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이슈] '세상에, 이런 선수가!' 1군만 30명이 넘는데... 선수단 이름 다 외웠다는 '태도까지 국대 클래스' 권경원

(베스트 일레븐=안양)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하략)

이 시 구절. 대한민국 국어 교과 과정을 거친 이들이라면 모르는 사람 없을 거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두 구절이다.

대한민국 축구판에 이 구절을 몸소 실천에 옮긴 선수가 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아랍에미리트 프로 리그 코르 파칸 클럽에서 대한민국 K리그1(1부) FC 안양으로 이적한 현직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권경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권경원은 안양 이적 이후 선수단에 속한 선수 개개인의 이름을 다 외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그의 이적 발표가 있던 날이 7월 4일이었는데, 선수단에 합류한지 며칠 되지 않은 기간에 동료들 이름을 다 외운 셈이다.

22일 오후 7시 30분 안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K리그1 안양-대구 FC전이 끝나고 암기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4-0으로 데뷔전부터 붕대 투혼으로 클린시트(무실점) 대승을 지탱한 권경원은 경기 후 관련 질문에 "나 역시도 어떤 팀에 가더라도 내 이름을 빨리 외워서 불러 주는 동료가 있으면 정말 기분 좋고 고맙더라. 그래서 나도 외우려는 노력을 했다"라고 웃으며 대답했다.

안양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안양 1군 로스터에는 선수 33명의 이름이 게재되어 있다. 여기에 코칭스태프까지 하면 50명이 넘는다. 선수만 외웠다 하더라도 30명은 훌쩍 넘는 셈. [올해 안양 담당을 맡은 뒤 제법 많은 취재를 왔지만, 베스트 11 말고는 선수 이름들이 생소한 기자의 기억력(이라 쓰고 노력이라 읽는다)을 반성하게 됐다]

권경원은 여느 선수 못지 않게 팀을 많이 옮겨 봤기에, '이름 외워서 불러주기'에 대한 가치를 잘 아는 듯하다. 전북 현대 유스 출신인 권경원은 전북 A팀을 비롯해, 샤바브 알 아흘리 클럽, 텐진 취안젠-톈하이, 상무, 성남 FC, 감바 오사카, 수원 FC, 코르 파칸, 안양, 여기에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까지, 총 10개 팀의 선수단과 생활해봤다. 중복되는 선수도 있겠지만, 단순 기적의 계산법으로 산출해봐도 족히 300명은 넘을 선수들과 함께 했던 꼴.

특히나 안양처럼 2부리그에서 갓 올라온 팀에서는 스타 1명 1명의 존재감이 클 법하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와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미드필더 김보경에 현직 국대 권경원까지 더해진 고참 라인업은 잔류 경험이 전무한 안양에 노련한 지혜를 불어 넣어줄 수 있다.

믹스드존에서 수많은 질문들이 권경원을 향했지만, 이 한 멘트가 권경원이 30명이 넘는 동료들 이름을 다 외운 근거가 아닐까 싶다. "저희는 아시다시피 모든 선수가 다 함께 열심히 뛰어야 하잖아요. 누구 1명의 슈퍼스타로 굴러가는 팀이 아니기 때문에요. 다 함께 뛴다면 그래도 잔류를 하는데 힘을 받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안양 구단 홈페이지에 등록된 1군 로스터 권경원 동료 이름들

01. 이윤호 GK
02. 김민호 DF
03. 김지훈 DF
04. 이창용 DF
05. 김영찬 DF
06. 박종현 DF
07. 마테우스 MF
08. 김정현 MF
09. 모따 FW
10. 야고 FW
11. 최성범 FW
13. 한가람 MF
14. 이민수 MF
15. 박정훈 FW
16. 최규현 MF
17. 강지훈 DF
19. 김운 FW
20. 이상용 DF
21. 에두아르도 MF
22. 김동진 DF
23. 장정우 MF
24. 김보경 MF
26. 임민혁 MF
28. 문성우 MF
31. 김다솔 GK
32. 이태희 DF
41. 황병근 GK
55. 토마스 DF
70. 이반 유키치 FW
71. 채현우 FW
77. 임승겸 DF
99. 주현우 DF

그리고, 27. 권경원 DF

글=임기환 기자([email protected])
사진=베스트 일레븐, 한국프로축구연맹, FC 안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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