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에 밀려 떠나더니 선수 생명 위기, 김혜성은 10분 만에 존재감 뿜뿜… 다저스 잔인한 결단 옳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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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5년 5월 19일(한국시간)은, 아마도 2025년 다저스 구단의 어떤 결정 중 가장 슬프고 괴로운 선택이 이뤄진 날이었을지 모른다. 이날 다저스는 베테랑 유틸리티 플레이어인 크리스 테일러(35)를 방출했다.
김혜성(26·LA 다저스)이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결국 김혜성 때문이었다. 다저스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혜성을 5월 4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등록했다. 당시 발목 부상을 안고 있었던 토미 에드먼 때문이었다. 에드먼과 김혜성은 2루수와 중견수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그림이 있었다. 일단 에드먼이 회복되는 동안 김혜성을 올려 한 자리를 메움과 동시에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려는 참이었다.
당연히 에드먼이 부상을 털고 올라올 시기가 되면, 김혜성이 다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수순을 그릴 수 있었다. 김혜성은 마이너리그 옵션도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연봉 부담도 크지 않아 마이너리그 한 번 내리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다른 선수들보다 더 편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김혜성 콜업 이후 대활약을 펼친 것이다.
당초 수비와 주루 정도에서 기대를 걸었지만, 김혜성은 타격까지 맹활약하며 다저스를 고민에 빠뜨렸다.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 중이었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고민하던 도중, 에드먼이 부상을 털어내 이제 에드먼을 26인 로스터에 등록할 시기가 왔다. 누군가는 빠져야 했고, 다저스는 고심 끝에 김혜성을 지키고 베테랑 테일러를 방출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예정됐지만, 하기 싫었던 선택”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올해가 4년 6400만 달러 계약의 마지막 해였던 테일러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탈출하지 못했다. 방출 직전까지 다저스에서 28경기에 뛰었는데 타율은 0.200, 출루율도 0.200이었다. 타수도 35타수에 불과했다. 즉, 타석에는 믿고 쓸 상태가 아니었던 셈이다. 4년 계약도 끝나가고 있었고 이제 30대 중반이라 미래를 위한 자원도 아니었다.
다만 테일러는 2016년 다저스로 이적해 올해까지 뛴 선수였다.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말도 어울렸다. 다저스의 그 어떤 야수보다 다저스에서 오래 뛰었다. 테일러보다 더 오래 다저스에서 뛴 선수는 클레이튼 커쇼가 유일했다.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한때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정석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큰 무대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헤어져야 했고, 김혜성을 택한 다저스는 테일러에 작별을 고했다.
팬들도, 테일러도 충격이었고 이 결정을 내린 다저스도 비통하기는 마찬가지였을 정도로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런 테일러는 5월 27일 LA 에인절스와 계약하며 재기에 나섰다. 에인절스도 다저스가 잔여 연봉을 지불하는 만큼 부담이 적었다. 다만 에인절스에서 자기 실력을 보여준 뒤 현역 연장에 나서기로 한 테일러의 계획은 부상과 부진에 꼬였다. 오히려 이제는 은퇴를 걱정해야 할 성적이다.

테일러는 에인절스 이적 이후 곧바로 왼손 골절을 당해 한 달 반 동안 부상자 명단에 있었다. 복귀 이후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부상자 명단을 들락날락했고, 그 가운데 성적은 최악으로 떨어졌다. 테일러는 에인절스에서 30경기에 나갔으나 타율 0.179, OPS(출루율+장타율) 0.599에 그치면서 건재를 과시하지 못했다. 이제 테일러는 FA 시장에서 타 팀의 부름을 기다리지만, 나이도 많고 최근 3년간 타격이 바닥을 긴 테일러를 좋은 조건으로 데려갈 팀은 없어 보인다.
반대로 김혜성은 이후 부상자 명단에 간 기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뛰었고, 팀의 포스트시즌 로스터에도 당당히 포함됐다. 신시내티와 와일드카드 시리즈 2경기, 그리고 필라델피아와 디비전시리즈 1~3차전에 나서지 못했으나 4차전에서 대주자로 들어가 결정적인 끝내기 득점을 올렸다. 1사 1루에서 에드먼의 안타 때 대주자로 투입돼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김혜성은 먼시의 안타 때 빠른 스타트로 3루에 갔고, 2사 만루에서는 파헤스의 투수 땅볼 때 먼저 홈을 밟아 팀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는 득점을 올렸다. 들어간 지 10분 만에 거대한 존재감을 뽐냈다.
김혜성이 다저스의 주축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는 팀이 원하는 장면을 잘 보여줬다. 주전으로 나가기는 쉽지 않겠으나 대주자나 대수비로 중요한 순간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실제 김혜성은 일단 챔피언십시리즈를 앞두고 동료들과 밀워키행 비행기에 오르며 챔피언십시리즈 로스터 합류 가능성을 높였다. 반대로 테일러가 남아 있었다고 해도 어디에 쓰기가 애매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확실한 건 결정적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대주자 요원은 아니다. 다저스의 선택은 괴로웠지만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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