커맨드다. 올해 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마무리들은 볼넷과 싸우고 있다. 김서현은 9이닝당 볼넷 개수가 4.47개, 김택연은 4.50개, 박영현은 4.89개로 유독 높다. 긴박한 상황에서 ‘공짜 출루’는 그 자체만으로도 치명적인 데다, 타자들이 계속 공을 보며 괴롭힌다는 점에서 결코 좋지 않다. 반대로 조병현은 올해 9이닝당 볼넷 개수가 1.78개에 불과하다. 이른바 ‘볼볼볼’도 없고, 연속 볼넷은 거의 없다.
그런 가운데 다른 젊은 마무리들의 전반기·후반기 성적 편차가 커지는 반면, 조병현은 오히려 후반기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93, 피안타율 0.125로 선전하며 최고 마무리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모양새다. 그런데 조병현의 최대 장점은 단순한 구위나 안정된 제구력이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가장 특별한 재능은 ‘망각’의 힘에 있다. 마무리로서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 단단하다. 150㎞의 강력한 구위 이상의 재능이다.
사실 매일 좋은 컨디션에서 나갈 수는 없다. 실패하는 날도 있다. 오승환이나 마리아노 리베라가 와도 매번 세이브를 거둘 수 없다. 문제는 그에 대처하는 심장이다. 어린 선수들의 경우 그 실패를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나 때문에 졌다”는 죄책감이다. 표정에서 많이 드러난다. 이건 단번에 해결될 것이 아닌, 경험이 쌓이며 해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조병현은 풀타임 첫 해임에도 나쁜 기억을 빨리 잊는 편이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고, 오히려 다음 경기에서 설욕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마무리로서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조병현은 “나쁜 기억은 빨리 잊는 편이다. 실패하는 날은 뭔가 그 타자가 잘 친 것도 있고, 내가 못 던진 그런 날도 있다. 하지만 최대한 그날로 기분을 끝내는 편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야구장에 들어오려고 한다”면서 “어제 못 던졌다고 해서 오늘 또 못 던질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점수를 주거나 해도 그 잠시의 시간만 그렇지 바로 잊어버리는 편이다. 물론 미안은 하다. 하지만 점수를 주고 만약 지게 되면 팀 분위기도 다운되는데 한 경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더 잘 던져 미안함을 만회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차라리 맞을지언정 볼넷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볼넷을 주는 게 더 기분이 나쁘다고 이야기한다. 조병현은 “안타를 맞으며 무너질 때는 타자가 잘 치는 것도 있고, 코스가 약점인 부분에 들어갔는데 몰려서 맞는 경우도 있다. 이건 다시 공부하고 그쪽에 안 들어가게끔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최대한 도망가지 않고 그냥 빨리 승부하려고 한다. 길게 던지면 야수들도 힘들다. 그래서 빨리빨리 승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마무리로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경기의 컨디션에 따라 다르게 움직이는 방법도 터득하고 있다. 조병현은 12일 인천 키움전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봤을 때는 컨디션이 그렇게 좋은 날은 아니었다. “솔직히 느낌이 별로 안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았다. 조병현은 “제구가 안 될 때는 최대한 글러브를 보고 던지고, 밀어 넣어서 던지는 것보는 세게 던져서 잡으려고 한다”면서 했다. 어쩌면 쉬운 설명일 수 있지만, 그것을 실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강심장의 면모가 보인다. 올해 최고 마무리다운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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