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우주에 당한 배신?' 절친에 대기록 무산, 그래도 활짝 웃은 두산 박준순 "직구 던진다더니 변화구? 이따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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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 절대 1강 한화의 11연승을 저지한 두산. 그 중심에는 폭발적인 장타쇼를 펼친 19살 새내기 내야수 박준순이 있었다.
두산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서 한화를 13 대 2로 대파했다. 전날 1 대 2로 지면서 한화의 역대 2번째 단일 시즌 2번의 10연승 기록을 지켜봐야 했던 아쉬움을 털었다.
1회부터 타선이 폭죽처럼 터졌다. 3번 제이크 케이브가 선제 2점 홈런을 날렸고, 4번 양의지가 백투백 1점 홈런을 터뜨렸다.
6번 타자 박준순이 기름을 부었다. 2사에서 1점 홈런으로 완전히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박준순은 황준서의 시속 143km 속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즌 3호 아치였다.
4회도 큼직한 타구를 날렸다. 1사에서 박준순은 4년 78억 원 몸값을 자랑하는 우완 엄상백을 좌중간 3루타로 두들겼다. 대량 득점의 신호탄이었다. 두산은 박준순의 3루타를 포함해 연속 6안타로 대거 6점을 뽑았다. 이유찬의 시즌 1호 홈런, 케이브의 1점 홈런도 터졌다.
박준순은 5회도 장타를 터뜨렸다. 무사 1루에서 이번에는 좌완 조동욱으로부터 좌익수 쪽 2루타를 뽑아냈다. 3연타석 장타였다. 이어 김대한의 적시타 때 3번째 득점에도 성공했고, 이미 12 대 0으로 승부는 완전히 기울었다.
이제 관심은 박준순의 대기록 달성 여부였다. 안타 1개만 추가하면 사이클링 히트가 완성될 수 있었다. 고졸 신인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 기록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가장 어렵다는 3루타를 포함해 장타 3개를 이미 날린 만큼 확률이 적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박준순은 6회말 2루 땅볼로 물러났다. 같은 고졸 신인 한화 우완 정우주가 동갑내기 친구에게 대기록을 호락호락하게 내주지 않았다.
그게 마지막 타석이었다. 두산은 8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하필 박준순의 타순 전에 오명진이 1루 땅볼에 그쳐 이닝이 끝났다. 대기 타석의 박준순에게 기회는 더 오지 않았다.
경기 후 박준순은 "8회 대기 타석에서 한 번 더 타석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짐짓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박준순은 "그래도 이겼으니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면서 "솔직히 오늘 장타가 많이 나올 줄은 몰랐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분 좋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동료들의 아쉬움이 더 컸다. 박준순은 "코치님들, 형들이 (8회말) 다 6번까지만 이어달라고 하셨다"면서 "마지막에 명진이 형이 아웃돼서 계속 미안해 하셨는데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라고 오히려 선배를 위로했다.
다만 정우주에 대한 감정의 앙금(?)을 드러냈다. 박준순은 "(경기 전에) 우주가 분명히 직구만 던진다고 해서 그럴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변화구만 던지더라"고 취재진에게 고자질을 했다. 이어 "이따 한 마디 해야 할 것 같다"고 옷으며 애증의 우정을 과시했다.
둘은 나란히 1라운드에서 지명돼 입단했다. 정우주는 2순위로 계약금 5억 원을 받고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박준순은 계약금 2억6000만 원으로 정우주보다 적지만 두산에서 16년 만에 내야수 1라운더로 기대를 모았다.
올해 활약만 놓고 보면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정우주는 올해 31경기 2승 3홀드 평균자책점 4.28, 박준순은 43경기 타율 3할2푼1리 3홈런 8타점 15득점을 기록 중이다. 4월까지 박준순은 벤치 멤버로 4경기 타율 1할6푼7리에 그쳤지만 주전으로 자리를 잡은 6월 타율 2할9푼6리, 7월에는 3할6푼7리로 뜨겁다.
여기에 박준순은 주로 3루수를 맡지만 2루수, 유격수까지 커버할 수 있다. 박준순은 "학창 시절 맡았던 포지션들"이라고 귀띔했다.
두산은 지난달 이승엽 감독의 자진 사퇴로 사실상 가을 야구를 포기했지만 이게 박준순에게 기회가 됐다. 세대교체를 위한 유망주 육성 기조 속에 박준순이 주전을 꿰찼다. 그럼에도 박준순은 선호하는 포지션을 묻는 질문에 "빈 자리"라고 말해 신인의 순수한 모습을 드러냈다.
허경민(kt) 이후 16년 만에 두산 내야수 1라운더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박준순. 여기에 올해 은퇴식에서 구단 전설의 내야수 김재호로부터 등번호 50번이 새겨진 유니폼까지 물려받았다. 두산의 새로운 왕조를 이끌 아기 곰의 미래가 창창하다.
잠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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