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가수 절친인데, 기사에 넣지 말아달라는 무명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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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혜정 기자]
기자 입장에서 취재 중인 어떤 선수가 유명한 가수와 '절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엮어서 보도하고픈 유혹에 휩싸인다. 특히나 그 선수가 무명에 가까운 아마추어라면 더더욱 '유명한' 가수 친구를 앞세워 그 선수를 띄우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이제 막 실력을 주목 받기 시작한 20대 초반의 선수는 '인기가수'와의 친분을 용케 알아낸 필자를 말리며 "OOO의 이름은 기사에 넣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내야수 박주아(21)의 얘기다.
박주아는 대표팀 주전 유격수로 공·수 모두 출중해 대표팀 코치진으로부터 사랑을 한몸에 받는 선수다.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는 나이인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아 만 21세에 불과하지만 올해로 벌써 대표팀 6년 차다.
진작에 두각을 나타낸 그지만, 코로나19 펜데믹 국면으로 한동안 여자야구 국제대회가 열리지 않자 그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23년,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야구연맹(BFA) 주관 '여자야구 아시안컵'에서 주축으로 활약, 한국 대표팀 사상 두 번째 동메달 수확에 공헌했다. 그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수여하는 최우수 여자야구 선수상도 그의 몫이었다.
그랬던 그이기에 박주아에 대한 기사를 쓸 일이 많았다. 종종 온·오프라인으로 소통하며 평소엔 어떤 훈련을 하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고, 유대를 쌓아갔다. 그러던 와중 '우연히' 그가 이름만 대면 대한민국 사람 10명 중 7명은 알 만한 '인기가수'와 각별한 친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해당 가수는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유튜브 공식 계정 구독자만 70만 명을 보유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연예인이다.
이때다 싶어 어떻게든 두 사람의 '친분'을 엮어 기사화하려 한 필자에게 박주아는 부드럽지만 강하게 "그 친구의 이름을 넣어 보도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당시 필자는 속으로 '그 가수와의 친분이 세상에 알려져, 그 가수가 여자야구 관련 게시글 하나만 SNS에 올려도 크게 화제가 될 텐데' 하며 아쉬워했지만, 취재원과의 신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보도하지 않았다.
최근 박주아에게 그 당시 일을 되물었다. 박주아는 웃으며 "밖에서 보기엔 아마 답답한 행동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친분을 이용하려 했으면 진작에 이용했을 것"이라면서 "그 친구를 통해 얻는 인기는 '반짝 인기' 아닌가. 내가 아닌 타인의 인지도를 이용해 얻는 관심은 곧바로 사라진다고 생각한다"는 현답을 내놨다.
박주아는 개인 유튜브 채널('아주주아' https://www.youtube.com/@channel_ajujua)을 운영하고 있다. 여자야구 선수의 운동 모습, 국가대표팀 소집 훈련 모습, 경기 모습 등을 짬내서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 올리고 있는데 '여자야구 가시화'를 위해 만든 채널이다. 구독자는 아직 1500명이 채 안 된다.
그래서 더더욱 '인기가수'와의 친분을 이용할 법도 한데 그는 단호했다. "물론 그 친구의 사진을 썸네일로 해놓으면 조회수는 폭발할 것 같다"면서도 "여자야구 스토리만으로 진정성 있게 채널을 만들어가고 싶다. 이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는 뚝심을 내비쳤다.
박주아는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로만 콘텐츠를 꽉 채워갔다. 2023년 4월 중순 방영된 JTBC 인기예능 <최강야구>에 여자 선수 최초로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야구는 성별에 관계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며 시청자에 울림을 선사했다. 태극마크를 달고서는 아시안컵에 이어 그해 가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주관 '여자야구 월드컵'에 출전해 최선을 다했다. 그 모습을 담아낸 영상 '함께여서 행복했습니다'는 조회수 2650회(2월 25일 기준)를 기록하며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언제 '인기가수'와의 친분을 세상에 알릴 것이냐는 짓궂은 질문에 박주아는 "제가 OOO보다 인기가 많아지는 그날"이라며 미소지었다. 느리게 가더라도 '정면돌파'를 선언한 박주아는 앞으로도 꾸준히 '여자야구' 콘텐츠를 제작해 세상에 하나씩 알려나갈 예정이다.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 여자야구를 알리는 게 최우선이겠죠. 열심히 훈련하면서도 저만의 콘텐츠로 여자야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거예요."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전 스포츠서울 야구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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