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마수걸이 홈런' 김혜성보다 더 기뻐한 'WS 2회 우승' 명장…단 한 경기로 '평가' 바뀌나?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LA 다저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입성 후 첫 아치를 그렸다. 오랜만에 활짝 웃은 김혜성보다 더 기뻐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었다.

김혜성은 2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카멜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홈 맞대결에 유격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3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이번 겨울 3+2년 최대 2200만 달러(약 322억원)의 계약을 통해 다저스에 입단한 김혜성은 꿈에 그리던 빅리그 유니폼을 입은 이후 많은 부분에 변화를 주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타격폼. 김혜성이 직접 "상, 하체를 모두 바꾸고 있다"며 "불편하다"고 할 정도로 타격폼을 완전히 뜯어 고치는 중이다.

이 변화는 김혜성도 KBO리그 시절부터 자신의 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받아들인 선택. 하지만 주전이 보장되지도 않은 상황에서의 변화에는 분명 위험요소가 뒤따랐다. 그 결과 지난 1일 LA 에인절스와 맞대결이 종료됐을 때 김혜성의 시범경기 타율은 0.071에 불과했다.

이런 모습에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묵직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김혜성이 정규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할 수도 있다는 것. 김혜성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 자칫 지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계약을 맺은 고우석이 서울시리즈 개막 로스터에 합류하지 못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질 조짐이었다.

하지만 2일 경기에서 김혜성이 드디어 부활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김혜성은 수비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경기를 시작했다. 1, 2루 상황에서 자신에게 온 타구를 '언더토스'를 통해 2루수에게 건넸는데, 이때 이정후의 발이 더 빠르게 베이스에 닿았다. 실책은 아니었지만, 타구 처리를 서두르지 않았던 것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 모습을 공격에서 완전히 메워냈다. 김혜성은 첫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내 출루에 성공한 뒤 후속타에 홈을 파고들며 시범경기 첫 번째 득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두 번째 타석에서 일을 냈다. 다저스가 1-2로 근소하게 뒤진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혜성은 샌프란시스코의 바뀐 투수 메이슨 블랙과 맞붙었고, 단 한 번의 스윙으로 자신을 향한 평가를 뒤집었다.

김혜성은 초구 91.6마일(약 147.4km)의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김혜성이 휘두른 방망이의 '스윗스팟'에 맞은 이 타구는 배트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었고,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로써 김혜성은 시범경기 두 번째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고, 이날 첫 득점에 이어 타점까지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이때 그 누구보다 좋아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로버츠 감독이었다. 카멜백랜치 더그아웃 계단에 서 있던 로버츠 감독은 김혜성이 홈런을 치고 돌아오자, 한 계단을 올라섰다. 그리고 박수를 치며 김혜성을 격려하더니, 하이파이브를 하고, 김혜성의 엉덩이를 두 차례 두들기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다저스 동료들도 홈런을 친 김혜성을 격하게 축하하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그리고 모처럼 김혜성의 입가에도 미소가 드리웠다.

이날 김혜성의 활약은 홈런에 그치지 않았다. 김혜성은 세 번째 타석에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지만, 땅볼로 출루한 뒤 스코어링 포지션에 안착했고, 다시 한번 적시타 홈을 파고들면서 3득점 경기를 펼쳤다.

다저스는 김혜성에게 매우 큰 기대를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혜성을 냉정하게 평가했던 로버츠 감독. 하지만 홈런이 나온 뒤에는 첫 손맛을 본 김혜성보다 사령탑이 더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김혜성이 감을 잡아가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