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국제망신... K리그 '잔디 참사', 정말 날씨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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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호 기자]
K리그1 전북 현대는 27일 오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3월 6일 오후 7시로 예정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 8강 1차전 시드니FC와의 맞대결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용인미르스타디움'으로 옮겨 경기를 치른다"라고 밝혔다.
전북은 "지난 24일 AFC로부터 전주월드컵경기장 그라운드의 잔디 상태 악화 등의 사유로 1차전 홈 경기를 대체 구장에서 개최할 것을 요청받았다"라며 "이후 홈 경기 개최를 위해 전주시설관리공단과 협의해 잔디 보수 및 교체 작업 등을 실시하고 향후 개선 계획과 함께 입장을 전했으나 최종 불허했다"라며 변경 사유를 밝혔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은 지난해 상반기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선정한 '상반기 그린 스타디움'에 선정될 정도로 잔디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하지만 불과 반년이 지난 현재, AFC가 전주성에서의 경기 개최를 불허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해에 이어 반복된 잔디 참사
지난 시즌 K리그는 잔디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2024년 대한민국의 여름은 그야말로 '찜통더위'였다. 무더운 온도와 매일 거세게 내리는 소나기에 의해 국내 경기장 잔디 문제는 빠르게 손상됐다. 이에 가장 먼저 피해가 나온 경기장은 FC서울과 축구 대표팀이 홈 경기장을 사용하고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었다.
과거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바 있었다. 대표적으로 2017년 9월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9차전 이란과의 맞대결 경기에서 나왔다. 경기 시작 후 잔디는 푹푹 파이며 선수들의 플레이를 방해했고, 당시 경기를 치렀던 손흥민은 종료 직후 인터뷰를 통해 "잔디가 이런 상태에서 누가 모험적인 플레이를 하겠냐"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체질 개선에 나섰고,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많은 액수의 돈을 들여 하이브리드(인조·천연) 잔디를 구축했다. 효과는 나타났다. 2023년 8월, 서울에서 개최됐던 '쿠팡플레이 시리즈' 맨체스터 시티와 AT 마드리드의 맞대결 직전에 장대비가 쏟아졌지만, 하이브리드 잔디는 효과를 발휘했고 경기는 깔끔하게 치러졌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 서울 경기장의 잔디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이번 시즌 내내 경기장 상태는 아쉬웠다. 또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FC서울 김기동 감독도 "잔디 상태가 너무 열악해서 선수들이 힘들어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잔디 상태가 급격하게 좋지 않자,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 이후에는 협회가 다른 대안 경기장을 찾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경기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을 비롯해 광주축구전용경기장, 울산문수축구경기장, 광양축구전용구장도 아쉬운 잔디 상태를 보였다.
부실한 잔디 관리는 K리그를 넘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대회서도 고스란히 노출됐고, 결국 경고 조치와 함께 홈 경기장 사용 불가능 판정까지 받으며 국제적인 망신을 받았다.
지난해 사상 첫 아시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광주는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와의 1차전서 7-3으로 대승을 기록했지만, 조호르 다룰 탁짐과의 다음 홈 경기에서는 약 300km 이상 떨어진 경기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치러야만 했다. K리그 리딩 클럽인 울산 HD 역시 AFC의 경고 조치를 받아 문수경기장이 아닌 울산종합운동장에서 경기장을 변경해 시합을 뛰어야만 했다.
이는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그라운드 상태가 심각하게 불량할 경우 연맹이 홈과 원정 경기장을 바꾸거나 혹은 홈팀에 제3의 경기장을 찾을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경기 수준을 높이고 부상을 방지하는 것과 함께 경기장 관리 주체에 책임성과 경각심을 부여하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그러나 이에 불구하고, 개막 후 K리그 경기장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아 보였다. FC서울 이적 후 첫 상암 데뷔전을 치른 국가대표 수비수 김진수는 "크로스나 프리킥 기회 때 디딤발이 잘 디뎌지지 않으면서 공이 나가질 않더라. 위험하다는 생각도 했다. 빨리 개막했기 때문에 우리 팀뿐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부상 선수들이 나오는 것 같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또 전북 현대 이승우는 "정상적인 축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결국 아쉬운 잔디 상태로 부상자가 속출했다. 전북 전진우를 비롯해 안양 김정현, 포항 안재준, 대전 이순민 등이 부상으로 당분간 경기장에서 뛸 수 없는 상태가 됐다. 물론 추운 날씨도 잔디 상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K리그는 이른 개막을 알렸다. K리그1은 국제 대회 등의 여파로 예년보다 일찍 출발했다. 이는 2022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빠른 개막 일수였다. 이미 추운 날씨는 예고가 된 셈이다. 특히 K리그1 2라운드가 열렸던 지난 22일과 23일 평균 기온은 영하 5도에 머물렀고, 눈까지 내리는 지역이 발생하며 골머리를 앓았다.
분명 좋지 않은 날씨도 잔디 관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당장 일본·중국 경기장만 봐도 AFC의 경고 조치 없이 경기장 활용에 애를 먹지 않는다.
작은 부분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잔디가 경기와 선수, 팬에게 영향을 끼치는 부분은 상당하다. 잔디가 좋지 않으면 선수는 경기장 안에서 온전히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기 힘들다. 또 경기장을 찾는 팬들은 이에 실망하기도 하고, 더 이상 축구장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이번 전북 사태만 보더라도, 전주에서 직관을 계획했던 팬들은 시드니와의 경기가 열리는 경기도 용인까지 이동 비용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는 구단 손해기도 하다. 홈 경기권이 박탈된 가운데 자신들의 경기장에서 누릴 수 있는 막대한 이점 역시 사라졌고, 선수단의 피로도도 누적되는 상황이다. 전북은 1일 열리는 울산 원정을 시작으로 용인-전주-시드니-전주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이어가야만 한다. 그야말로 잔디 하나 때문에 '지옥의 일정'이 시작된 셈.
2025년 이르게 K리그가 개막하며 팬들 곁에 일찍 찾아왔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과연 'K리그 잔디'는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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