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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뷰] 박재홍 "힘든 감독의 길, 그래도 포기 안 해요"...부천서 시작해 말레이시아까지→"어떤 감독이 돼야 할까" 방향성 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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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뷰] 박재홍




[인터풋볼=신동훈 기자(광진구)] 감독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된 후에도 선수 관리부터 어려운 길을 또 걸어야 한다. 축구에서 가장 많이 책임을 지는 건 결국 감독이다. 밑바닥부터 경험하며 찾아낸 방향성이 없다면 감독의 길을 계속 걸어가긴 힘들다.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는 곳은 아니지만 묵묵히 갈고 닦고 있는 이들이 많다. 박재홍 감독의 이야기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감독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과거에는 감독이 모든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했다면, 이제는 코치와 분업화를 통해 팀을 운영해야 하고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소통을 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주장이 나온다. 아무리 전술이 뛰어난 감독이라도 전반적인 소통 경험이 없다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게 국내외에서 사례로 계속 나오고 있다.

박재홍 감독은 경험을 쌓고 감독 방향성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확립하고 있다. 선수 시절 국가대표 센터백으로 활약을 했고 전북 현대, 전남 드래곤즈, 경남FC, 부천FC1995 등에서 선수 생활을 보냈다. 루마니아 팀인 우니베르시타테아 클루지, 중국 팀 장쑤 슌톈에서도 활약을 하면서 해외 생활 경험도 쌓았다. 은퇴 후엔 고향 팀인 부천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능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박재홍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려면 2015년 부천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축구를 그만하려고 해 몸 관리를 안 하던 시기였다. 당시 부천 단장님이 불러주셔서 살을 엄청 뺐다. 당시 30대 후반 나이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시즌 더 뛰기 위해 노력했다. 살을 급격히 빼고 훈련에 합류했는데 무릎에 물이 차더라. 더 뛸 수 없다고 판단을 해 선수 생활을 그만하기로 했다. 그때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부천에 있는 3년 동안 다양한 경험을 했다. 스카우트로 시작해 숨어 있는 아이들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좋은 선수를 발굴해서 성적을 내고 추후에 수익을 내고, 구단 빚을 갚고 나중에는 구단 시 예산을 높이는 선순환구조를 만들려고 했고 그 시스템을 알게 됐다. 단순히 한 구단이 아니라 시민 구단이니 지역 사람들이 애착심이나 자긍심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선수와 감독은 떠나도 구단과 팬들은 그 자리에 있다. 좋은 방향성 속에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했다. 부천을 떠난지 오래 됐지만 지금도 부천을 애정을 갖고 바라보고 있다" 

"스카우트 생활을 하면서 임동혁 등을 발굴했다. 이후 코치로 근무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이미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들을 찾아가 배웠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해야 하는지 축구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다음 실전에서 지도를 해보고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축구에 대한 철학이 생겼다. 그 후 지금은 없어진 R리그의 감독이 됐다. 선수단을 이끌어봤고 어린 애들을 직접 가르쳤다. 지금 생각하면 쉬는 날이 없었다. 하루도 못 쉬고 훈련 프로그램 짜고 훈련을 하고 상대 분석하고 경기에 나가고. 휴식이 없는 삶이없지만 재밌었다. 감독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R리그 감독을 하다가 R리그가 없어졌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애들이랑 식사를 하는데 눈물이 나더라. 아직도 R리그가 왜 없어졌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애들이 뛸 수 있는 곳이 분명히 필요하다. 부활을 하면 좋겠다"고 하면서 부천 생활을 회상했다.

박재홍 감독은 부천을 떠난 후 P급 지도자 라이센스 획득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방송 생활을 겸하면서 P급을 획득했다. 방송 활동을 접고 박재홍 감독이 선택한 곳은 K3리그에 있던 양주시민축구단이었다. 제대로 스쿼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양주로 간 박재홍 감독은 의지를 발휘하면서 팀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돌아온 건 갑작스러운 팀 해체였다. 양주를 먼저 꺼내자 박재홍 감독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어갔다. 

"당시 국장님이 먼저 제의가 왔고 안 좋은 조건에도 수락을 하면서 양주를 이끌기로 했다. 선수가 없어 포지션 변경을 계속 시도했고 어려운 상황에도 팀을 이끌었다. 결과는 강등이었지만 K4리그는 잘 준비해서 치르려고 했다. 공개 테스트를 통해 선수를 뽑고 선수 영입도 했다. 전지훈련 계획도 잡았다. 망가진 팀을 살리려고 했다. 하지만 갑자기 해체 통보가 왔다. 시 예산이 집행되지 않아 팀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데려온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백방으로 기업을 알아보고 했지만 문제가 여러 생겼고 결국 운영이 불가했다(현재는 독립 구단 형태). 좋은 마음으로 동기부여를 갖고 시작했는데 나도, 선수들도 갈 곳 없는 처지가 됐다"고 언급했다.

박재홍 감독은 이어 "부천에서 스카우트-코치-R리그 감독을 하고 양주에서 짧지만 감독을 하면서 축구에 대한 철학과 적은 예산과 선수단을 갖고 어떻게 운영을 하면 좋을지 방향성을 알게 됐다. 경험을 통해 더 탄탄해졌다. 말레이시아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지도자로서 도전을 했고 선수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생각하고 배웠다. 결국 사람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더라"고 이야기했다. 



[Inter뷰] 박재홍




자연스럽게 말레이시아 이야기로 넘어왔다. 박재홍 감독은 말레이시아 클란탄 다룰 나임FC 감독에 부임하면서 해외로 갔다. 박재홍 감독은 "말레이시아 주요 도시는 국제 도시여서 다 살기 좋다. 스포츠적으로 생각하면 조호르나 슬랑오르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비슷하다. 같은 말레이시아 사람이라고 해도 어떤 인종이 섞였는지에 따라 성향이 완전히 다르다. 문화도 한국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시간 약속이나 훈련 태도 면에서 지도할 게 많았다. 종교적으로도 이해를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강압적으로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이해를 하고 말을 하고 다가가려고 했다. 요즘 국내 선수들도 MZ세대라고 해서 소통이 안 된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마음을 움직일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강압적으로 누르며 바꿔야 할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먼저 말로, 행동으로 나서 마음을 움직이려고 해야 한다. 혼내고 얼굴을 붉히면서 싸우는 게 답이 아니다. 만약 세게 할 일이 있다면 감독도 상황, 타이밍을 잘 봐야 한다. 감독이니까 무조건 해도 된다라는 건 안 된다는 건 선수 때부터 알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말 어려운 곳에서만 감독을 한 것 같다"라는 말에 박재홍 감독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제안이 오면 일단 피하지 말고 해보자는 주의다. 내 입맛에 맞는 것만 찾아다니는 것도 어렵다. 같이 일해보자고 하면 과감히 하는 편이다"고 했다. 중간중간 언급은 됐지만 박재홍 감독의 감독으로서 철학을 더 자세히 듣고 싶었다. 

박재홍 감독은 "훈련을 시작하면 일단 풀어놓는다. 이후에 각자 성향이 보인다. 저 선수는 어떻게 관리할지, 이 선수에게는 어떤 말을 할지 알게 된다. 따라오지 못하면 화를 내는 것보다 빼면 된다. 그 선수 때문에 분위기를 망칠 필요는 없다. 상태를 보면서 코칭을 해야 한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하고 나한테 필요한 선수여도 안 맞으면 내쳐야 하는데 결과적으로 타이밍과 명분이 맞아야 한다. 선수 때부터 그랬다"

"전술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전략이다. 순간 순간, 어디에 내가 힘을 주고 판단을 해야 할지, 준비한 게 있더라도 바꿔야 할 때는 바꾸고 상대에 따라 변화를 주는 게 필요하다. 그러려먼 상대 파악, 상황 분석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보는 눈도 필요하다. 어떻게 사람을 쓸지 알아야 한다. 시각도 다양해야 한다. 벤치에서 보는 거랑 위에서 보는 거랑 다르다. 코치, 전력 분석관이 필요한 이유다. 요즘에는 전문 분야가 다 있지 않나. 좋은 피지컬 코치, 골키퍼 코치, 분석관을 잘 데려오는 것도 결국 감독 능력이다"

"전술도 고정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계속 4백을 쓰고 있더라도 상대 투톱이 너무 좋으면 수비 한 명을 추가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멀티성을 갖고 있는 선수를 훈련시키고 활용하면 된다. 상대에 따른, 상황에 따른 대처가 요즘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하다. 박스 안에 어떻게 침투할 것인지, 포지셔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결국엔 준비에 의한 대처다. 선수 구성에 맞게 전술을 짜야 한다. '난 이런 축구만 해' 이런 감독은 이제 없다고 본다. 내가 가진 재료를 보고 요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선수 특성을 보고 그 특성을 어떻게 이 상황 속에 넣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게 감독 같다"



[Inter뷰] 박재홍




"지도자는 선수에게 일시적 지도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생각을 키워줘야 한다. 프로라고 하면 프로로서 책임감을 키워줘야 한다. 책임감이 생기면 자유를 줄 수 있다. 자유롭게 애인을 만나고 본인 생활을 하면서도 프로로서 책임감만 있다면 대가가 따라오는 걸 알 것이다. 강약 조절은 필요하지만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옛날 방식이다. 강압적으로 '하지 마'보다는 어떻게 생각을 해야 할지, 그 생각을 심어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결국 선수는 개인 사업자다. 자기 몸이 재산이고, 하나의 회사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할 필요는 있다. 자기 권리만 찾지 말고 서로 존중을 하는 태도를 갖는 것도 프로 선수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이 든다"

"휴식을 시켜주는 것도 감독의 몫이다. 내가 운동을 할 때를 생각하면 무조건 운동, 운동, 운동이었다. 쉬면 혼났다. 강박적으로 훈련을 하게 시켰다. 한 시즌을 보고 운동을 해야 한다. 선수가 부상을 안 당하게, 안 지치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도 감독의 몫인데 어떻게 휴식을 주는지도 중요하다. 동계훈련 때 시즌 개막만 생각하고 운동을 시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을 밝혔다.

박재홍 감독의 계획에는 행정도 있었다. "감독은 가르치는 걸 넘어 행정적인 부분, 팀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한다. 유소년부터 구단 운영까지 모든 걸 파악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감독 생활을 이어가고 싶으면서도 행정직에도 관심이 있다. 전력강화실장이나 테크니컬 디렉터나 과거부터 행정직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행정에 대한 관심 속에서도 K리그 감독이 일단 목표다. 지도자를 시작한 후부터 어려운 길을 걸어온 박재홍 감독은 "감독은 정말 힘든 직업이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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