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투수 하나 또 살렸네… 가족 앞에서 감격의 승리, 미국도 주목한 ‘동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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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보스턴의 16라운드 지명을 받은 카일 하트(33·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 경력이 많은 선수는 아니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다 2020년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4경기(선발 3경기)에서 11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였다.
게다가 하트는 메이저리그의 분위기를 느낀 기회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불운했다. 2020년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다. 미국과 메이저리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메이저리그는 시즌 개막이 연기된 가운데 60경기로 단축해 시즌을 치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관중석에는 관중들이 없었다. 떠들썩한 이벤트도 없었다. 선수들은 마치 루키 리그에서 야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메이저리그는 2021년부터 정상 운영했다. 하트가 2021년에도 메이저리그에 남아있었다면 메이저리그의 특별한 분위기를 경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트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무대에 올라가지 못했다. 현지 언론들은 2020년 한시적으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왔다가 이후 빅리그를 밟지 못한 선수들을 두고 ‘로스트 보이’라고 부른다. 메이저리그를 온전히 경험하지 못해서다. 하트도 그런 선수였다. 심지어 가족도 아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관중석서 보지 못했다. 코로나19로 관중 입장이 막힌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 ‘로스트 보이’ 중 하나가 1일(한국시간) 사실상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지난해 NC 다이노스에서 뛰어 우리에게도 친숙한 하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1+1년 계약에 합의하며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1일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80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2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비교적 잘 던져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팀이 7-2로 이겨 하트의 감격적인 메이저리그 첫 승이 올라갔다.
사실 하트는 선발 로테이션 합류도 불투명했던 선수였다. 2025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복귀를 타진한 하트는 예상보다 저조한 분위기에 고배를 마셨다. 결국 스프링트레이닝을 코앞에 두고 샌디에이고와 1년 보장 150만 달러에 계약할 수밖에 없었다. 보장 연봉이 100만 달러, 바이아웃 금액이 50만 달러였다. 이 정도면 KBO리그에 남아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었다. 2026년 600만 달러의 구단 옵션이 있기는 했지만 샌디에이고가 이를 실행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선발 로테이션 포함도 장담할 수 없었다. 시범경기 성적도 썩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팀 내 선발 후보 중 유일하게 좌완이라는 점, KBO리그에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팀 우완 에이스인 다르빗슈 유가 팔꿈치 통증으로 개막 로스터 합류가 불발되면서 한 자리가 더 생겼고, 팀은 하트를 개막 5선발로 내정했다.
다르빗슈가 올라오면 누군가 선발 한 명은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트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었다. 중요한 한 판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보여줘야 했다. 경기는 비교적 잘 풀렸다. 만만치 않은 클리블랜드 타선을 상대로 스위퍼와 커터 조합을 통해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회 호세 라미레스에게 홈런을 맞고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실점을 최소화햇다. 3회 오스틴 헤지스에게 다시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솔로포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지 않았고, 타선이 2회 4점을 지원한 것도 든든했다. 그렇게 하트는 4회와 5회를 무실점으로 막고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끝에 감격의 데뷔승을 거뒀다.
이날 관중석에는 하트의 아버지인 로저 하트도 자리했다. 2020년 아들의 진짜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TV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는 이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카일의 데뷔전에 갈 수 없었다. 관중석에 아무도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이 그가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였다. 그것(하트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에 동참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기분이었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하트는 이날 스위퍼 21구, 체인지업 20구, 싱커 15구, 슬라이더 12구, 포심 12구를 던졌다. 패스트볼보다는 변화구 구사 비중이 높았다. 포심 최고 구속은 약 시속 150㎞로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빠른 게 아니었지만 다양한 변화구가 인상적인 성과를 냈다. 특히 체인지업은 이날 11번의 스윙 중 6번이나 헛스윙이었다. 스위퍼는 스트라이크존을 예리하게 파고 들면서 유인구는 물론 카운트를 잡는 용도로도 훌륭했다.
경기 후 “맥주 샤워를 위해 오래 기다렸다”고 웃어 보인 하트는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아마도 빅리그에서 뛴 지 2~3년 지난 선수들은 알 수도 있다. 하지만 5년이 지나면 ‘이미 그 사람은 사라졌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고 감격에 찬 첫 승 소감을 밝혔다.
하트는 MLB.com 등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난해 한국 KBO리그에서 뛰었던 것이 자신의 경력에 큰 전환점이 됐다고 인정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던 하트는 2024년 NC와 계약해 전환점을 마련했다. 시즌 26경기에서 157이닝을 던지며 13승3패 평균자책점 2.69의 뛰어난 성적으로 리그 정상급 투수로 군림했다. 자신이 노력해서 만든 것을 언제든지 실험할 수 있었고,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들의 눈도장도 확실히 받았다. 그렇게 메이저리그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트는 “스위퍼를 추가하고 팔의 높이를 약간 낮추는 등 몇 가지 변화가 있었다. 또 꾸준하게 선발로 등판할 수 있었다”면서 KBO리그에서의 경험이 자신의 인생 물줄기를 바꿔놨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7-2로 이기고 개막 후 5연승을 달성했다. 57년 구단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하트의 동화 같은 스토리가 현지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자리를 지키며 내년 옵션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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